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작년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를 받는 문형표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문 이사장은 일단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됐다. 다만, 이날 조사 진전 상황에 따라 피의자로 신분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그는 이날 특검 사무실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당시 국민연금이 삼성합병에 찬성한 배경을 묻는 말에 "짧은 시간에 다 설명해 드리기가 쉽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삼성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저희가 입장을 설명해 드렸던 걸로 안다. 특검에서 잘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삼성합병 찬성 과정에 국민연금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삼성합병에 찬성하고 나서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옮겼다는 지적에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불쾌한 심경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어 최순실씨로부터 삼성합병 찬성에 관한 부탁이 있었는지, 합병 찬성 과정에 문제가 없었다고 생각하는지 등 민감한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사실로 향했다.
그는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있던 작년 7월 산하 기관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유무형의 압력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특검팀이 피의자로 입건한 홍완선 전 본부장이 이끌던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그해 시장의 일반적 예상을 깨고 당시 매우 민감한 사안이던 삼성합병 문제를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전문위원회에 넘기지 않고 자체 투자위원회를 열고 독자 처리했다.
홍 전 본부장은 그 직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이례적으로 면담하기도 했다.
또 홍 전 본부장이 이같이 중요한 문제를 결정할 투자위원회 위원 3명을 표결 직전 직권으로 교체한 사실도 확인됐다.
특검팀은 당시 국민연금을 감독하는 보건복지부 간부급 공무원들로부터 당시 장관이던 문 이사장이 합병에 반대할 것이 예견되는 의결권전문위에 삼성합병을 안건으로 부의하지 말고 기금운용본부 차원에서 독자 결정하라는 취지의 주문을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특검팀은 국민연금의 배임 의혹과 보건복지부의 부당한 압력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문 이사장 조사를 통해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등 청와대와의 연결 고리를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가 직접 국민연금의 삼성합병 찬성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확인된다면 삼성의 최순실 일가 특혜 지원 사실과 맞물려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삼성으로 이어지는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 구성의 여러 고리가 더욱 정밀하게 연결된다.
다만, 문 이사장은 지난달 "안종범 수석의 지시를 받아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에게 합병에 찬성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한편 이날 특검은 오전에 안 전 수석을 소환해 국민연금의 삼성합병 찬성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었으나 안 전 수석은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특검은 오후 소환을 재차 요구했으나 조사 불발 가능성도 점쳐진다.
특검, 홍완선도 오후 재소환…이틀 연속 조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계열사 합병 찬성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홍완선(60) 전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을 연이틀 불러 조사한다.
특검팀은 홍 전 본부장을 27일 오후 2시 강남구 대치동 D 빌딩 사무실로 재소환한다고 밝혔다.
그는 전날 오전 9시 30분부터 이날 오전 4시께까지 '밤샘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가 약 10시간 만에 다시 출석한다.
홍 전 본부장은 작년 7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의견을 내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특검은 그를 상대로 당시 의사 결정의 배경과 보건복지부·청와대 등의 지시 여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측과의 사전 조율 등도 조사 대상이었다.
특검은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숙원 사업이던 두 회사의 합병에 국민연금이 왜 찬성했는지, 청와대 등 부당한 영향력 행사가 있었던 건 아닌지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비선 실세' 최순실(60, 구속기소)씨를 통해 삼성의 '합병 민원'을 전달받고,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지시하는 대가로 최씨 측을 지원하도록 한 게 아니냐는 '제3자 뇌물수수' 혐의가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전날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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