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언론 통제 실태가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밝혀진 가운데, 한국방송공사(KBS)에 대한 인사 개입, 방송 통제 사실도 드러났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내용이 담긴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공개했다.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은 TV조선이 KBS본부에 제공한 것으로, TV조선은 지난 10일부터 김 전 수석의 비망록을 단독 보도했다.
김 전 수석은 지난 2014년 6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넉 달 동안 17차례 KBS 사장 선임과 이사장 선출, 보도 및 시사 프로그램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 지시 사항 등을 기록했다. 특히 이 가운데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직접 지시 사항으로 알려진 발언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2014년 6월 16일 자 메모 내용은 "홍보/미래 KBS 상황, 파악, plan 작성"이다. KBS본부는 "길환영 (전) 사장 사퇴 이후 KBS 사장 선임에 대한 계획(plan)을 작성하라고 홍보 및 미래전략수석에게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이후로 김 전 수석은 새롭게 선임될 KBS 사장 임기 등 관련 법규를 기록하거나, 사장 공모 일정, 진행 상황 등을 기록했다. KBS 사장 선출 과정에 청와대가 얼마나 많은 관심을 쏟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같은 해 7월 4일에는 "KBS 이사 右派(우파) 이사-성향 확인 요"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는 김 전 비서실장이 직접 지시한 사항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BS 본부는 "전날인 7월 3일 메모에서는 판세를 체크했고, 이에 대한 대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며 "일차적으로 여당 추천인 우파 이사에 대한 성향 확인을 요구하는 지시, 즉 '조대현'으로 기우는 사람이 누구누구인지를 확인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또 7월 11일 메모에는 '면종복배(面從腹背)'라는 말이 나오는데, KBS본부는 이에 대해 "이틀 전인 7월 9일 여당 추천 이사 두 명의 반란으로 조대현 씨가 사장으로 선정된 것을 두고, KBS 이사들을 대표적인 면종복배하는 사람으로 꼽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보도와 시사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예의주시하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와 긴밀하게 소통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도 나온다.
6월 26일 메모를 살펴보면 "KBS 추적 60분, 천안함 관련 판결-항소"라는 내용이 나온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민·군 합동조사단 최종 보고서의 의문점을 다룬 프로그램 <추적 60분>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 처분이 위법하다는 1심 판결이 나온 뒤 이같은 메모를 했는데, 방통위는 실제 7월 2일 서울고등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KBS본부는 "결국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를 받은 방통위가 서울고법에 항소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청와대는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 관련 KBS 보도에 민감하게 대응했다. "문창극 KBS 보도-중징계-방심위", "방심위, KBS보도(문창극)-전체회의에 회부", "방심위, 문창극 관련 지도" 메모와 아울러, "전사들이 싸우듯이 ex 방심위 KBS 제재심의 관련" 메모가 특히 눈에 띄는데, 이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발언으로 알려져있다. KBS 본부는 이에 대해 "전날 방심위의 KBS 문창극 보도 관련 행정지도를 예로 들며 전사처럼 싸우듯이 정권을 위협하는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할 것으로 주문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KBS본부는 "공영방송 KBS를 상대로 부당한 인사 개입과 방송 통제를 조직적이고 집요하고 또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뚜렷한 증거가 나왔다"며 국회가 추진 중인 특검에 공영방송 인사 개임 및 방송 통제 의혹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대영 사장을 향해 "지난해 KBS 사장 자리를 놓고 짬짜미나 청탁을 주고받은 사실이 있으면 진실이 폭로되기 전에 스스로 자백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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