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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푸틴, 냉전시대 '핵 망령'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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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푸틴, 냉전시대 '핵 망령' 불러냈다

한 목소리로 "핵 능력 강화" 선언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미국의 핵 능력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이날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핵 전투력 강화 방침을 밝혀 미러 양국이 과거 냉전 시대의 핵무기 경쟁 체제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미국은 세계가 핵무기에 대한 분별력을 갖게 되는 시점까지는 핵 능력을 큰 폭으로 강화(strengthen)하고 확장(expand)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 전력 강화를 언급한 직후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가진 국방 관련 연설에서 "전략 핵무기 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특히 현존하거나 앞으로 개발될 미사일 방어체계를 돌파할 수 있을 정도로 미사일 성능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힘의 균형에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특히 러시아 국경을 따라 형성되는 정치, 군사적 상황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 핵무기의 90% 이상를 보유하고 있는 양대 핵 강국 지도자들이 동시에 핵 전력 강화를 천명하자 국제사회에 핵 망령이 부활하고 있다는 우려가 즉각적으로 제기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핵능력 강화를 선언해 미러 양국이 핵무기 수와 크기를 줄기 위해 수십 년 간 해온 노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새로운 군비 경쟁의 망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핵 문제는 (트위터에서) 140자로 표현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만약 (트럼프의) 글이 미국 핵 확장의 새로운 막을 여는 것이라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의 발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첫 해인 지난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에서 선언한 '핵 없는 세상' 구상을 정면으로 뒤집은 선언이라는 평가다. WP는 오바마 대통령이 추구했던 '핵 없는 세상' 정책이 그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프라하 선언 이후 미러 간의 핵군축 협상을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11년 양국은 1991년에 체결돼 만료된 전략무기감축협정을 대체할 후속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장거리 핵탄두를 2200기에서 1550기 수준으로 줄이고, 지상과 해상에 배치된 미사일을 1600기에서 800기로 감축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지만,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은 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30년 간 1조 달러를 쏟아 부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략폭격기 탑재 미사일을 현대화하는, 소위 '핵무기 현대화' 사업을 승인해 핵무기 감축 의지에 의심을 사기도 했다.

결국 트럼프 당선자는 오바마의 유산 중 하나인 '핵 없는 세상' 구호를 뒤집는 한편, 오바마 정부가 실질적으로 추진한 핵무기 현대화 사업에는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그는 대선 기간이던 지난 10월 TV 토론에서 "미국 핵무기는 낡고 구식이다. 이는 매우 좋지 않다"며 집권 시 핵무기 확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도 지난 10월 "미국의 러시아에 대한 비우호적 행동으로 전략적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생기고 있다"며 미국과 체결한 무기급 플루토늄 관리 및 폐기 협정(PMDA)을 잠정 중단하도록 지시하는 등 미국과의 핵 경쟁 불사 방침을 밝혔다.

트럼프 당선자와 푸틴 대통령의 핵 전력 강화 방침이 알려지자 핵 감축 단체인 <글로벌 제로>의 데릭 존슨 국장은 "단 한 개의 핵무기 사용도 전 세계 인류와 환경, 경제에는 재앙이 될 것"이라며 "미국과 러시아의 핵 경쟁은 악몽 같은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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