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마련에 야 3당이 본격 착수한 가운데, 탄핵 찬성표를 던질 새누리당 의원들의 수가 30~40명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24일 당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눈에 보이는 연판장 서명 작업이 이루어지는 상태는 아니나, 새누리당 비상시국회의 참가자들이 주변 의원들에게 탄핵 찬반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수가 집계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새누리당 내 탄핵 동력을 확보 및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결국 관건은 무기명 투표로 이루어지는 탄핵소추안 표결 때 샤이 박근혜(shy 박근혜·공개적으로 박 대통령 지지를 표하지는 못하나 실제로는 탄핵을 반대하는) 표와 히든(hidden·숨겨진) 탄핵표가 각각 얼마나 모이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새누리당 내 탄핵 동력이 실제로 얼마만큼 확보되었는지를 미루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는 탄핵 소추안 발의 참여자 수와 명단이다. 발의에는 미참여하고 무기명 투표 때는 탄핵 찬성표를 행사하려 할 '히든 표'의 수가 커질 수록 탄핵의 불확실성은 커지게 된다.
공세적인 탄핵 추진 흐름을 만들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 쪽에선 현재까지 새누리당 내 탄핵 찬성 의원이 40명가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김 전 대표와 가까운 3선의 김성태 의원은 이날 오전 한국방송(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 "김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 이후에 당내에서 탄핵에 찬성하는 의원이 30명을 넘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정진석 원내대표 및 새누리당 특별조사위원들과의 오찬 직후 기자들을 만나 '40여 명이 탄핵에 찬성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려면 새누리당에서 최소 29명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이조차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 소속 의원 165명과 야당 성향 무소속 의원이 6명 중 이탈표가 생기지 않을 것을 가정했을 때다. 대통령 탄핵 소추안 가결 요건은 200표다.
김 전 대표로선 탄핵 추진 선봉에 자신을 세운 만큼 필사적으로 표 만들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정치권 일각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 때와 달리 이번에는 국민적 하야 요구에 정치권이 부응해 탄핵이 진행되는 형편이라, 탄핵 소추안이 부결되더라도 그 후폭풍이 야당에 돌아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그보다는 탄핵 부결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어 온 새누리당 내 비박계가 가장 큰 국민적 추궁을 당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국민적 여론은 친박·비박을 구분 않고 '최순실 게이트 몸통인 새누리당 해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이런 후폭풍까지 밀어닥친다면 새누리당은 자연스레 분당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 비주류 핵심 의원들이 앞장서 '당내에서 싸우겠다'고 밝히며 분당 에너지를 잠재우고 있지만, '샤이 박근혜' 표가 예상보다 많은 쪽으로 결론이 나면 비주류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당내에서 숨을 죽이거나 분당을 추진하는 것뿐이다.
김 전 대표 쪽의 '조직력'과 별개로, 당내 비주류에 대한 친박계의 '배척'의 강도와 양상도 관건이다.
그간 이정현 대표 등은 탄핵·지도부 사퇴·비대위를 통한 당 혁신 등을 주장해 온 비상시국회의 쪽을 향해 '배신' '인민재판' '금수저' 등의 표현을 동원해가며 맹비난을 퍼부어 왔다.
이에 더해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지도부 회의에서 "국가적 어려움을 이용해 정치 생명을 연장하는 구태의 표본"이라며 김 전 대표에게 탈당과 정계 은퇴 선언을 요구했다.
'안에서 싸우겠다'는 비주류 의원들의 희망 섞인 의지와는 달리 친박계가 이처럼 '밀어내기'를 계속할 경우 김 전 대표 등도 탈당을 고심하지 않을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김 전 대표는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나와 "정치권에서 패권주의를 몰아내야 한다. 친박계와 친문(친문재인) 패권주의를 제외한 나머지 어느 세력과도 손을 잡을 수 있다"며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와의 연대에 대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날 대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는 "한계점이 오면 결단할 수밖에 없다"며 탈당 가능성을 열어놓기도 했다.
현재까지 새누리당에서 탈당한 현직 의원은 김용태 의원뿐이다. 김 의원과 함께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탈당했고, 이들에 뒤이어 정두언 등 전직 의원 8명이 전날 탈당을 선언했다. 김 전 대표가 이른 시일 내에 '결단'해 탈당을 결행한다면 이 또한 탄핵 찬반 투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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