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안 작성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이 중 하나가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초선, 서울 강서갑)이다. 검사 출신인 금 의원은 "제가 기초를 잡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고 겸양했다. 탄핵소추안에 대한 '저자 직강'을 <프레시안> 독자들에게 제공한다.
금 의원은 향후 특검이 해야 할 일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박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입증이라고 지적하고, 향후 탄핵을 가결시킨 이후에도 이와는 별개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동시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국회는 반드시 탄핵을 가결시켜야 한다고 금 의원은 강조했다. "국회가 탄핵마저 제대로 못한다면, 국민들의 분노를 무슨 명분으로 막겠나?"라고 그는 우려했다.
지난주 야권의 '분열' 단초가 됐던 '2일이냐 9일이냐'에 대한 의견도 물었다. '2일파'였던 금 의원은 "당시에는 9일에 한다고 가결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보장이 없었다"며 "(다만)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이 230만 명이나 주말 촛불집회에 나와 주셔서, (9일) 가결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 의원은 왜 박 대통령의 '4월 자진 하야'가 아니라 '탄핵'이 최선의 해법인지에 대해 "현실적으로 가장 공백과 혼란이 적은 것이 탄핵"이라며 "확실성의 측면" 등 4가지 이유를 들어 탄핵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약속을 믿을 것이냐, 아니면 헌법에 보장된 법적 절차를 따를 것이냐의 문제라는 게 그의 지적이었다.
다음은 금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
"탄핵 사유 차고 넘쳐…헌재, 최대한 빨리 결정 내릴 것"
프레시안 : 금 의원이 탄핵소추안 작성을 주도했다고 들었다. 역사에 남을 문서인데, 작성에 참여한 소감은?
금태섭 : 제가 다 했다고 할 수는 없고, 체계를 잡고 전문가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 문제는 어떤 의견을 반영하느냐였다. 중간에 이런저런 의견에 흔들리지 않는 게 중요했다. 진행 상황에도 관리가 필요해서 제가 기초를 잡고 했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의 평가는 이미 사실상 끝났는데, 사법적으로 보면 무엇이 탄핵의 중점 사유가 되나?
금태섭 : 헌법학자와 실무자들과 얘기했는데, 탄핵 사유는 넘치고 넘친다. 헌법상 거의 모든 조항과 원칙을 위반했다. 단순히 정치적 견해가 다른 게 아니라, 기본적인 대의민주주의와 국민주권주의의 원리의 문제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는 근본적인 부분에서 틀렸다. 그래서 탄핵 사유를 찾는 데에 전혀 어려움은 없었다. 다만 법적인 재판이니,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는 노력은 했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당시의 헌재 결정문을 보면, 당시 헌재는 '뇌물'을 특정했다. '대통령이 뇌물죄 같은 범죄를 저지르면 탄핵의 사유가 된다'고 헌재는 봤다. 그래서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프레시안 : 만약 헌재에서 법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있다면, 쟁점은 무엇이 될 것으로 보는가?
금태섭 : 법적 쟁점보다는 사실관계 부분이다. 박 대통령은 전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다는 식이다. 때문에 그 사실관계 부분을 어떻게 심리해서 판단하느냐가 쟁점이 될 것 같다. 다만 형사재판은 유무죄 여부 판단뿐 아니라 형량도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공소장 내용 하나 하나를 엄격히 증명해야 하는 반면, 헌재의 탄핵심판은 '헌법과 법률 위반이 중대한가', 즉 '대통령을 파면시키면 국정 공백이 올 텐데, 그 공백을 감수할 만큼 위반이 중대하냐'를 주로 본다. 따라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본다.
프레시안 :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데 있어서, 세월호 7시간이나 뇌물죄 부분을 넣으면 오히려 시간이 더 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에서 있었다.
