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대선 주자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을 연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도 일정 부분 호응하고 있어 결선투표제 도입 합의가 이번 대선 전에 이뤄질지 주목된다.
안 전 대표는 26일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회동을 갖고 "국민들께서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 구체제 청산을 명령하셨다. 지금 이 순간이 국민께서 만들어 주신 개혁의 '골든 타임'"이라며 "오늘 '8인 정치회의' 멤버의 한 사람으로서 심 대표를 뵈러 왔다. 결선투표제에 대해 심 대표께서 환영해 주셨다"고 말했다.
'8인 정치회의'란 지난달 20일 탄핵 추진 국면에서 문재인·안철수·박원순·이재명·안희정·김부겸·천정배·심상정 등 8인의 정치 지도자가 모였던 회의체다. 당시 이들은 공동으로 "야3당과 국회가 탄핵 추진을 논의해 달라"는 입장을 발표했었다. (☞관련 기사 : 야권 잠룡들 "탄핵 추진 논의해 달라" 소속당·국회에 요청)
안 전 대표는 "여러 당이 존재하는 가운데 적어도 50%가 넘는 지지를 받는 대통령을 뽑아야 현재 대한민국이 처해있는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다"며 "또한 선거제도 개혁을 넘어서 부패 기득권 세력, 특권 세력, 힘 있는 자들의 완강한 반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핵심 법안들을 통과시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 역시 "국회가 손 빨면서 특검과 헌재만 지켜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사법적 단죄는 사법부가 하겠지만, 법과 제도 변화는 정치권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대표적으로는 선거 제도와 관련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되고, 안 전 대표가 말한 대통령 결선투표제, 바로 도입이 돼야 한다"면서 "또 선거연령 18세 인하를 통한 참정권 확대도 이번에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회동 후,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논의를 위한 제2차 '8인 정치회의'를 다른 참석자들에게 다시 요청하기로 심 대표와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대상자를 여권까지 확대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일단 이 사안은 야권 내에서도 이견이 있으니 저번과 같은 대상으로 모이고, 합의가 되면 추후 확대는 가능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안철수 "위헌 소지? 결선투표제 반대는 기득권 논리"
안 전 대표는 심 대표와의 회동 후 기자들과 점심을 들면서도 결선투표제 도입을 거듭 강력히 주장했다. 그는 "(개헌 없이 결선투표제만 도입하는 것에 대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하는데, 헌법학자들 얘기를 들어 보니 오히려 반대 경우도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 67조 3항에 '후보자가 1인일 때에는 그 득표수가 선거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고 돼 있다. 만약 이번 대선 투표율이 80%이고 1등이 40%를 득표했다면 전체 유권자 32%만의 찬성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헌법 67조 5항에 '대통령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돼 있다. 세부적인 것은 법률에 맡기는 것"이라며 "사문화된 조항(67조 2항)에 대한 해석만 가지고 안 된다. 67조 2항(대선 최다 득표자가 2인 이상인 때에는 국회 재적 과반수가 출석한 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자로 한다는 내용)은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 대한 규정)"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 결선투표제에 대해 부정적 의사를 비치고 있는 것처럼 보도된 데 대해 "원래 헌법이나 법률은 정치적 합의가 최우선"이라며 "'방향은 옳지만 실행하기 힘들다'는 얘기는 '경제가 어렵지만 경제 못 살린다'는 얘기와 뭐가 다르냐. 어렵지만 돌파하는 게 정치 아니냐. 어렵다고 포기하면 정치는 왜 하느냐"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개헉 입법은 거의 예외 없이 기득권에서 '위헌 소지'를 들고 나온다"며 "위헌 소지 운운은 대부분 기득권 논리다. 이런 정치 개혁에 누가 반대하는지 찬성하는지를 보면 지금 상태에서 누가 기득권이고 아닌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고 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개헌과 관련해서는 "제일 합리적인 때는 2018년 지방선거"라며 "국민의당 당론도 자세히 보면, 대선 전에 개헌 '투표'를 하자는 것은 아니다. 오는 29일 개헌특위가 구성되면 거기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겠다는 것이고, 대선 전에 개헌 '논의' 자체를 하지 말자는 건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즉시 개헌 추진'을 정한 국민의당 당론을 '2018년을 목표로 개헌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말이다. 그는 대선 관련 질문에는 "지금 대선에 몰입할 때가 아니다. (지금은) 개혁의 적기"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문재인, 4년 전 "대통령 되면 결선투표제 '입법화'"
안 전 대표가 이날 결선투표제와 관련해 "기득권"을 언급한 것은, 현재 야권 대선주자 가운데 여론조사 1위를 지키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사실상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전 대표가 결선투표제에 대해 '개헌 사항'이라는 언급을 한 바 있기 때문이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2일 국가미래연구원-경제개혁연대 합동 토론회 후 기자들과 만나 "(결선투표제는) 헌법이 개정되지 않으면 이번 선거 때는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문 전 대표는 다음날인 23일 인터넷 언론 기자들과의 오찬에서 자신의 전날 발언이 '결선투표제 도입 반대'로 해석되는 것에 대해 "결선투표제는 사실 제가 지난 대선 때 공약했다"며 "저는 찬성인데 왜 저를 압박하느냐"고 하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다만 "지난 대선 때 '결선투표제가 개헌 사항'이라고 해석돼서, 지난 번에 개헌을 공약하면서 개헌 사항 가운데 결선투표제를 포함시켜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기간 중이었던 2012년 12월 2일에는 심상정 당시 진보정의당 대선후보와 만난 자리에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꼭 결선투표제를 입법화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결선투표제가 가능하도록 개헌을 하겠다'고 하지 않고, '입법화'라는 표현을 쓴 것에 눈길이 간다.
또 2012년 11월 28일 진성준 당시 문재인 캠프 대변인은 평화방송(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헌법에 대통령 선거를 단순다수제로 한다고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일견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같은해 12월 3일에는 당시 민주통합당 소속 의원이었던 김용익·김기준·최민희 전 의원이 문재인 캠프가 차려져 있던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사에서 결선투표제 입법 관련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김용익 전 의원은 회견 후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 (결선투표제 도입이) 가능하다"며 "개헌론이 소수"라고 주장했었다. 김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된다.
이를 종합해볼 때 '개헌 없이 공직선거법 개정만으로 결선투표제 도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2012년 당시 문재인 캠프 안팎에서 형성된 공통적인 인식이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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