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된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엄단을 지시하자, 야권에서는 '적반하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비박근혜계 의원들조차 '물타기'이자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이날 '박근혜 대통령, 누가 누구를 엄단한다는 말인가'라는 논평을 내고 "국민의 퇴진 요구가 거센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긴급 브리핑을 통해 철저한 수사와 연루자 엄단을 지시한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마치 정상적으로 국정을 수행하는 대통령처럼 법무부 장관에게 지시를 내린 것은 가당찮다"고 비판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전대미문의 국정 농단, 국기 문란 사태로 검찰 조사에 응해야 할 대통령이 누구를 엄단하라고 말할 자격이 있다는 말인가. 당장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혀도 부족할 대통령이 누구에게 지시를 내린다는 말인가"라며 "박 대통령의 정치적 저의가 매우 의심스럽다. 이런 정략적인 방식으로 정치권을 겁박하며 국정에 복귀하려는 것이라면 대단한 오판"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 사건이 박근혜 대통령 측근과 연루됐다는 의혹을 처음 제기한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엘시티 이영복 사건은 수많은 관.검.정 관계자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순실과 이영복의 월 1000만 원의 계는 이미 보도되었다"며 "저는 제2의 최순실 게이트 가능성을 거론한 바, 청와대가 발끈했다"고 지적했다. (☞관련 기사 : 놀라운 박근혜, '여야 비리 엄정 수사' 지시)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께서 법무부 장관에게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하고 연루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할 것을 지시하셨는데, 바로 그것을 저는 원했다. 반드시 대통령 지시대로 검찰이 하도록 저와 국민의당은 지켜보겠다"면서 "그런데 박근혜ㅡ최순실 게이트의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이라고 적기도 했다.
국민의당 양순필 부대변인도 이날 논평을 통해 "청와대는 언제까지 '근거 없는 정치 공세' 타령 뒤에 숨어 진실 덮기에만 급급할 것인가"라며 "청와대가 엘시티 비리 사건에 대해 제2의 최순실 게이트는 아니고 대통령 측근의 개입도 없었다고 일찌감치 선을 긋는 것은 의혹을 더욱 키울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비박근혜계가 꾸린 비상시국회의의 대변인 격인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엄정 수사 발언은) 지금 이 상황을 희석시키기 위한 것으로 오해될 가능성이 크다"며 "대통령의 뜻이 아니더라도 모든 불법과 부정은 엄정히 수사하는 게 원칙이고 당연한데, 굳이 대통령이 이 상황에서 그 부분까지 언급했어야 하는지, 오히려 수사 방향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게 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의 한 비박계 새누리당 의원은 "(엘시티 관련 정관계 로비 의혹 가운데 친박근혜계인) 서병수 부산시장과 관련된 것은 다 빼고, 문재인 전 대표(의 측근인 야권 인사)와 관련된 것만 드러내서 물타기하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남의 티끌은 보고 내 눈의 들보는 못 보는 모습"이라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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