금태섭 : 특히 뇌물 부분에 대해 그런 걱정이 있는데, 사실 뇌물은 새로운 사실을 심리할 게 많지는 않다. 예를 들어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15년 7월경 김창근 SK하이닉스 회장을 만났고, 이후 SK는 미르 재단 등에 수십 억 원을 냈다. 박 대통령과 김창근 회장이 만난 이후인 8월에 최태원 SK 회장이 사면된다. 대통령이 수십 억 원을 받았고 그 기업 총수가 사면됐다면 구체적 청탁이 없어도 그 자체를 뇌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최태원 회장이 사면된 건 공식 문서에서 인정된 사실이다. 뇌물 부분은 그런 식으로, 이미 공식 확인된 사실 위주로 넣어서 추가적으로 많은 심리가 필요하지 않도록 했다.
세월호 '7시간' 부분은 여러 생각이 있을 수 있지만, 대통령이 직무유기에 가까울 정도로 아무 일도 안 했고 해명도 없었다. 그 부분이 국민의 기본권 중 가장 근본인 생명권을 보호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데에는 큰 논란이 없을 것 같다. 다만 사실관계 심리가 길어지더라도, 앞서 말했듯 헌재의 탄핵심판은 '헌법·법률 위반이 중대하냐'라는 기준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더 이상의 심리는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세월호 부분은 그러면 7시간 동안 최순실 씨와 무슨 행동을 했다든가, 무슨 의료행위를 받았다든가 하는 의혹과는 별개로 '부작위에 의한 직무유기'로 탄핵 사유가 된다는 주장으로 이해하면 되나?
금태섭 : 그렇다. '아무 것도 안 했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 이런 내용으로 소추안은 작성이 됐고, 이제 남은 것은 본회의에서 이 소추안이 가결되는 것이다. 지난 주말에 230만 명이 촛불집회에 나오면서 결국 새누리당 비박계도 돌아섰고, 이에 따라 가결 전망이 훨씬 높아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데 지난 주에 두 야당이 '2일에 해야 한다', '9일에 해야 한다'고 대립하면서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다. 결과적인 평론일지는 몰라도, 일반 시민들의 입장에서는 '1주일 차이가 그렇게 중대한 것이었느냐'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금태섭 : 지금 결과적으로는 국민들이 그렇게 많이 나와 주셔서 가결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그때(지난주) 시점에서 볼 때에는, 새누리당에서는 비박들이 많이 돌아섰고, 새누리당은 '4월 퇴진'을 당론으로 정했고, 청와대는 '야당도 합의하라'라고 하고 있었다. 이미 비박계들의 표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야권 일각에서도 '대통령이 스스로 퇴진한다고 하면 협의는 해 봐야 하지 않느냐'라는 애기도 있었다.
또 그때 시점에서는, 지난 토요일(3일)은 서울 집중 집회도 아니었기 때문에 사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촛불집회에) 나오리라는 것은 저희 당도, 국민의당도, 새누리당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촛불집회에서 큰 '임팩트(충격)'가 없으면 비박계는 (탄핵 반대로) 돌아설 것이고, 박 대통령은 비박 의원들을 만날 것이고, 그러면 가결 가능성이 더 낮아진다고 봤다.
당시 국민의당은 '2일에 발의하면 안 된다'면서 (그 이유로) '가결 가능성이 없는데 왜 하느냐'고 했지만, 저는 그 다음 주로 넘어가면 (가결) 가능성이 더 없어지고 그러면 탄핵안 발의 자체를 못할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가결 가능성을 높이려면 (오히려) 발의를 일찍 해서,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비박계들에게 압력을 행사할 통로를 열어줘야 한다고 봤다. 국민들이 (12월 2일 표결 전까지 여의도 등지로) 나와줄 것이라고 믿자는 것이었다.
프레시안 : 국민의당은 당시 '탄핵 반대 세력'으로 몰려서 억울해하기도 했는데, 그런 공격을 당하다 보니 '2일 탄핵 표결'을 주장하는 금 의원 같은 분들에 대해 '그럼 부결돼도 상관없다는 것이냐'고 공격하기도 했다.
