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용산참사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군포 연쇄살인사건을 활용했다는 '이메일 홍보지침 파문'과 관련해 지난 1주일동안 두문불출하던 이동관 대변인이 19일 브리핑에 나섰다.
하지만 이 대변인은 이날 사태에 대한 경위 설명이나 해명도 없이 "이제 그만 논란을 접자"는 식의 '뭉개기'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엄청난 음모사건도 아닌데…까먹었다"
우선 이 대변인은 이메일을 보낸 시점, 문제의 이메일이 경찰청 외 김석기 내정자의 인사청문팀에도 발송됐다는 의혹 등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이 대변인은 "이메일은 지난 3일에 보낸 것으로 돼 있는 게 아니냐"면서 "또 청문팀에도 그런 것으로 보낸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의혹이 있다고 하면서, 그게 맞냐고 물어 보면 대답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언론에 보도된 이메일의 내용과 관련해선 "대체로 취지는 비슷하지만, 정확히 일치하진 않는다"며 "보도된 이메일이 실제본이 아니라 구전(口傳)된 것이 아니었느냐"고 했다.
이 대변인의 '사실 확인'은 여기까지였다. "청와대가 구체적으로 이번 사태를 파악한 시점이 언제였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 대변인은 "엄청난 대형 음모 사건도 아닌데 시시콜콜하게 기억하지 못 한다"고 했다.
해당 이메일을 발송한 이모 행정관을 조사한 시점에 대해서도 이 대변인은 "까먹었다"고 답했다.
사과는 커녕 '재발방지 약속'도 없었다. 이 대변인은 "개인적 돌출행위는 어디에나 있다"면서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해서 근무기강을 세우는 것 말고 또 있겠느냐"고 말했다.
"지휘라인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내부적으로 논의는 해 보겠지만 그럴 만한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이 대변인은 "실체가 없는 일을 갖고…"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며 "정쟁은 정쟁하는 사람들에게 맡기고 이제 그만 끝내자"라고 했다.
"행정관의 돌출행동이라고 하더라도 청와대 내부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기자들의 지적에 대해 이 대변인은 "그럼 시스템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기사를 쓰면 되는 게 아니냐"고 쏘아붙이기까지 했다.
'도망다니는 청와대' 지적엔 "굉장히 바빴다"
한편 의혹이 불거진 이후 지난 1주일 간 정례 브리핑이 이뤄지지 못한 대목을 두고는 "바빴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변인은 "물론 선의의 비판은 받아들이며 미필적 고의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부인할 생각은 없지만, 어제, 그제는 굉장히 바빴다"면서 "바쁜 와중에 하루에 3번이나 서면 브리핑을 했는데 무조건 안 나타났다고 하면 좀 섭섭하다"고 했다. 파문확산을 우려한 '언론 피하기'가 아니었다는 항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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