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의 후폭풍이 거세다.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통합진보당 헌재 해산 결정'에까지 압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는 5일 "박근혜 정부가 삼권분립을 어겼다"고 말했다.
이정희 전 대표와 통합진보당 소속 전직 의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에 2014년 10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통진당 해산 판결-연내 선고'를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통진당 해산은 청와대가 삼권분립마저 훼손하며 헌법을 유린한 폭거"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전 대표는 "(비망록이 해당 기록이 적힌 뒤) 2주일 뒤 박한철 헌법재판소 소장이 '연내에 해산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선고 기일이 통보되기 20일 전에 청와대는 지방의원 지위 박탈 문제를 선관위에 논의했다. 김기춘 실장의 지시대로 선고 기일이 정해지고, 청와대의 주문대로 강제 해산 결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정희 전 대표는 "헌법 수호의 최후 보루여야 할 헌법재판소를 청와대 밑에 둔 게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김기춘 전 실장이 이끄는 비서실은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선 통합진보당에 대한 컨트롤타워였다. 청와대는 집권 여당까지 동원해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저질렀다"며 "박근혜 정권이 자행한 정치 보복,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의 진실이 이제는 밝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2월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당시 이석기 의원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온 뒤에 헌재 판결이 나오리라는 관측이 많았으나, 헌재가 '연내 결정'을 내리면서 뒷말이 나왔다.
한편, '김영한 비망록'에는 청와대가 문화 예술계까지 통제하려 했던 정황이 나온다. 김기춘 전 실장은 "문화예술계의 좌파 각종 책동에 투쟁적으로 대응", "영화계 좌파 성향 인적 네트워크 파악 필요" 등의 지시 사항을 내렸다고 적혀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한국방송공사(KBS)에 인사 개입을 하고 방송을 통제하려 했다는 정황도 있다.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실장이 "KBS 이사 우파 이사-성향 확인 요"라고 지시했다는 문구가 나온다. 한국 방송 이사를 우파로 채우고자 청와대가 직접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관련 기사 : "김기춘, '길환영 이후 KBS 계획 작성' 지시", '언론 보복' 박근혜-김기춘, 법정 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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