금태섭 : 국민의당이 '탄핵 반대'로 몰린 것은 저도 굉장히 억울하겠다고 생각한다. 국민의당이 탄핵에 반대했다고는 저도 생각지 않는다. 그러나 '2일 표결'이 '부결도 상관없다'는 식이라는 주장은 전혀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여러 주째 백만 명 이상이 나와 평화 집회를 하는 것은 사실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 분들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대해 분노해 있지만, 제도권 정치 자체에 대한 신뢰 역시 굉장히 낮아져 있다. 그런데 탄핵안이 부결되면? 이게 무슨 여당에 유리하고, 야당에 유리하고,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통제 자체가 안 될 것이다. 입에 담기도 힘든 사태가 생길 수도 있다. 저도 지난 토요일 시위의 최전선에 있었지만, 청와대 쪽으로 가고 싶어하는 분들이 가려고 하실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비폭력, 비폭력'을 외치며 막았다. 이건 국회나 제도권 정치가 뭔가는 해줄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평화 시위를 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국회가 탄핵마저 제대로 못한다면 사람들을 무슨 명분으로 막겠나? 부결은 생각하기도 힘든 사태다.
프레시안 : 탄핵안이 부결되면 박 대통령은 2018년 2월까지 임기를 채우려 들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금태섭 : 대통령이 2018년까지 버틸지도 모른다는 건 한참 후의 문제고, 시민들의 분노가 어떻게 뻗어나갈지 모른다는 게 가장 위험하다. 무정부 상태가 올 수도 있다. 지금도 박 대통령은 민정수석 사표를 보류하고 있는 상태고, 법무장관은 사퇴했는데 후임 장관 임명도 못 하고 있다. 대구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간 것도 비판을 받는 등, 국정 운영이 전혀 안 되고 있지 않나. 그게 가장 큰 문제다.
프레시안 : 아무튼 이제는 '9일 탄핵안 가결'이 야당으로서는 유일한 방법이 됐다. 지난주에 금 의원이 '2일 가결'을 주장한 이유 중의 하나가, 박한철 현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1월 말까지고, 그러면 최대한 빨리 탄핵소추안을 가결시켜 헌재로 넘겨야 박 소장의 임기 중에 빠른 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9일 가결'이 됐으니, 헌재가 결정을 내리는 데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것은 아닌가?
금태섭 : 탄핵심판에 시일이 오래 걸릴 거라는 생각은, 노무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는 탄핵 사유가 간단했던 반면 지금은 내용이 많다는 점 때문에 나오는 것 같다. 반면 그때는 탄핵심판이 역사상 처음이어서 절차 자체를 만들어야 했고 거기에 시간이 많이 들었다. 지금은 절차가 이미 나와 있다. 따라서 최선을 다한다면 박한철 소장 임기 전에 가능하지 않을까? 헌재는 밤을 새서라도 최단 기간 내에 하려고 할 것이라 본다.
"왜 탄핵인가"
프레시안 : 한때 야당 일각에서도 '대통령이 4월에 퇴진한다고 공언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는 했다. 탄핵소추안이 만에 하나 헌재에서 부결될 가능성도 있고, 또 헌재 결정이 4월보다 늦은 시점이 될 경우도 있다면 그보다는 '4월 퇴진'이 더 낫지 않느냐는 취지였다. 이런 반론에 대해. '왜 탄핵이어야 하는지' 주장한다면?
금태섭 : 사실 원론적으로는 국회가 탄핵까지 발의하지 않아도, 국민이 물러나라고 하면 대통령이 자진 하야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고 후유증이 덜 남는다. 그런데 대통령은 여러 차례 거짓말을 했고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모습을 보였다.
(첫째) '4월 퇴진'이라고 하지만, 그 동안 또 어떻게 말을 뒤집을지 알 수도 없다. 박 대통령은 본인 잘못을 하나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2선 후퇴'도 청와대 주변에서 나온 얘기지, 대통령 본인이 말한 적은 없다. 어느 쪽을 믿느냐 하는 문제다. '협의해서 4월에 하겠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떻게 믿을 수 있나? 지금으로서는 탄핵이 답이다. 확실성의 측면이다.
