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비리의 '몸통'인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과 관련, 김현웅 법무부장관에게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여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여 연루자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하라"고 지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박 대통령은 현재 피의자 신분으로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처지다. 그런 박 대통령이 검찰을 지휘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과시한 것이다.
이는 검찰 수사 의지를 위축시키겠다는 목적임과 동시에, 최순실 의혹을 제기해온 여야 정치인의 비리를 파헤쳐보자는 '선전포고'다. '최순실 게이트'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맞불 작전으로 응수하는 모양새다. 정치권을 '비리의 온상'인 것처럼 표현해 정국을 더욱 혼탁하게 하겠다는 '물타기' 의도가 노골적으로 담겨 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16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통해 박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 사항을 전했다. 특히 정 대변인은 박 대통령의 '수사 지시' 배경으로 최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로 나서고 있는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했다. 야당 정치인의 발언을 되치기한 셈이다.
정 대변인은 "현재 검찰에서 수사 중인 이영복 회장의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과 관련하여 천문학적인 액수의 비자금이 조성되어 여야 정치인과 공직자들에게 뇌물로 제공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오늘 이 사건을 또하나의 최순실 게이트라고 말하며 대통령 측근 인사가 개입 됐다는 의혹마저 제기했다. 박지원 대표가 이번 사건을 대통령과 연관된 비리인 것처럼 의혹을 제기한 것은 근거없는 정치공세"라고 비난했다.
정 대변인은 "이에 대통령은 오늘 법무부장관에게 부산 엘시티 비리 사건에 대해 가능한 수사 역량을 총동원하여 신속 철저하게 수사하고 진상을 명명백백하게 규명하여 연루자는 지휘고하를 막론하고 엄단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예비 피의자'가 검찰에 공개적으로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 지시를 내린다는 것 자체가 선뜻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오히려 역풍이 불 가능성도 있다. 부패 의혹의 당사자가, 다른 부패 사건을 특정해 강력한 수사 지시를 내린 것 자체를 시민들이 납득할 지 여부는 불분명하다.
'물타기' 의혹도 제기된다. 570억 원 가량 규모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정관계 로비 명목으로 뿌렸다는 의혹이 핵심인 엘시티 관련 수사 정보는, 민정수석실 등을 통해 고스란히 청와대로 흘러들어갔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 친박 정치인인 서병수 부산시장의 측근이 연루돼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권의 비박계 유력 대선 주자 연루설도 들린다. 심지어 부산 지역의 야권 인사들도 자유롭지 못하다는 말도 나온다. 이때문에 탄핵만 기다리고 있는 '식물 대통령' 박 대통령이 '박근혜 공격' 최전방에 서 있는 여야 유력 주자들을 직접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박 대통령에 대한 '퇴진 요구'를 강화시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비리의 '몸통'인 대통령의 수사 지시 자체가 부적절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 엘시티 등 다른 비리 사건의 경우, 대통령 직무대행이나 국무총리 등의 책임 하에 수사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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