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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기득권은 눈 감아도 되나?

[민미연 포럼] 야당이 집권하면 삶이 달라질까?

대통령을 끄집어내린 위대한 한국인들

7주 동안 전국을 뒤덮은 국민들의 촛불집회는 거대한 해일과도 같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야당들도 그 기세에 눌려 탄핵 진영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었고, 절반 가량의 여당 의원들도 결국 표결에서 합세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치 생명이 끝날 것 같은 두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박근혜 씨는 끝까지 권력을 내놓지 않으려고 이리저리 잔머리를 굴렸으니, 결국 탄핵 심판을 면할 수 없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지난 3년 10개월에 걸친 박근혜의 집권 기간은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였다. 그는 처음부터 마치 전제군주와 같이 권위주의적인 태도로 국민들을 대했고, 어떤 대화나 소통도 거부했다. 심지어 장관들과도 대면하지 않으려 했다. 뜻에 맞지 않거나 자신에게 저항하는 사람들은 검찰총장이나 여당의 유력 간부라 할지라도 가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끌어냈다. 청와대 안보실장과 국정원장 자리에 군인 출신을 앉힌 다음 공안 몰이를 일삼았고, 뚜렷한 명분도 없이 통진당 해산을 무리하게 밀어붙였다.

세월호 참사를 납득할 수 없는 방식으로 처리하고 그 진상 규명을 막았으며, 개성공단 폐쇄로 남북관계를 파탄시키고, 일본과 위안부협정 및 한일군사보호협정을 제멋대로 체결했고,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국의 위치를 동아시아 국제 정치에서 매우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또 편파적인 노동법 개정을 추구하고, 국정 역사교과서 편찬을 시도하는 등 반동적 태도도 보였다. 언론에도 재갈을 물려 KBS 이사장에 '뉴라이트' 인물을 앉히는 등 신문과 방송을 거의 완전히 장악하고 걸핏하면 고소와 벌금 폭탄으로 국민들의 알 권리를 제한했다.

그런데 이 모든 정책에서 보인 독선적인 태도가 그의 것인 줄만 알았더니, 이제 알고 보니 최순실이라는 엉뚱한 인물이 뒷선에서 개입한 결과였다. 말하자면 공적 기구를 배제하고, 자격이 없는 사적 인맥들을 통해 거의 모든 정책을 처리함으로써 관료 기구를 능멸한 것이다. 국민들은 물론이지만, 보수 쪽에 속하는 콧대 높은 고위 관리들이나 장군들까지도 분개할만한 일이 벌어졌다. 부정과 부패는 그 필연적인 결과일 뿐이다.

이제 늦어도 몇 달 뒤면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만약 탄핵이 가결되면 법 규정에 따라 두 달 안에 대선이 치러지고, 새 정권이 들어서게 될 것이다. 나는 일부 사람들이 우려하듯 헌재가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물론 보수 세력은 최대한 판결을 늦추려 할 것이므로, 어느 정도 늦어질 가능성도 있으나 거기에도 한계는 있을 것으로 본다. 여하튼 국민들이 헌법재판소를 계속 주시하며 필요하면 적절하게 압박을 가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최형락)

믿을 수 없는 야당 세력들

탄핵 문제가 헌재로 넘어가자마자, 각 정당과 정치인은 다음 대선에서 이해득실을 따지며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문재인 씨는 탄핵 이후에도 계속 박근혜 씨의 즉각 퇴진을 외치고 있는데, 빨리 선거를 치러야 가장 지지율이 높은 자신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반기문 씨도 이제 본격적으로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처럼 보인다. 탄핵 국면에서 급부상해 지지율 3위가 된 이재명 씨는 더불어민주당 내 여러 후보자와 공동팀을 만들자는 제안을 했는데, 뉘앙스로는 문재인 씨를 빼고 하는 이야기 같다. 물론 지금 상태라면 새누리당이 심각한 타격을 받은 상태라 야당 출신이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야당 대통령이 당선되면, 우리의 삶은 좀 나아질까?

