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비망록을 통해 드러난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언론 통제 시도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정윤회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한 '공격 방안'을 논의하는가 하면, 이른바 'VIP'에 대해 긍정 보도를 한 매체에 대해선 '금전적 지원'을 강구했다. 또 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에 대해선 끊임없이 인사에 개입하려 한 정황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21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단체들은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와 이같은 행태에 대해 직권 남용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로 규정하고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 단체들은 고발장 접수에 앞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선실세 비리, 대통령과 청와대의 잘못 등을 은폐하기 위해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무소불위의 권한을 남용해 언론사의 업무를 방해하고 피해를 입혔다"고 했다.
고발 대상은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성우 전 대통령비서실홍보수석비서관,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등 네 명이다.
박 대통령과 김 전 실장은 우선 '정윤회 문건'을 최초 보도한 <세계일보>의 조한규 사장을 부당하게 해임하도록 해 <세계일보>와 통일교 재단의 정당한 인사권 행사를 방해한 데 대해 직권 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김영한 비망록'에 따르면 '정윤회 문건' 보도 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실에서는 '<세계일보> 공격 방안'을 논의하고, 사흘 뒤 김 전 비서실장은 세계일보사를 압수수색 장소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수수색은 여론에 밀려 결국 이뤄지지 않았으나, 통일교 재단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가 착수됐다.
이들 단체들은 "정기적으로 예정돼있지 않은 세무조사의 실시는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보복 조치이며, 이는 민주주의 사회의 근간인 언론자유를 국가권력이 겁박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성우 전 홍보수석,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박 대통령, 최 위원장과 공모해 KBS 이사 및 사장의 인사권 행사 과정에 관여하고 방송 편성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17일 '김영한 비망록'을 최초 보도한 TV조선이 건넨 문건을 토대로 청와대의 방송 통제 사실을 밝혔다. (☞관련기사 : "김기춘, '길환영 이후 KBS 계획 작성' 지시")
비망록에 나온 청와대의 지시 사항에는 "홍보/미래 KBS 상황, 파악, plan 작성", 즉 길환영 사장 사퇴 이후 KBS 사장 선임에 대한 계획을 세우라는 방침이 있는가 하면, 사장 선출을 앞두고는 "KBS 이사 右派(우파) 이사-성향 확인 요"라는 내용도 나온다.
이들 단체는 "공영방송사를 법과 제도가 아니라 비선을 통해 좌지우지하려 했다"며 "우리 언론단체들은 대통령과 청와대의 중대 범죄 혐의에 대해, 검찰이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밝혀내고 당사자들을 엄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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