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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에 대만 '멘붕',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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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에 대만 '멘붕', 이유는?

[공유식의 타이완 프리즘] 트럼프 시대 대만 민진당 정권의 대책은?

미국의 대선은 대만(타이완)에게나 우리에게나 초미의 관심사이다. 냉전의 유산(legacy)뿐만 아니라 강대국의 패권 경쟁에 민감한 곳이기 때문에 대외 관계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번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대만의 풍경은 우리의 그것과 비슷하다. 거의 대부분의 언론들이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했다. 그러다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이라는 결과는 폭탄을 맞은 것과 같아 대만의 모든 언론과 대중들은 소위 말하는 '멘붕'에 빠졌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힐러리의 당선은 곧 민주당 정책의 연속을 의미하므로 현재 대만의 대외 정책에 부합된다고 여겼다. 바꿔 말하면 올해 출범한 대만의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대외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 정책 구도에 맞추어 구성한 것이었기 때문에 트럼프의 당선이 대만에 준 정신적인 충격은 상당한 것이다.

차이잉원 정부는 집권 과정에서 마잉지우(馬英九) 정부의 "친미(親美), 화중(和中), 우일(友日)"의 균형 외교에서 벗어나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편승하여 친미와 친일 정책을 강화하고 중국과는 거리를 유지하려는 정책 기조를 내세웠다. 중국에 대한 정책에 있어서도 베이징 당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강조하며 '92 컨센서스(1992년의 공동 인식)'를 인정하라고 압박하고 있지만, 차이잉원 정부는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고 '현상 유지론'을 통해 자신의 독자적 지위를 유지하려는 정책 기조를 보이고 있다.

즉,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 속에서 미국과 일본의 편에 서서 자신의 안보를 확보하고, 경제적으로도 중국 일변도의 구도에서 벗어나 동남아로 향하는 신남향 정책(新南向政策)으로서 경제 관계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 차이잉원 정부의 현 대외 정책 기조이다.

이러한 기조 속에 차이잉원 정부는 국내의 반대와 지지율 하락을 무릅쓰고 오키노토리(沖之鳥) 섬 부근에서의 어장 충돌에서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고, 두 개의 섬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남중국해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의 입장을 고려하여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으며,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가입에도 적극적 태도를 취해 왔다.

▲ 지난 6월경 대만을 방문한 미 상원 군사위원회 위원장 존 매케인 일행을 접견한 차이잉원. ⓒwikimedia.org


이러한 정책적 기조를 유지하던 차이잉원 정부가 예상치 못했던 트럼프의 당선에 당황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미국이 대중국 적극 공세에서 한 발 물러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국내로의 관심 전환과 보호주의가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쇠퇴로 이어진다면 그동안 취해왔던 정책에 정반대되는 환경이 조성되어 정책적 전환이 불가피해지는 상황이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트럼프의 당선이 대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양안 관계를 들여다보면, 트럼프는 아시아에서 쓸데없는 힘을 쓰지 말고 국내 문제에 더욱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중국인에게는 미국이 남아시아 등 동아시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져 미일에 우호적인 정책을 유지하던 차이잉원 정부에게는 충격이 될 수 있다.

그러면 트럼프의 미국은 정말 동아시아에서 발을 뺄까? 트럼프는 강한 미국을 유지하기 위해 결국 국제 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트럼프는 본질적으로 중국에 대해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실제로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감소시키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있는 나라들이 정당한 값을 치러야 한다는 트럼프의 논조와 그의 비즈니스맨 본색으로 미루어 볼 때, 대만은 미국으로부터 무기 구매 등에 있어서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개연성이 높아졌다.

독립 지향성을 갖는 대만의 제3당 시대역량(時代力量) 쪽에서는 이 기회에 미국으로 하여금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중국에게 있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핵심이익이기 때문에 트럼프도 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대만 독립 세력들의 이러한 구상은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트럼프의 집권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분야는 경제 분야다. 트럼프는 중국에 대하여 환율조작국 지정 등 보호 무역 정책을 통하여 경제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중국의 대미 무역이 영향을 받을 수 있고, 중국을 통하여 대미 수출을 하고 있는 대만 기업은 간접적인 피해를 볼 수 있다. 대만 기업도 보호 무역 정책에서는 예외가 될 수 없다.

또한 TPP의 좌초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대만은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국제 경제 체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위하여 TPP 가입에 적극적이었다. 이는 기존의 미-일 우호 정책과도 맞물려 있고 신남향 정책의 한 축이기도 하다. 트럼프 행정부가 TPP를 폐기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만의 신남향 정책도 수정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TPP와 경쟁적 위치에 있는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나 FTAAP(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지대)는 중국의 영향력이 더 큰 다자 간 무역 협정이기 때문에 대만의 참여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기존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더라도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대만도 이에 맞는 정책적 수정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 경제 부분에서 대만과 그리 다르지 않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므로 대만의 대응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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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와 대만국립정치대학교 동아연구소에서 수학했고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만연구센터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대만 연구, 양안 관계, 중국 정치 연구에 관심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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