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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청와대 대량 구입한 아미노산 주사의 비밀은?

"한 번 맞는 데 4시간 걸려"…박 대통령, 영양주사 의존증 있나?

청와대가 구입한 의약품 목록에 단백질(아미노산) 수액 360개, 각종 비타민 주사제 365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단백질(영양) 주사'는 부유층 사이에서 맞으면 '피로 회복'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을 탔지만, 실제로 의학적 효과는 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비타민과 단백질 수액을 섞는 방식인데, 한 번 맞는 데 4~5시간 정도가 걸린다. 박근혜 대통령 자문의였던 김상만 의사가 대통령에게 '영양 주사'를 처방했다고 증언한 만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업무 시간에 이 주사를 맞았을 가능성도 있다.

22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이 공개한 '청와대 공급 의약품 현황' 자료를 보면, 청와대가 2014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산 1억2850만 원어치 의약품 가운데 주사제 등은 1500여 개다. 대통령 경호실은 이 가운데 단백질 주사인 중외후리아민주(100~250밀리리터 130개), 크레타민주(500밀리리터, 30개), 멜스몬주(2밀리리터, 태반 주사, 50개), 라이넥주(2밀리리터, 태반 주사, 150개)를 총 360개 구입했다. 삐콤헥사주(40밀리그램), 유니씨주(20밀리리터), 엠브이에취주(5밀리리터), 비타민D3비오엔주(1밀리리터) 등 비타민 주사제도 365개 샀다. 타미풀주 등을 포함하면 비타민 주사제는 1080개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다. 구입 목록에는 백옥 주사(루치온주, 500밀리그램) 60개, 마늘 주사(10밀리리터, 푸르설타민주) 50개, 감초주사(20밀리리터, 히시파겐씨주) 100개도 있었다. 다만, 향정신성 의약품은 없었다.

비타민제를 섞은 '단백질(아미노산) 주사'는 강남 등 부유층을 중심으로 '피로 회복'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을 타고 비급여로 처방되고 있다. 실제로 피로 회복 효과가 검증된 것은 아니고, '심리적 효과'를 노린 일종의 영양 주사다. 비급여로 맞을 경우 보통 가격은 5만~7만 원 정도 하고, 대략 4~5시간 정도 걸린다. 최순실 씨 자매도 차움 병원에서 김상만 원장(2013년 8월부터 대통령 자문의)으로부터 '비타민 주사' 등을 처방받은 바 있다.

한 대학병원 전문의는 "아미노산 제제도 의학적으로 의미가 없는데, 맞으면 기분이 개운한 것 같다는 심리적 의존이 있다"면서 "의원들이 비급여로 백옥 주사에 아미노산이나 비타민을 섞어서 주는 경우가 많고, 손님들이 피곤하다고 요구하면 향정신성 의약품을 섞어서 살짝 자고 일어나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사흘에 한 번 영양 주사 맞았다면 사회 생활에 지장"

이 '영양(단백질) 주사' 360개를 박근혜 대통령이 혼자 다 맞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청와대 경호실 등에서 경호원 복지 차원으로 영양 주사를 놓아줬을 수도 있다. 다만, 박근혜 대통령이 평소 '만성 피로'를 호소했고, 김상만 전 원장이 "내가 필요할 때마다 청와대 의무실에 주문을 넣어두면 의무실에서 (대통령에게 놓을 주사제를) 다 구비해뒀다"고 말한 것으로 보아 박근혜 대통령도 해당 영양 주사를 맞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만약 2014년 1월부터 2016년 9월까지 2년 9개월 동안 이 주사 360개를 한 사람이 맞았다고 가정하면, 사흘에 한 번꼴로 주사를 맞은 셈이 된다(백옥 주사, 마늘 주사, 감초 주사 210개 제외). 100씨씨 이상의 단백질 주사제 160개만 계산하면, 일주일에 한 번꼴로 맞은 셈이 된다. 전문가들은 특정 개인이 사흘에 한 번꼴로 주사를 맞는다면 "사회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심리적 의존이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영양 주사는 저녁에 잘 때는 잘 맞지 않는다. 움직이면 주사가 뽑히니까. 쉬면서 살짝 맞는 주사다. 장년층의 경우 시간당 100씨씨 이상 주사하면 폐에 물이 찰 수 있어서 보통 시간당 40~80씨씨 정도 주는데, (청와대가) 250~500씨씨짜리를 시켰다. 이 경우 한 번 맞는 데 최소 4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만약 주사에 대한 '심리적 의존'이 있으면, 안 맞으면 왠지 피곤하고 우울해진다. 그러니 어디를 가더라도 강박적으로 꼭 챙겨야 한다. 대통령이 맞았다고 하면, 출장이나 순방이 잦은 직업적 특성상 그러기 어려울 테고, 그런 면이 직무 수행에 지장을 줬을 수도 있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24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단백질(영양) 주사'를 제외한 감초 주사, 백옥 주사, 마늘 주사 210개 목록을 두고 "(만약 이 주사제를) 한두 명이 맞았다고 하면 그분들은 주사 중독자라고 할 수 있다"고 평했다. 정형준 국장은 "이 정도 양이면 보통 1년에 한 2만 명 정도씩 진료를 하는 일반적인 의원에서조차 1년 내내 쓰지 않는 양"이라며 "그러니까 거의 주사 마니아들, 중독자들만 와야 소비가 가능한 정도의 약"이라고 주장했다.

