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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길댁 남편이 제주도청을 찾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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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길댁 남편이 제주도청을 찾은 까닭

[함께 사는 길] 제주도의 골재수급 파동

지난 10월 31일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가 열리던 제주도청.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소길댁' 이효리의 남편으로 유명한 가수 이상순 씨였다. 2013년부터 결혼과 함께 제주도 애월읍 소길리에 터를 잡고 살면서 이효리 씨는 소길댁으로 불려 왔고 지금도 많은 팬들이 찾고 있다. 제주도에 내려온 이후, 조용히 살기 위해서 언론과의 접촉을 꺼려온 이상순 씨는 많은 고민 끝에 환경영향평가심의회가 열리던 도청을 찾았다. 소길댁이 살고 있는 집 옆으로 토석채취 확장사업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2007년부터 ○○산업은 소길리에서 채석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차례 사업연장을 받아 올해 10년째 운영 중이다. 그런데 사업만료를 앞두고 ○○산업이 다시 토석채취 확장을 위해 환경영향평가심의를 받게 된 것이다. 소길댁 부부는 애초에 이사 올 때 채석장이 있는 것을 알았지만, 10년이 만기되면 끝날 것으로 알고 이사 왔다고 한다. ○○산업은 주민들에게도 10년만 운영한다고 약속했지만, 다시 사업 연장을 시도한 것이다. 채석장에서 소길댁 자택까지의 거리는 300미터에 불과하다.

이것은 비단 이곳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제주도에 있는 모든 채석장들이 채석장 연장을 시도하고 있다. 그 이유가 뭘까? 그것은 바로 최근 제주도에 엄청난 건설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 그동안 골재채취사업으로 곶자왈의 일부가 완전 전멸되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부동산 투기장으로 변해가는 제주도

전국적으로 경기는 침체되고 있지만 제주지역만은 대부분 경기지표에서 다른 지역과 대비되는 '나 홀로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광공업생산, 소매판매, 취업자 수 등에서 다른 지역과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2015년 한해만 해도 13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다녀갔고 제2공항, 제주신항 등의 대형 국책사업이 추진되고 중국자본 등 거대자본들이 제주도에 각종 관광시설을 지으며 부동산 투자가 호황을 누리는 것도 연관이 있다. 이러다 보니 제주도 전체가 개발사업으로 들썩이고 있으며 건설 자재를 납품할 골재가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각종 SOC, 오라관광단지, 애월항, 제주해군기지 등 대규모 사업과 주택신축 붐이 이어지면서 시멘트와 골재 수급난이 일어나고 있다.

건설 업체들은 골재가 부족하다며 아우성이고, 시민단체는 환경파괴를 우려하며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반대하고 있어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운영되다 종료되었거나 현재 운영 중인 채석장은 13곳이다. 7곳의 채석장이 사업 종료되었고 현재 6곳이 운영 중이며 2곳의 연장 신청이 들어와 있는 상태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연간 골재 사용량이 300만 ㎥(㎥)까지 치솟으면서 잔여량 600여만㎥도 향후 2년이면 동이 날 처지다. 이처럼 골재 수요가 늘자 골재채취 업체들은 연이어 채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미 6개 업체가 신규허가나 기존 사업장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골재채취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이들 업체가 신청한 물량은 922만㎥로 제주에서 2~3년간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이마저도 현재 수요량을 단순 적용한 수치여서 고갈 시점은 더 빨라질 수 있다. 실제 도내 골재 채취량은 2007년 105만8000㎥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82만8000㎥로 8년 사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300만㎥를 넘어설 전망이다. 수요가 늘면서 골재 가격도 치솟았다. 2013년 1㎥당 6000원에 살 수 있었던 골재가 지난해 1만7000원으로 오른데 이어 최근에는 2만40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3년 사이 최대 4배까지 가격이 뛴 것이다. 이러다 보니 제주도는 최근에 하천·바다·산림의 골재채취 단지의 허가기간을 종전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는 계획을 포함한 '제주특별자치도 골재채취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해 시민사회단체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있다. 또한 골재 채취 공영화도 준비 중이다.

곶자왈을 파먹는 골재채취사업

그동안 곶자왈이 개발된 면적 중에 채석장의 면적은 1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다른 개발사업에 비해서 더욱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채석장은 다른 관광시설에 비해 모든 식생과 바위, 흙마저도 제거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사실상 완전한 곶자왈의 절멸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부지역 최대 곶자왈인 한경-안덕곶자왈의 경우, 그동안의 채석장 개발로 인해 상당 부분 사라져버렸다. 바위 위에 형성된 숲인 곶자왈은 토석채취사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이다.