(둘째) 또 탄핵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은 '4월이 돼도 헌재 결정이 안 날 수 있다. 그러면 혼란이 더 길어진다'고 하지만, 대통령이 물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금부터 5개월을 더 가는 것이야말로 혼란이다. 박 대통령이 4월에 물러난다는 100%의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현직 대통령의 권한 행사도 막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외교적 문제가 생기고, 그에 대해 대통령과 (여야 합의) 총리의 생각이 다르기라도 하다면 극심한 혼란이 올 것이다, 박 대통령은 4월에 물러나기 전까지는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나올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박 대통령이 하야하겠다고 했으면 제일 좋았겠지만, 그것을 안 하니 지금 현실적으로 가장 공백이 적고 혼란이 덜한 것이 탄핵이다. 탄핵을 하게 되면, 국회 가결 순간 법적으로 대통령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
(셋째) 또 국회가 협의를 하면 이정현 대표 등 새누리당 친박 지도부도 국회 협의 과정의 당사자가 된다. 이들이 협의에 관여하고 의견을 내게 되면 극심한 혼란이 온다.
(넷째) 헌법재판관들의 생각까지는 모르겠지만, 국정 공백이 얼마나 길어지느냐 하는 것은 탄핵심판 국면에서는 100% 헌재에 달리게 된다. 그러면 헌재도 최선을 다해서 빨리 할 것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총리는 국정 관리 책임만 있지, 새로운 일은 추진할 수 없다. 국가적으로 보면 안 좋은 상태지만, 최소한의 기간으로 하려면 어쩔 수 없다.
"검찰총장이 최순실이어도 지금 수사는 끝까지 간다"
프레시안 : 금 의원의 '친정'인 검찰 분야 얘기를 좀 해보자. 검찰이 언론에 공개한 최순실·안종범 등의 공소장을 보면, 박 대통령의 혐의는 강요·직권남용 8건과 비밀누설 1건이다. 검찰 출신으로서 이 공소장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던가?
금태섭 : 공소장이 굉장히 자세했다. 아주 세세한 면까지, 예를 들면 사기업 인사에도 관여하고, 재단을 만드는 데 있어서도 보통 대통령이라면 '문화 쪽 재단을 만들라' 정도 할 텐데 박 대통령은 최순실로부터 받은 조직도를 주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세세하게 지시했다. 대통령이 관여했다는 것은 이 공소장만으로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뇌물죄 부분인데, 과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재판 때 대법원은 '포괄적 뇌물죄'에 대해 판결하면서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걸쳐 모든 정책 집행에 대한 권한이 있고, 이 권한 행사를 통해 법적·사실적으로 기업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특정한 청탁이나 직접적 대가성이 없다 해도 돈을 받으면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해서도) 지금 단계에서도 뇌물죄를 적용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롯데 관련 검찰 수사나, 면세점 인허가 같은 것은 신문지상에 나온 큰 이슈들이었다. 이 상황에서 대통령이 돈을 받으면 당연히 뇌물이다.
프레시안 : 공소장에 적시된 범죄 혐의를 보면, 대통령이 관여했다고 보기에는 너무 사소한 것들까지 있었다.
금태섭 : 정말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고, 도대체 대통령이 왜 그랬을까는 지금도 의문이다. 외신에서도 많이 찾아와 인터뷰를 하는데, 내가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다.
프레시안 : 공소장을 보면, 대통령이 최순실·안종범, 정호성과 공모했다고 돼 있다. 직업이 청와대 비서관인 안종범이나 정호성과 대통령이 범죄를 '공모'했다고 볼 수 있나? 대통령이 '교사'한 것 아니냐?
금태섭 : 일단 판례에 의하면, 이 정도로 깊숙이 관여를 했다면 안종범과 정호성도 '종범'이 아니라 '정범' 수준이다. 공무원이라고 해도 위법한 명령에 따라서는 안 된다.
또 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교사범이든 정범이든 형(刑)의 차이는 없다. 다만 만약 재판으로 가서 형량을 정한다면, 안종범·정호성보다 박 대통령이 훨씬 중형을 받을 것이라는 점은 틀림없다.
프레시안 : 검찰 공소장을 보면, 포레카 강탈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빠지고 '안종범·최순실 2인의 공모 범죄'라고 돼 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안종범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포레카 건에서 박 대통령은 왜 '공모'에서 빠진 것인가?