▲ 2015년 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이 한 신년 기자회견의 한 장면. ⓒ서울방송

대량의 주사제 구입에 대해서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2일 "경호원 등 청와대 전 근무자들의 건강 관리를 위해 정상적으로 구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 근무자'에는 박 대통령도 당연히 포함된다. 대통령이 '영양 주사'를 경호원들과 나눠 맞았다고 보기에도 의문이 남는다. 청와대 경호원들이 업무 시간에 '4시간짜리 주사'를 맞았다고 보기는 상상하기 어려운 탓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초대 주치의인 이병석 세브란스 병원장은 23일 한국방송(KBS)과 한 인터뷰에서 "취임 초기 박근혜 대통령이 태반 주사 등 '영양 주사'를 놓아달라고 먼저 요구했지만, 의학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이를 완곡하게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증언만 놓고 봐도 박 대통령이 영양 주사를 맞았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은 가능하다. 이병석 원장은 "자문의인 김상만 씨가 나와 상의 없이 대통령을 독대해 영양 주사제를 놓는 사실을 몇 차례 사후에 보고받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의약품 구입 목록'을 보면, '의료 쇼핑'을 하듯 영양 주사 종류가 자주 바뀌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만약 청와대 경호원들이 영양 주사를 맞았다면 '의료 쇼핑'은 어려웠을 것이다. 대량으로 여러 명에게 투여하는 영양 주사를 수시로 바꾼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청와대 경호원들의 '기호'보다는 이 약품을 사는 결정권자의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영양 주사를 구매한 것 자체가 이전 정부에서는 거의 없던 일이다.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허갑범 전 세브란스병원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감기약이나 일반 약을 청와대 의무실에서 주로 구입하지, 다른 것은 구입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 대면 보고 왜 기피하나?

박근혜 대통령은 유독 대면 보고를 기피하고, 관저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이 건강을 위해 영양 주사를 맞았다는 의심의 배경에는 이러한 박 대통령의 특징도 반영됐다.

정치학자인 박명림 연세대학교 교수는 지난 16일 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연 토론회에서 "이렇게 게으르고 나태한 대통령을 보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박명림 교수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오랫동안 박근혜 대통령 일정을 분석했는데, 젊은 노무현 대통령의 몇 분의 1밖에 안 되며, 고령인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일정이 적다"며 "가장 바빠야 할 자리인데 일정도 적고 장관과 독대도 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사적으로 (최순실과) 만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1월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장관들과 독대나 대면 보고를 늘릴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옛날에는 전화도 없고 이메일도 없고. 지금은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어서 대면 보고보다는 전화 한 통으로 빨리빨리 해야될 때가 더 편리할 때가 있다. 지금까지 대면 보고를 늘려가는 방향으로 하겠지만,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며 오히려 장관들에게 되물었다. 지난 1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재직한 11개월간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관련 기사 : 조윤선 "정무수석 재임 11개월간 대통령 독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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