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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앞 환호성 "234 가결! 우리가 승리했다!"

[현장] 2만여 시민들 '감격'... 역사적 현장 앞 '인증샷'도

"234! 가결!"

누군가 소리쳤다. 자리에 앉아 움츠리고 있던 2만여 명이 파도타기하듯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박근혜는 탄핵됐다! 우리가 승리했다! 시민이 이겼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9일 오후 4시 10분경, 서울 영등포 국회 정문 앞 풍경은 그야말로 축제였다.

▲탄핵안 가결 소식에 기뻐하는 시민들. ⓒ프레시안(서어리)

▲9일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과 경찰들. ⓒ연합뉴스

오후 3시. 국회 밖 "박근혜를 탄핵하라" 압박

국회의원들에게 탄핵안 가결을 압박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2만 여 시민들은 국회 정문 앞에서 발이 묶였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전날 '국회 앞 집회'만 허용하겠다고 발표한 것. 이에 시민들은 국회 담장 너머에서 "박근혜는 범죄자다", "범죄자는 감옥으로", "박근혜를 탄핵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당초 국회 본관 앞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 주최 집회도 국회 밖에서 오후 세 시경 진행됐다.

ⓒ연합뉴스

이날 세월호 유가족 40여 명이 국회 본회의를 방청한 가운데, 희생자인 고(故) 유예은 단원고 학생의 어머니 박은희 씨는 장외 집회에 참석해 탄핵안 가결을 기원했다. 박 씨는 "아이들이 죽어가는 시간 동안 대통령은 아름답게 머리를 매만졌다. 그게 사람이냐"며 "오늘 반드시 탄핵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인간 같지 않은 자들을 이곳에 발도 못 붙이게 해야 한다"고 했다.

박 씨의 발언에 시민들은 박수를 보내며 "아이들을 살려내라", "박근혜를 끌어내자"고 외쳤다.

시민들은 집회 발언을 들으면서도 틈틈이 휴대전화 등을 통해 국회 본회의 상황을 생중계로 지켜봤다. 정세균 의장이 탄핵소추안 상정을 공표하자 시민들은 상황을 주변에 공유하는 한편, "드디어 시작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생중계 화면에 의원들이 차례차례 투표소에 들어서는 모습이 잡히자, 시민들의 기대감은 초조함으로 바뀌었다. 시민들은 지치지 않고 국회를 향해 "박근혜를 탄핵하라"고 소리쳤다.

3시 50분께 개표가 시작되자 국회 정문 앞에도 무거운 긴장이 흘렀다. 시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거나 손톱을 깨물며 줄곧 생중계를 지켜봤다.

▲굳게 닫힌 국회 정문 너머를 지켜보는 시민들. ⓒ프레시안(서어리)
▲탄핵안 가결 뒤 국회와 경찰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는 시민. ⓒ프레시안(서어리)

오후 4시. 부둥켜 안고, 춤 추고, 환호 "역사적인 날"

긴장이 극에 달할 즈음, 웅성거림 속에 정문 바로 앞 누군가 크게 소리쳤다.

"234! 가결!"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일어나 양 손을 번쩍 들며 '와아' 함성을 내뱉었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는 표정이던 시민들도 곧 "탄핵안 가결" 뉴스 속보가 나오자 일제히 일어나 환호성을 질렀다.

만세를 부르고, 옆 사람과 부둥켜 안고, 또 어떤 이들은 춤을 췄다. 1분 전까지 질서정연하던 연좌 대오가 순식간에 들썩거렸다.


시민들은 가결을 예상했지만 그래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한 시민은 "꿈만 같다"며 "살다 보니 이런 날이 온다"며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않았다.

▲'박근혜 탄핵을 축하합니다, 이제 감옥으로 갑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 앞에서 인증샷을 찍는 시민들. ⓒ프레시안(서어리)

어떤 이들은 정문 앞에 '박근혜 탄핵을 축하합니다, 이제 감옥으로 갑시다'라는 문구가 적힌 커다란 현수막을 폈다. 시민들은 이 현수막 앞에서 "역사적인 순간에 역사적인 현장에 있다"며 '인증샷'을 찍었다.