금태섭 : 저도 그 부분은 잘 이해가 안 간다. 나중에 특검에서 추가 조사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프레시안 : 지난주까지, 검찰이나 김수남 검찰총장에 대해 '잘한다'는 여론의 칭찬이 많았다. 반면 검찰도 자기들이 살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냉소도 있었다. 검찰의 이번 수사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금태섭 : 검찰도 자기가 살려고 하는 거다. (웃음) 수사 결과는 상당히 내놨다고 평가한다. 검찰이 이만큼 하는 것은 뒤에 특검이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그간 많은 잘못을 했다. 그것을 전부 반성하고 새 모습이 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책임을 그나마 면하려면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특히 안종범 전 수석의 '업무 일지'와 정호성 전 비서관 휴대폰의 음성 파일이 나온 이후로는 설사 최순실이 검찰총장이어도 막을 방법이 없는 상황이 됐다. 검사와 수사관들이 모두 대통령의 육성이 녹음된 것을 들었다. 그런데 만약 '대통령은 관여 안 했다'(고 검찰에서 결론내린다)? 특검에서 왜 그랬냐고, 직무유기라고 할 것이다. 저는 앞서서도 '이 수사는 끝까지 간다'고 봤다. 검찰이 양심적이어서가 아니라,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 우병우 전 민정수석 문제는 지금 큰 관심을 못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에게 직무유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나?
금태섭 : 특검 수사를 통해 밝혀지기 희망한다. 다만 문제는, 직무유기란 '보고 눈 감았다'는 것인데, 그간 여권에서도 우 수석 경질 요구가 나왔지만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해 봤을 때 우 전 수석이 단순히 '눈을 감은' 것인지, 아니면 이 일에 깊숙이 관여해 도운 것인지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최순실의 '국정 농단'에 단순히 눈감은 게 아니라 적극 가담했다면, 공범으로 처벌도 가능하다.
프레시안 : 우 전 수석 사건이나, 그에 앞서 있었던 2014년 '정윤회 문건' 사건 등을 보면, 검찰 역시 직무유기를 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금태섭 : 그것도 수사해야 한다. 제가 듣기로는 최순실·안종범을 기소할 때 '지금도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뇌물죄로 기소할 수 있지 않느냐. 그런데 안 하면 책임이 따르지 않겠느냐'는 논란이 검찰 내에서 있었던 것으로 안다. 워낙 국정 농단이 광범위해서 박근혜 정부 4년간 있었던 모든 일을 재점검해 봐야 한다고 보는데, 검찰이 수사하다 '덮은' 부분이 있다면 파헤쳐서 검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억울하게 당한 사람이 얼마나 많으냐. 다 사실이었는데, 대통령은 '지라시'라고 하고, 그래서 수사를 당하고 자살한 분도 있다. 그런 부분을 덮을 수는 없다.
프레시안 : 그런 부분까지 다 보는 수사는, 탄핵심판과는 별개로 검찰이 좀더 오랫동안 파헤쳐야 하지 않을까?
금태섭 : 탄핵과는 별개로 끝까지 갈 거다. 특검도 기간이 정해져 있다. 특검이 모든 것을 다 볼 수는 없다. 볼 수 있는 데까지 보고, '이런 부분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검찰에 넘길 수밖에 없다. 그런 것은 검찰이 다시 수사해야 한다.
"대통령 구체 지시 안 나와도 '삼성물산 합병' 뇌물죄 적용 가능"
프레시안 : 자연스럽게 특검으로 넘어가겠다. 지금 특검 수사 대상이 특검법에 기본적으로 14개로 돼 있고, 추가 인지된 사건도 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그 '추가 인지'될 만한 게 벌써 두세 개나 더 나왔다. 특검보 4명, 검사 20명이 이것을 다 할 수 있겠나?
금태섭 : 특검이 이 국정 농단의 전모를 파헤쳐 완결까지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계속 파헤쳐서, 실마리를 만들어 앞으로 수사가 이어지도록, 즉 국정 전반의 문제를 검찰 등을 통해 앞으로 끝까지 파헤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건 충분히 할 수 있다.
프레시안 : 당장 특검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뭐라고 보나?