나는 민주당이나 국민의당 같은 보수 야당들이 정권을 잡는다 해도 우리의 삶이 별로 개선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민주당은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 여당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녔을 뿐 민생을 위해 투쟁한 일이 거의 없다. 심지어 지난 총선에서 여소야대 국면이 만들어진 다음에도 그렇다.

문재인 씨가 지난 11일 촛불 민심을 받들기 위해 청산하고 개혁해야 할 여섯 가지를 발표했다. 그러나 거기에도 잘못한 사람들을 처벌하고 제도를 바로 잡는다는 이야기뿐, 민생과 직접 관련한 이야기는 없다. 기껏 하나 들어간 것이 '정경유착을 엄중히 처벌하고 재벌개혁의 계기로 삼는다'는 두루뭉술한 이야기다. 이런 정도의 안목으로 어떻게 다음번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일자리 부족과 저임금의 해소이다. 노동인구의 절반 이상이 실업과 반실업, 비정규직의 고통에 떨고 있다. 또 수백만 명은 일해 봤자 인건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 모두 하루하루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반면, 최상층 10%에 속하는 소득계급은 터무니없이 높은 임금과 직업 안정성을 누리며 삶을 구가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도 안 되는 사이에 소득불평등이 크게 증가하여 미국 다음의 세계 2위가 되었다. 우리가 모두 신자유주의와, 삼성전자의 급성장에 넋을 잃고 있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나는 다음 정권이 최소한 임금 평준화만은 어느 정도 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우파와 좌파의 강고한 기득권 체제를 분쇄해야 한다고 믿는다. 나는 '동일 노동·동일 임금'과 같이 한국에서 이루기 어려운 꿈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같은 직종에서도 4~5배 정도 나는 임금 격차를 최소 2~3배 정도까지라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만 해도 매우 큰 성과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우파와 좌파의 기득권을 해체해야 한다고 본다.

페이스북에서 어떤 좌파 지식인이 기존 지배 구조를 깨기 위해 미국과 재벌 의존 심리, 그리고 '조중동'을 타파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는 것을 봤다. 나는 그런 주장에 반대한다. 미국-재벌-조중동과 결합하고 있는 것은 보수 우파 세력이다. 그러나 한국의 지배 구조를 이루는 것은 우파 세력만이 아니다. 진보 좌파 세력도 마찬가지이다.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 같은 조직된 노동 세력에 몸담는 대기업 노동자들, 공기업 직원, 공무원, 교사, 대학 교수 같은 사람들은 한국에서 차별적인 임금과 직업 안정성을 누리는 혜택 받는 소수 기득권에 속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진보의 이름으로 재벌만을 비난하며 약자인 척 행동하는데 익숙하다. 나는 우리가 보다 평등한 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의 위선적인 가면을 벗겨야 한다고 믿는다.

언젠가 잠이 일찍 깨어 새벽에 페이스북에 좌파 기득권에 대한 글을 실었더니, 곧바로 어떤 노동자가 기분이 나쁘다며 욕설을 퍼부었다. '왜 욕을 하느냐?'며 '당신은 정규직이라 괜찮을지 모르나 비정규직 생각은 해 봤느냐? 당신은 정규직이라도 당신 자식은 비정규직이 될 수도 있지 않느냐?'며 따져 물었더니, 나중에는 누그러져 하는 말이 가관이었다. 자기는 택배기사인데 비정규직이고, 40세인데 아직 장가도 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욕설보다 그의 우울한 답변에 더욱 가슴이 막막했다.

이 사람이 왜 그런 태도를 보였을까? 한국의 노동 운동이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나는 한국에서처럼 상층 노동자만을 위한 이기적인 노동 운동은 '노동 운동'의 이름을 붙일 자격이 없다고 본다. 단지 자신들의 이익만을 지키려는 반동적인 기득권 운동일 뿐이다. 나는 우리 국민들이 대선 국면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속해야 할 촛불 혁명을 통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좌파 기득권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사람들이 광장과 거리에서 이 문제를 계속 논의해야 한다고 믿는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촛불을 조직하려는 발걸음이 부산하다. 또 하나의 권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다. 권력이 아니라,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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