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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진보 단일화', 왜 이렇게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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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울산 '진보 단일화', 왜 이렇게 안되나?

1차 마지노선 넘겨…이러다간 단일화 물거품?

'명품 단일화'는 물 건너 갔다. '짝퉁 단일화'라도 이룰 수 있을까?

4.29 재보선에서 거의 유일하게 '반MB 전선'의 보루로 주목받고 있는 울산 북구 '진보후보 단일화'가 결국 1차 마지노선을 넘었다. 14일부터 이틀간 재보선 후보등록이 시작된 가운데, 울산은 민주노동당 김창현,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 모두 등록하는 '각개약진'으로 시작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번 재보선에서의 성과는 물론이고 진보 정당의 진로, 내년 지방선거 대응까지도 점쳐볼만한 시금석인 '울산 단일화 실험'은 후보등록 전 '쿨'한 승부를 통한 단일후보 선출이라는 최선의 과정 도출에 실패한 셈이다.

정말 '선관위 암초' 때문일까?

사태가 이렇게 되기까지 우여곡절은 있었다.

첫째는 울산 북구 선관위가 지난 8일 "민주노총 총투표는 불법이다"는 공문으로 제동을 걸었다. 이에 중앙선관위가 "정당이 개입하지 않고 민주노총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면 문제가 없다"며 걸림돌을 제거해 준 10일까지 양당은 이틀을 허비했다.

그 사이 총투표를 준비하고 진행해야 할 민노총 울산본부 지도부가 선관위에서 항의농성을 하다가 경찰에 전원 연행되는 일도 겪었다.

하지만 '외부변수'가 해소된 뒤에도 단일화가 지지부진했던 책임은 전적으로 양당 내부의 문제와 민노총 울산본부의 책임으로 귀결된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당초 12~14일로 예정됐던 총투표를 진행하지 못했으며, 추후 일정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울산본부는 선관위의 갈짓자 행보와 그 과정에서 벌어진 간부들의 연행 사태 등으로인해 "정상적인 진행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20일 경으로 총투표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말도 이때부터 불거져 나왔다.

민노당은 일단 호응했다. 총투표 일정은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결정할 문제이며, 단일화가 진척을 보려면 민주노총 총투표 시기 등이 먼저 결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민노당은 "민주노총 총투표 문제 등 객관적 상황이 문제였지 우리도 빠른 단일화를 원한다"고 밝혔다.

14일 서울에 상경한 강기갑 대표는 "당내에서 민주노총 총투표 문제와 선거법 문제 등이 명확해진 다음에 대표들끼리 만나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있더라"면서 "민주노총에서 결정이 나야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는 "후보 등록이야 따로 따로 하더라도 최종적으론 가위바위보를 해서라도 단일화를 할 것"이라고 느긋함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울산본부 조홍영 사무처장은 말은 또 달랐다. 그는 "현재로선 총투표에 대해 뭐라고 전망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양당이 조속하게 실무협의를 해서 단일화 방안이 합의가 되면 그에 따라 (총투표) 재논의 가능성이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강기갑 대표는 "민주노총 상황을 봐가면서"라고 말했지만 정작 민주노총은 "양당 협의를 봐가면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신당은 이를 민주노총과 민노당의 '시간끌기'로 보고 있다. 노회찬 대표는 이날 "선관위에서 최종 유권해석을 내린 이후 각급 회동을 제의했지만 민노당의 답이 전혀 없다"면서 "오늘 저녁에라도 대표들끼리라도 만나서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

노 대표는 "민주노총 울산본부 쪽에서 20일, 21일에 총투표를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왔다"면서 "그렇게 되면 너무 늦어지고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도 발생할 수 없기 때문에 거절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진보신당은 늦어도 15일까지는 단일화 방식에는 합의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울산북구 조합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현대자동차 노조도 진보신당 입장과 비슷하다. 현자 노조는 앞서 "13, 14일에 총투표 실시가 가능한 만큼 15일까지 단일후보를 등록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정한 바 있다.

▲ 14일 오후 다른 문제로 만난 양당 대표가 울산 단일화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프레시안

재가열된 비난전…어부지리는 한나라당

이처럼 지난 6일 단일화에 합의해 놓고도 내외부 변수로 일주일이 넘도록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협상이 지지부진해지자 양당의 골은 다시 벌어졌다.

민노당 김창현 후보는 14일 저녁 강기갑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대거 참석한 가운데, 울산북구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 예정이다. 사실상 '장기전'을 감수한 액션이다. 진보신당 조승수 후보는 '단일 후보 등록을 위해 기다리겠다'는 입장이지만, 그 역시 후보 등록 마감인 15일 오후 5시까지는 등록이 불가피하다.

조승수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양당 간에 숱한 논의와 혼선이 있었지만, 제가 우려해왔던 대로 기존에 합의한 후보단일화는 무산되고 말았다"면서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실무회담도 제안하고 대표회담도 제안했지만,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는 사실상 거절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양당의 후보가 각각 등록하더라도 최소한 내일까지는 후보단일화 방식을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신당 이지안 부대변인은 "민노당 측 실무협상 대표도, 대변인도 아예 연락 자체가 되지 않는다"면서 "답답해서 대표 회동 제의도 했지만 '안 된다'는 것도 아니고 아예 답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김 후보 측은 조 후보 기자회견에 대한 반박성 성명을 내고 "4월 6일 합의안 무산을 선언한 것"이라면서 "결국 조 후보가 마지노선을 제시한 것은 6일 합의를 파기 하기 위한 수순이라는 항간의 의심이 현실로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후보측 이은주 대변인은 "실무협의가 며칠간 안 된 것은 어느 쪽의 책임도 아니고 원래 예정됐던 13, 14일 총투표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며 "진보신당이 연일 성명, 기자회견을 열어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그는 "총투표 문제를 제외한 여론조사 문제에 대한 협의는 빠른 시일 내에 진행할 것이다. 협의할 내용이 사실 몇 개 남지도 않았다"면서 "우리도 단일화가 빨리 합의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진보신당 쪽은 "총투표가 무산되서 각자 등록하게 됐고 이후 총투표 날짜도 못잡았는데 기존에 합의한 내용이 무산됐다는게 뭐가 틀린 말이냐"고 재반박하는 등 양측의 신경전은 감정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러다가 후보등록 뒤의 단일화도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부쩍 많아졌다. 물론 단일화 불발에 따른 정치적 후폭풍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에서 아직까지는 우여곡절 끝에 단일화는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울산본부의 한 관계자는 "현자노조는 아예 15일 등록 전까지 마무리가 되어야 된다는 입장이고, 다른 쪽에서도 '등록은 둘이 하더라도 15일 17시까지 양당이 실무협의로 단일화 방안을 합의하면 실마리가 남으니 그걸 요구하자'는 이야기가 있다"며 타협안이 도출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처럼 단일화 자체가 무산된 건 아니지만 이젠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게 된 건 적지 않은 손실이다.

추가 협상을 통해 양당이 정하는 단일화 과정을 거치더라도,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한쪽 후보의 사퇴라는 좋지 않은 모양새를 피할 수 없어졌다. "힘 있는 진보후보를 선출해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겠다"던 당초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선거구도 정립은 물론이고 단일화 효과가 반감되는 것은 물론이다.

민노당, 진보신당, 민주노총, 현자노조 등의 얽히고설킨 내부 신경전 탓에 어부지리는 한나라당이 챙기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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