하지만 작년에도 한경-안덕곶자왈 지역에 토석채취 허가를 내주었듯이 아직도 곶자왈 내 채석장 허가는 이뤄지고 있다. 한반도 최대 상록활엽수림을 갖고 있다는 선흘곶자왈의 경우, 예전부터 몇몇 업체에 의해 채석장 사업이 진행되어오다 최근에는 다려석산 토석채취사업의 사업허가요청이 들어와 이에 대한 환경영향평가심의가 진행되고 있다.

▲ 다려석산 채석장 사업 예정지. 1만 년 나이를 가진 숲을 당장의 골재채취로 없야야 하는가. ⓒ제주환경운동연합

사업자와 제주도 당국에서는 사업예정부지를 선흘곶자왈이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지만, 지질학적인 특성이나 생태적 특성을 볼 때 명백한 선흘곶자왈이다. 만년의 세월을 두고 만들어진 선흘곶자왈의 원형은 토석채취 사업이 진행되면 결국 완전히 사라지고 만다. 당장의 골재수급을 위하여 1만 년의 시간과 울창한 숲, 습지, 수많은 생명을 버려야 하는가? 곶자왈은 더 이상 건설자재를 파내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처럼 1만 년의 나이를 가진 곶자왈 같은 산림지역에 대한 골재채취도 문제가 크지만 하천과 바다의 골재채취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제주도는 기후변화로 인해 잦은 비가 계속되고 있고, 강한 태풍의 영향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하천의 골재채취가 재해의 위험과 더불어 많은 토사의 유출로 하류지역과 연안에 피해를 입힐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게 만드는 대목이다. 바다의 경우에도 최근 연안오염 심화를 시작으로 골재채취로 인한 해양환경과 경관파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더욱더 심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제주도가 양적인 팽창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관광객의 확대 정책, 관광시설의 확대 등 모든 것들이 건설 중심의 사업들이다. 이러한 건설사업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골재는 늘 모자랄 수밖에 없는 것이다. 더군다나 좋은 골재를 얻기 위해서는 곶자왈을 파헤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앞으로 당장 3개의 초대형 건설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제주신항 사업은 기존의 제주외항 보다 3배 이상 크고, 비용도 항만개발에만 2조4000억 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기존의 탑동매립이 16만5000제곱미터(㎡) 규모인데 비해, 제주신항은 211만3000㎡(64만 평)로서 지금의 면적보다 13배나 더 넓은 바다를 메우게 된다. 이 바다를 메우기 위해 토석을 채취해야 되는데 그것은 도내의 곶자왈이나 초원에서 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제주 제2공항 사업이다. 작년에 전격적으로 결정된 이 사업은 조그만 제주섬에 2개의 공항이 들어서게 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평수만 150만 평이 넘는다. 공항 부지뿐만 아니라 옆의 인프라시설까지 포함하면 향후 10년간 제주도를 들썩이게 할 초대형 사업이다.

세 번째는 최근에 환경영향평가심의회를 통과한 오라관광단지 사업이다. 이곳은 제주시민의 바로 머리 위에, 그리고 한라산 자락의 바로 아래에 위치한 중산간 핵심지대에 위치한다. 100만 평이 넘는 면적에, 6만 명이 상주하고 카지노와 숙박 중심으로 운영되는 복합리조트다. 제주시민의 머리 위에 또 하나의 도시를 만드는 셈이다. 이 세 가지 사업만 해도 제주의 곶자왈을 얼마나 파헤쳐야 할지 모른다.

개발의 방식을 바꿔야 할 시점이 됐다

제주도의 소중한 미래자산을 갉아먹으면서까지 이런 대규모 시설을 지어야 하는 것일까? 결국 건설자본을 살리기 위한 사업을 계속해야 되는 것일까?

이런 대규모 개발이 아닌 개인주택과 아파트 등 민생과 직결된 골재들은 공영개발을 통해 공급하면 된다. 나머지 건설자본과 부동산 자본을 위한 대형 사업들은 규모를 축소하거나 비싸더라도 도외에서 공급받는 것을 택하는 방법을 강제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안은 건설폐기물 재활용 방식을 통한 골재수급이다. 제주도에는 건축물의 해체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건설폐기물 5톤 미만은 신고 대상이 아니어서 혼합쓰레기로 분류되어 매립장으로 간다. 그래서 3,4층 건물을 해체해도 건설폐기물은 매립장으로 가게 되고 매립장 포화에 일조하고 있다. 그러므로 조례를 개정해서 하한선을 대폭 낮춰서 웬만한 건물을 해체하면 순환골재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즉, 순환골재율을 높여서 지금의 부족한 골재수급을 보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대규모 건설사업을 지양하고 순환골재율을 높이지 않으면 제주도의 골재수급난은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꾸지 않으면 제주의 미래는 암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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