금태섭 : 가장 급한 것은 뇌물 부분이다. 그 다음은 현재 의혹은 제기됐는데 확인되지 않은 여러 부분일 것이다. 탄핵소추안을 쓸 때도, 이화여대 학사 관련 개입이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문제 등도 넣고 싶었는데 최종 지시를 한 사람이 누군지 등 일부 내용이 확인되지 않아 탄핵소추안에서도 이 부분들은 빠졌다. 대통령이 이런 부분에 얼마나 개입했는지 규명해야 한다.
프레시안 : 특검이 뇌물죄 입증을 해낼 수 있을까?
금태섭 :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 단계에서도 상당히 (사실관계 규명은) 돼 있다. 정리만 잘하면 된다. SK나 롯데 관련 부분을 앞에서 말씀드렸고, 그 외에도 대림·부영 등 직접적 청탁까지 드러난 업체도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
프레시안 : 삼성물산 합병 건도 뇌물죄 적용이 가능할까?
금태섭 : 저는 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연금이 명백히 비정상적인 의사결정을 했다. 그 상황에서 대통령이 돈을 받았다면 뇌물로 봐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조사가 쉽지는 않지만, 의사결정 과정 자체가 비정상적이었고 홍완선 당시 기금운용본부장의 행태도 평소와 달랐다. 또 삼성물산 합병 건은 전 언론이 보도하는 상황이었다. 대통령도 자세히 보고를 받았을 것이다. 그런 것을 확인하면 (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문형표·최경환 당시 장관이나 홍완선 당시 본부장에게 합병 관련 지시를 했는지 여부가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금태섭 : 대통령의 직접 지시가 있었는지가 입증되지 않아도 뇌물죄 적용에 큰 지장은 없다. 예를 들어, 대기업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고 했을 때, 대통령이 직접 검찰총장에게 전화해서 '누구는 빼 줘라' 등의 지시를 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국정을 총괄하고 있는데 수사 중에 거액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뇌물이 된다. 구체적으로 검사에게 어떻게 지시했다는 부분은 양형 사유일 뿐, 구체적 지시가 밝혀지지 않았다고 뇌물(사건 성립)이 안 되는 건 아니다.
프레시안 : 특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금태섭 : 신속하게 수사해야 할 필요가 있다. 특검 수사가 가능하게 된 것은 국민의 힘이다. 국민이 지금 탄핵에 가장 관심이 많다. 한편에서 헌재가 심리를 해 나가겠지만, 그 심리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탄핵소추 대상 부분에 대해 신속히 수사를 해야 한다.
"탄핵 가결되면 朴 하야 가능성 높아…버틴다면 이기적인 것"
프레시안 : 주제가 탄핵으로 다시 돌아왔는데, 헌재의 탄핵 심판은 빨리 나와도 1월말까지는 갈 것 같다. 만약 오는 9일에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된다면, 그 이후에는 국회와 정당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나?
금태섭 : 국무총리는 국정 관리에 충실해야 하고, 국회는 대통령 권한이 마비된 상태에서 국정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프레시안 :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자진 하야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촛불 민심'은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탄핵안 가결 이후 국면에서, 정치권은 '국정 안정'에 좀더 방점을 둬야 하나, 아니면 '촛불 시민'과 함께 '대통령 즉각 하야'를 계속 요구해야 하나?
금태섭 : 제 개인 생각을 말하자면,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바로 하야해야 한다고 본다. 그게 혼란을 줄이는 방법이다. 60일 만에 대선을 하면 제대로 안 된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도 있는데, 이것은 헌법이 마련한 장치다. 지금 국민들이 보여준 역동성을 보면 60일 만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저는 만약 탄핵안 가결이 확실해지면 대통령 하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이번 주에 하야할 수도 있다. 그게 공적 의무를 다하는 일이다.
프레시안 : 하지만 탄핵안이 가결돼도 박 대통령이라면 계속 버틸 수도 있을 것이다. 앞의 질문 역시 그런 상황을 상정한 것이다.
