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도박, 스마트폰, 인터넷, 게임, 쇼핑 등 비약물 중독문제에 대한 실태를 점검하고 정책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비약물 중독 치유 해법 콘퍼런스’가 21일 서울 전경련회관에서 개최됐다.
강원랜드가 후원하고 동아일보와 채널A가 주최한 이날 콘퍼런스는 새누리당 수석대변인 염동열 의원, 강원랜드 함승희 대표, 관련 분야 전문가, 언론인 등 200여명이 참석해 비약물 중독 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이날 콘퍼런스는 강원랜드 함승희 대표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이 분야 전문가들의 주제발표와 해외석학 특강에 이어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 순서로 진행됐다.
함승희 대표는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가 흔히 말하는 중독이라는 말은 지속적으로 반복되어 나타나는 부적응적인 행동으로서 개인의 황폐화, 가정의 파탄, 법질서 위반, 사회관계 단절 등의 치명적인 결과가 야기됨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는 조절할 수 없는 정신적 질환”이라며 “그 중에서도 비약물 중독은 마약, 알콜 등 물질중독을 제외한 일상생활 속에서 중독위험이 있는 모든 중독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일부 조사에 따르면 도박중독 유병률은 5.1%, 인터넷 중독위험군은 6.9%,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위험군은 29.2%, 여성 인터넷 쇼핑 중독은 13.5%수준”이라며 “비약물 중독은 이미 우리 일상 속에 생활화되어 있기 때문에 대책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들 중독에 의한 폐해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기했다.
더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중독 증상을 그냥 방치하게 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문제의식을 확산시켜 비약물 중독에 대한 예방과 치유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조성해 보다 현실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사회적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중독문제의 해결은 인내와 시간과 비용을 필요한 일로 체계적 분석에 기반한 연구와 치유 해법 모색을 위해 국가와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강원랜드는 앞으로 단지 도박중독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중독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함대표의 기조연설이 끝난 뒤 이어진 주제발표에서는 고려대 간호학과 한금선 교수와 한림대 정신의학과 이상규 교수가 발제자로 나섰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한금선 교수는 ‘국내 비약물 중독 현황 및 위험 예측’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한교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도박중독 유병률은 2012년을 기점으로 꾸준히 감소해 2016년도에는 5.1% 까지 내려왔지만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의 조사결과 인터넷 중독률은 6.9%, 스마트폰 중독률은 14.2%로 휴대기기 보급에 따라 상향곡선을 나타내고 있다”며 “흔히 알려진 도박 중독에 비해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중독률이 이렇게 높을 정도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은 척추 측만증, 허리 디스크 등 개인에게 신체적인 문제를 가져올 뿐 아니라 대인기피 현상, 업무수행 차질문제, 학교생활 부적응 등 사회적인 문제를 초래한다”며 “미국·중국 등 다른 국가의 사례를 살펴보고 국가적인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번째 주제발표를 맡은 이상규 교수는 ‘비약물 중독 예방·치유를 위한 다학제적 단순한 학문 간의 협업 관계 정도가 아니라, 미시·거시적인 접근을 포괄하는, 총체적인 학문 영역간 협력활동 연구의 시사점과 적용 방안’에 대해 발표를 진행했다.
이 교수는 “알코올, 약물 등 물질중독과 더불어 최근 비약물학적 중독 즉 행위중독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며 “많은 연구들을 통해서 물질만이 아니라 몇몇의 행위 역시 과도한 집착과 조절의 어려움, 금단증상을 일으키는 중독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일관되게 보고되고 있고, 다양한 형태의 행위중독이 향후 더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비약물 중독은 행위중독을 수반하고 행위중독은 생물학적, 정신·심리적, 사회적 요인에 영향을 받는 질환으로 약물 중독보다 더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과 중독 경로과정이 존재한다”며 “단일 개입방법으로는 효과적인 예방·치유의 결과를 얻기 힘들고 다학제적인 방법으로 접근해 개인, 집단, 사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가 끝나고 이어진 해외석학 특강에서는 중독문제에 있어 세계적 전문가인 예일대 정신건강의학과 마크 포텐자교수가 직접 참석해 ‘비약물 중독 예방·치유의 해외 선진 사례’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마크 포텐자 교수는 정신과 전문의로 현재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정신의학, 소아연구 및 신경과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콜럼비아대학교의 국립중독약물남용센터 선임과학자, 도박중독클리닉 소장, 예일대학교의 여성중독장애건강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비약물 중독과 관련한 세계적인 권위자다.
마크 포텐자 교수는 “비약물 중독 혹은 행동 중독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세계보건기구(WHO) 등 여러 기구들이 고려하고 있는 중요한 주제”라며 “미국에서는 도박산업체들이 국립도박문제관리센터에 재정적으로 지원해 왔고 국립도박문제관리센터는 국립보건원(NIH)이 시행하는 프로그램에 연구비 지원 및 심사방식을 통해 도박연구를 지원해왔다”고 소개했다.
이어서 비약물 중독 치료에 관해 “비약물 중독 혹은 행위 중독 중에서 병적 도박 혹은 도박 장애가 가장 연구가 잘 된 분야이며 도박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돕기 위해 행동 치료와 약물 치료 모두 연구되어 왔다”며 “기존의 자료에 따르면 인지행동 및 동기강화 치료법 등 행동 치료법이 도박장애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주제발표와 해외특강에 이어 열린 종합토론에서는 한국중독심리학회 박상규 회장의 진행으로 주제발표자들과 마크 포텐자 교수, 카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이해국 교수, 강원랜드중독관리센터 강성군 파트장이 패널로 참석해 비약물 중독 예방·치유 현황 및 개선 방안에 대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한편 강원랜드는 도박중독 예방과 치유를 위해 노력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밖의 비약물 중독문제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강원랜드의 대표 사회공헌사업으로 선정해 비약물 중독에 대한 관리와 상담, 연구 등을 통해 사회적인 책임을 완수해 나갈 계획이다.
강원랜드중독관리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진행해 왔던 중독 치유·관리 프로그램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는 중독관리에 있어 힐링의 개념을 도입해 음악, 미술, 공예, 레포츠 등을 통한 치유사업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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