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에서 '김석기 사퇴'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분위기와는 달리, 실제 청와대 내에선 '유임론'도 만만치않게 부상하는 분위기다.
설 연휴를 경과하면서 민심의 반감도 상당부분 가라앉았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사(人事)와 관련해 반복돼 온 이명박 대통령 특유의 '장고 끝 악수'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 ⓒ뉴시스 |
청와대 관계자는 28일 "내부에서도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아직까진 많지만, 전처럼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며 "현재로선 경질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김 내정자의 사퇴여부는 금명간 발표될 검찰 수사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결과 김 내정자에게 직접적인 책임이 없다는 점이 명확해지면 유임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청와대 민정라인이 유임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뒷말도 들린다.
취임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일관된 어조로 '법질서 확립'을 강조해 왔다는 점도 청와대가 김석기 내정자를 쉽게 내치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김 내정자는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지난 해 서울지방경찰청장으로 부임한 이래 '유모차 부대' 수사, '색소 물대포' 사용, 시위대 검거 경찰에 대한 '마일리지' 지급 등의 강경책을 내놓으면서 두터운 신임을 얻은 당사자다.
야당 등의 요구에 밀려 김 내정자와 같은 '충성파'를 경질할 경우 청와대가 진두지휘하고 있는 '집권 2년차 모드'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리엔 '촛불'·국회는 '파행'…감당할 수 있을까
관건은 청와대와 여당이 과연 '김석기 리스크'를 끝까지 안고 갈 수 있겠느냐는 점이다.
청와대는 수사결과에 따라 그 동안 미뤄왔던 인사청문 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할 것으로 테세지만,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마저 "그렇게 되면 2월국회는 '김석기 국회'가 돼 버린다"며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4월 국회에는 재보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2월 국회는 각종 'MB법안' 처리를 위한 마지막 기회다. 미디어법 등 각종 정치적 쟁점이 산적한 상황에서 '김석기 인사청문회'는 여야의 끝장대치를 재현하는 일종의 발화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야당들은 아예 시민단체 등과 연계해 장외 '대정부 투쟁'에 나설 태세다. 이번 주말에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예정돼 있는 등 자칫하면 이번 사태가 '제2의 촛불'로 번져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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