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이날 새벽까지 이어진 여야 협상이 한나라당의 거부로 백지화되자 나온 조치로, 그대로 직권상정이 강행될 경우 김 의장이 한나라당의 압박에 무릎을 꿇었다는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김 의장은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를 2시간 늦춰 4시로 소집했다. 김 의장이 15개 법안에 대한 심사기한을 오후 3시로 정해놓았기 때문에 특단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직권상정은 기정사실화되 되고 있다.
김 의장은 "여야는 대부분의 이견을 해소하고도 최후의 쟁점인 일부 미디어 관련법의 처리 시한과 방법에 대해 합의하지 못해 그간의 모든 협상이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며 심사기간 지정 이유를 밝혔다.
그는 "사실상 남은 쟁점은 일부 미디어 관련법의 처리 시한과 방법을 법안에 명기해 달라는 여당의 입장뿐"이라면서 "지정된 심사기간 내에 극적인 타협을 이뤄 성숙된 국회의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도록 야당이 다시 한번 생각해 주길 요청한다"며 민주당을 압박했다.
김 의장은 "여당에서는 가장 쟁점이 되고 있는 방송법과 관련해 본회의 표결에 앞서 대기업의 지상파 방송 참여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수정안이 나와야 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나라당 허원제 의원이 발의해놓은 방송법 원안에는 대기업 지분참여를 20%까지 보장하고 있지만, 한나라당이 "0%로 낮출 수 있다. 다만 신문사의 방송참여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만큼 이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하라는 것.
하지만 이날 김 의장이 서명한 15개 법안은 미디어법 뿐만이 아니다. 추후 논의키로 한 산업은행법, 금융지주회사설립법 등 경제분야의 쟁점법안이 모두 포함됐고 통신사업자의 감청장비의무화로 인해 "휴대전화 감청의 길을 활짝 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마저 포함됐다.
김 의장이 거의 완벽하게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준데 대해 야당은 일제히 반발하고 있다. 이날 오후 4시 본회의에서 물리적 충돌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전부터 펼쳐진 김 의장에 대한 한나라당 강경파, 지도부, 일부 보수언론, 청와대의 전방위적 압박도 이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12시에 해제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본회의장 앞 로텐더 홀 점거를 이날 오후까지 이어가고 있다. 결국 "직권상정할 때까지 점거한다"라는 애초 공언을 지킨 것.
김 의장이 심사기한 지정에 서명한 15개 법안과 발의자는 다음과 같다.
△방송법 (한나라당 허원제)△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한나라당 구본철) △신문 등의 자유와 기능보장에 관한 법 (한나라당 한선교) △은행법 (한나라당 박종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한나라당 김영선) △한국산업은행법 (한나라당 김영선) △ 한국정책금융공사법(한나라당 김영선) △금융지주회사법 (한나라당 공성진) △한국토지주택공사법(홍준표) △토지임대부분양주택공급촉진을위한특별조치법(주호영) △국가균형발전특별법(정부) △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대안) △국민건강보험법(대안) △국민연금법(대안) △통신비밀보호법 (한나라당 이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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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에 대해 민주당 조정식 원내부대표는 "민주당은 언론관계법 처리와 관련해 김형오 국회의장에게 한나라당의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처리 한다'는 요구를 수용한다고 밝혔다"며 "김형오 의장과 한나라당은 자신들이 전제조건으로 내건 요구를 대승적으로 수용한 만큼 직권상정방침 철회하고 협상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법의 경우 사회적합의기구를 통해 향후 4개월 간 논의한 뒤 표결처리를 하자는 주장으로, 현재의 쟁점인 처리 시기와 방법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은 이것이 마지노선으로 보인다.
반면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가 로텐더홀에서 이어지고 있는 점거농성장에서 "의장이 직권상정하기로 했다"고 전하자 의원들은 박수로 환영했다. 홍 원내대표는 "본회의장 문이 열리면 단상부터 에워싸라"며 "오늘부터 밤까지만 고생하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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