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한 권종락 외교통상부 1차관은 "(오바마 미 대통령의 발언에) 새 결의안, 어떤 결의안이라는 표현은 있는데 제재 결의안이라는 표현은…"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결의안의 수위를 확정지은 '제재 결의안'이란 말은 없었다는 것이다.
권 차관은 이어 "(청와대) 브리핑이 잘못 된 것인지, 언론보도가 잘못 된 건지는…"이라며 이 대변인의 브리핑이 잘못된 것임을 시인했다.
정상회담에서 양측의 합의에 의해 민감한 내용이 브리핑에서 빠지는 경우는 적지 않지만 상대가 하지 않은 말을 끼워넣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날 아침 <프레시안>이 단독으로 보도한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유추? 우리 대통령 말도 유추해서 발표하나?"
▲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의 만남에 대한 양측 브리핑이 다르다ⓒ청와대 |
이날 외통위에서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우리 발표는 오마바 대통령이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준비 중이라는 것인데 미국 측 발표에는 그냥 '단호하고 일치된 대응을 할 것이다'고만 되어 있다"면서 "과연 이런 언급이 있었냐"고 질의했다.
이에 권 차관이 직답을 피하자 남 의원은 "그러니까 그런 제재 결의안 발언이 사실이냐 아니냐"고 따졌고 권 차관은 "미사일을 발사하면 기존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니까 새로운 결의안을 준비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답했다.
애매한 답변에 대한 추궁이 이어지자 권 차관은 '제재 결의안'이라는 표현이 없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그는 "기존 결의안에 제재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서, 새 결의안을 만들면 제재가 포함될 수 밖에 없다"면서 "그래서 오바마 대통령이 제재 결의안이라고 말 안해도 제재라는 내용이 들어간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변명했다.
이에 남 의원이 "우리 대통령이 뭐라고 말을 해도 그것을 유추해서 전달하냐"고 쏘아붙였고 권 차관은 입을 다물었다.
靑 "'단호한 대응'이 제재 결의안이다" 주장
외교부 차관이 이처럼 '허위 브리핑' 사실을 시인했지만 청와대는 "한미 간에 의견이 다른 게 없다", "충돌되는 사안이 아니다"라는 반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청와대 역시 '오바마 대통령이 제재결의안이라는 말을 했냐'는 질문에 대해선 직답을 피했다.
외교안보 정책과 관련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3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현장에서 대변인이 어떤 뉘앙스로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검토 결과 외교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백악관의 공식 발표문에는 "양국 정상은 북한이 유엔 결의안을 준수토록 설득하는 한편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응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만 명시돼 있고, 고위관계자 배경설명에도 "북한의 예정된 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안 1718호를 위반하는 것이고 미국과 한국은 유엔에서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단호하게 대응할지를 놓고 긴밀한 협의를 하게 될 것"이라고만 나와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유엔에서의 단호한 대응'이란 곧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의 추진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유추해석'했다.
그는 "북한 미사일 문제를 유엔에서 논의한다면 구체적인 대응방안은 여러 가지일 수 있지만 양국이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주장하면서 "유엔에서 결론이 어떻게 날지는 알 수 없지만, 양국이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양국이 똑같이 발표할 필요 있나"
그는 또 "오바마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직접적으로 그런 언급을 했는지 분명히 확인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이동관 대변인이 현장에서 어떤 뉘앙스로 브리핑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만 답했다.
'문제없다'는 청와대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로버트 우드 국무부 대변인은 2일(미국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한국 정부에 따르면 미국이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오바마 대통령이 말했다고 하는데, 이를 확인해줄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집요한 질문 공세에 대해 계속 "말해줄 수 없다"며 확인을 거부했다.
한편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어쨌든 미국 공식 발표랑 이동관 대변인 발표가 다른 게 아니냐'는 질문에 "양국이 항상 똑같은 내용을 발표할 필요는 없는 게 아니냐"고 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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