금태섭 : 국민의 의사는 충분히 표현됐다. 헌법재판소는 일반 재판과 달리 정치적 속성이 있다. 탄핵심판이 인용되는 게 상식에 맞는 일이다. 그러면 대통령은 그 뜻을 받들어 물러나는 게 맞다. 대통령이 끝까지 버틴다? 이것이 형사재판이라면 피의자로서의 권리를 끝까지 행사하는 데 전혀 이의가 없지만, (헌법재판에서) 대통령이라는 최고 공직을 움켜쥔 채로 개인의 권리를 다 행사하면서 심판 결과까지 보겠다는 것은 이기적이고 공사를 전혀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다. 탄핵안이 가결되면 물러나야 한다.
프레시안 : 제도정치권과 촛불민심 사이의 차이라고 할 수도 있는데, 좀전에 금 의원이 말씀하신 대로 '탄핵안이 가결되면 국정에 차질이나 혼란이 없도록 국회의 본분을 다해야 한다'는 것도 당연한 얘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참에 개헌 등 제도적 개혁도 하자고 할 것이다. 반면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정치권이 손을 놓아서야 되겠느냐. 박 대통령이 즉각 사퇴할 때까지 야당도 매일매일 더 열심히 몰아쳐야 한다'는 주장도 분명 나올 것이다. 야당은 뭘 해야 하나?
금태섭 : 탄핵안이 가결되면 언제 대선을 할 것이고, 그러면 대선주자 누구에게 유리하고 불리할 것이라는 등의말들을 한다. 그것을 따지는 순간 망한다고 본다. 야권이 처음에 제안한 대로 '야권에서 추천한 총리를 세워서 다른 정책을 해 보자'는 주장도 정파적으로 보일 수 있다.
지금은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고, 그 이후 일은 그 이후에 정해지는 대로 따라서 하면 된다. 지금 무엇이 유리한가 불리한가를 놓고 판단하려 들면 그 순간 망한다고 생각한다.
프레시안 : 끈질기게 물어서 미안한데, (웃음) 당 대변인으로서가 아니라 의원 개인으로서는 어떤 입장인가?
금태섭 :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모두 병행해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탄핵안이 가결되면, 법사위원장이 탄핵소추위원이 된다. 원내에서 탄핵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도 국회 본연의 임무다. 또 탄핵심판 기간에 더해서, 탄핵이 헌재에서 인용되더라도 그 다음 2개월 간의 공백 기간이 있다. 그것을 줄이기 위해 '대통령 (즉각) 퇴진' 주장도 계속해야 한다.
프레시안 :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새 총리'라든지, 개헌이라든지, 차기 대선이라든지 하는 논의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헌재가 탄핵 인용 결정을 할 때까지 이런 정치권의 논의가 부각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는입장인가?
금태섭 : 일단 국정 안정에 힘을 쏟아야지 다른 일을 할 수는 없다고 본다.
다만 박 대통령이 큰 잘못을 했지만, 제도적인 문제는 과연 없는지 하는 점에서 '헌법도 검토해 보자'(개헌하자)는 얘기도 있을 거라고 본다. 일단 탄핵안이 가결되면 대통령이 직무가 정지되니 조금 국면이 안정돼서 그런 논의도 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분노한 국민들도, 대선에서 야권의 누가 (대통령이) 되면 좋겠다는 희망이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이 분들은 앞으로 어떻게 국가를 이끌어 갈지 보여줘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여러 판단이나 발언을 볼 때, 아무도 국민들이 안심할 수준에 못 이르고 있다고 본다.
프레시안 : 긴 시간 말씀 감사하다.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금태섭 :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대단히 송구스럽다. 국정 농단이 이렇게 길고 광범위하게 이뤄졌는데, 야당도 견제를 못 했다. 입이 열 개라고 할 말이 없다. 국민에게 희망을 드려야 하는데, 과연 야권의 대선 주자나 야당이 그렇게 하고 있는지 저 스스로도 의문점이 많다. 우리 당도 노력하고, 대선 주자들도 지금까지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국민들이 박 대통령, 새누리당 물러나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저도 그렇게 크게 외치는데 '그러니까 우리 당 찍어달라'는 말은 저도 정말 입이 안 떨어지더라. 유불리를 따질 게 아니라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변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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