'국민행동' 방송 차량에선 "대한민국은 민주 공화국이다"라는 가사로 시작하는 민중 가요 '대한민국 헌법 제1조' 노래가 나왔다. 시민들은 이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어깨를 들썩였다.

가결 소식을 전해들었는지 경찰은 정문 앞 도로 사이를 꽉 막고 선 경찰차들을 철수시켰다. 시민들은 도로를 횡단하며 소리를 질렀다.

2만여 시민들의 환호 속에, 국민행동이 성명을 낭독했다. "부결 시 성명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국민행동은 이날 '234표 찬성, 탄핵안 가결' 결과에 대해 "광장의 위대한 촛불이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즉각 퇴진·적폐 청산을 위한 촛불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시민들은 국회 정문 앞 공식 집회가 끝난 후로도 '박근혜 탄핵'을 축하하는 발언과 율동 등을 이어갔다.

ⓒ프레시안(서어리)

다음은 국민행동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낸 성명 전문이다.

오늘 국회에서 범죄자 박근혜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주권자인 국민의 명령에 따른 마땅한 결과다. 탄핵소추안 가결은 박근혜 정권 즉각퇴진을 요구하며, 전국 방방곳곳의 광장에 나선 국민촛불의 위대한 힘이 이룬 소중한 성과이다. 촛불시민은 '명예로운 퇴진', '질서있는 퇴진' 등 국민을 기만하고, 당리당략에 근거하여 기회주의적 행태로 일관하던 정치권에 일침을 가하고, 탄핵소추마저 불투명하게 만들려는 저들의 계획을 포기시켰다. 오늘 탄핵소추안 가결은 국회가 아닌 주권자인 국민의 힘으로 이뤄냈다. 탄핵에 동참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은 주권자의 명령을 거부한 박근혜 체제의 부역자들이다. 박근혜와 더불어 역사의 심판대에 오를 것이다.

탄핵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 박근혜는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더라도 즉각 퇴진 의사가 없음을 이미 밝혔다. 이는 국민과의 대결을 계속하겠다는 선전포고이다. 탄핵소추안 가결은 박근혜가 '즉각 퇴진'해야 할 이유를 국회가 명확히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분명히 선언한다. 촛불민심은 여전히 '즉각 퇴진'에 있다. 박근혜는 지금 당장 퇴진하라.

국정농단 정책을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강행하고 있는 황교안 권한대행과 그 내각은 박근혜의 공범자들이다. 즉각 사퇴해야 한다. 국민경제를 망가뜨린 공범자 재벌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를 연발할 뿐, 자신의 죄를 부인하고 있다. 박근혜의 적폐들을 청산할 때만이 미래를 꿈꿀 수 있다. 경영승계를 위해 눈감아줬던 수많은 재벌특혜 청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백남기 농민 살인진압 진상규명, 국정교과서 폐기, 해고 규제를 완화하는 노동개악 폐기 및 한상균 석방,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의료 및 철도 민영화 중단, 사드배치 철회, 일본군 '위안부' 굴욕합의 폐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민주주의 헌정유린 청산, 언론장악 시도 중단 등 박근혜 체제의 적폐가 완전히 청산되어야 한다.

정치권에 준엄히 경고한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즉각 퇴진'과 '적폐 청산'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당리당략에 따라 움직이고, 박근혜 정권 퇴진운동의 성과를 자신의 정치적 성과물로 전유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용납할 수 없음을 명백히 밝힌다. 헌법재판소 역시 주권자의 의지를 올곧게 반영한 심판으로 박근혜 정부가 유린한 헌법정신을 바로 세우기 바란다.

우리는 박근혜 즉각 퇴진과 적폐 청산의 촛불을 더욱 확산시킬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당장 내일(12.10) 열릴 '박근혜 정권 끝장내는 날'은 촛불시민의 끝나지 않는 분노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절절한 열망을 보여줄 것이다. 오늘 우리는 투쟁의 한 고비를 넘겼을 뿐이다. 아직 우리에게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오늘을 만든 촛불시민의 힘으로 더 큰 산맥을 넘어 마침내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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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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