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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發 '날벼락'…진보 단일화, 물거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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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發 '날벼락'…진보 단일화, 물거품 되나?

민주노총 총투표 무산…단일화 시기도 방법도 '원점'

울산 북구의 진보후보 단일화의 키를 쥔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17일 '총투표 불가'를 결정했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합의한 단일화 방식에 따르면 울산 북구 사업장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의 반영 비율은 50%다. 이것이 무산됐다는 것은 울산북구 후보 단일화 협의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나 다름 없다. 이로써 울산 북구의 진보 단일화가 무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울산본부의 자업자득

울산본부는 이날 오후 운영위원회를 열고 "조직 내 여러 이견이 있어 총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울산본부는 지난 15일 "조합원 총투표를 19~21일까지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1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키로 했던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합의도 전적으로 울산본부의 결정을 존중한 것이었다.

하지만 물밑에선 총투표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없지 않았다. 북구 소재 사업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이미 "15일 후보 등록 전에 총투표와 단일화를 완료하지 않으면 단일화 개입이 없다"며 '후보등록 후 총투표'에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울산본부 김주철 본부장 등이 운영위원회도 열지 않고 '19~21일 총투표'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며 압박을 가한 게 기름을 부었다. 이에 대해 현자노조는 "우리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울산본부로서는 '현자노조가 빠진 총투표는 무의미하다'는 여론을 견디지 못하게 됐다. 현자노조에 대한 설득도 압박도 서툴렀던 울산본부는 결국 총투표 발표를 뒤집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울산 본부의 '총투표 불가'는 지금까지 전개돼 온 단일화 협상의 밑둥을 흔든 날벼락이다.

양당의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총투표가 무산된 뒤 민노당 지지자들은 "진보신당 쪽이 이중플레이를 한 것 아니냐"는 반발이 쏟아지고 있다. 진보신당이 겉으로는 총투표를 수용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면서 실제로는 현자노조의 불참을 조장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지난15일 울산본부가 총투표를 발표했을 당시에는 진보신당 지지자들이 "민노당 편향적인 울산본부장의 일방적 행동"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처럼 감정싸움이 더욱 격화된 상황에서 울산본부 측이 "단일화가 무산된다면 민노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라는 기존 민주노총 정치방침이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나설 경우 울산의 노동·진보진영은 걷잡을 수 없는 갈등과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진보 단일화, 물거품 되나?

울산본부의 '총투표 불가' 결정은 단일화 방식에 관한 것. 따라서 21일까지 후보단일화를 하기로 한 '시점'에 관한 약속이 살아있다면 새로운 출구가 모색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당 대표간 합의문에 대한 양당의 해석이 벌써부터 크게 엇갈린다.

민노당 김창현 후보 측 이은주 대변인은 "21일까지 단일화를 완료한다는 것은 총투표가 가능할 때 이야기"라면서 "우리는 총투표가 무산됐기 때문에 '21일 완료' 합의도 의미가 없어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당시 합의 과정을 복기해보면 '조합원 총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반영해 추진할 때' 21일까지 완료한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 측 실무협상 대표인 정종권 당 부대표는 "우리는 21일 단일화 완료라는 대전제는 유효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석했다. 그는 "실무적 문제로 하루이틀 정도 단일화가 늦춰질 수는 있겠지만, 21일 시한 자체를 부정하고 나선다면 단일화에 대한 민노당의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당이 단일화 시점에 대한 합의를 수용한다고 해도 양당이 새로운 단일화 방식을 도출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울산본부 총투표가 무산된 이상 실질적으로 남은 단일화 방도는 울산북구 조합원 여론조사, 비정규직 여론조사, 일반 여론조사 등을 조합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울산북구에 대한 일반 여론조사는 3차례 실시된 바 있다. 경향신문, 경상일보-울산MBC 주관 여론조사에서는 조승수 후보가 김창현 후보를 멀찍이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인터넷 매체 폴리뉴스 여론조사에서는 김 후보가 조 후보를 근소하게 앞섰다. 두 사람을 동시에 대입할 경우, 모든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승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종권 부대표는 "여론조사도 좋다. 민노당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해 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은주 대변인은 "노동자들이 직접 참여하는 총투표가 무산되리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은 뭐라고 말하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이처럼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이날 오후 3시에 열릴 예정이던 양당 실무협의는 연기됐다. 양당은 이날 중으로 다시 만나기로 했으나 의미있는 진전을 볼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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