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49)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장모인 김장자(76) 삼남개발 회장과 현 정부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구속) 씨가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하는 등 상당히 친밀하게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우 전 수석의 청와대 입성에 최 씨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될 수 있어 주목된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조만간 김 회장을 소환해 관련 의혹을 확인할 방침이다.
16일 검찰 등에 따르면 김 회장은 우 전 수석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민정 비서관으로 임명되기 전 최 씨를 경기도 화성시 기흥컨트리클럽(CC)으로 초청해 함께 골프를 쳤다. 기흥CC는 운영사인 삼남개발이 지분 50%를 갖고 있다. 사실상 김 회장 소유의 골프장이다.
당시 라운딩에는 최 씨의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라는 차은택(47·구속)씨, 최 씨 개인회사인 비덱스포츠 이사를 지낸 고영태(40) 씨, 최 씨의 딸 정유라(20) 씨 특혜 입학·학사관리 의혹이 제기된 이화여대 관계자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 씨는 최근 검찰에서 골프 라운딩이 이뤄진 배경, 김 회장과 최 씨 사이의 관계, 대화 내용 등을 소상히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 초기부터 우 전 수석측과 최 씨 측이 상당히 활발하게 교류했다는 얘기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 민정비서관으로 발탁됐고 8개월 뒤인 이듬해 1월 민정수석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이후에는 박근혜 대통령과 유일하게 독대할 수 있는 '실세 수석'으로 불렸다.
고향이 대구·경북(TK)이라는 점 외에 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 그가 청와대에 들어가고 대통령 총애를 받은 데 대해 일각에선 최 씨가 배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뒷말이 돌았다.
정권 초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9월 대정부 질문에서 "우병우 민정수석의 청와대 입성에 최 씨와의 인연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있다"며 공개적으로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가운데 김 회장과 최 씨의 '골프 회동'은 검찰이 우 전 수석을 둘러싼 최 씨의 인사 개입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은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 최 씨를 비롯한 주요인물 기소 등 현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김 회장을 소환해 최 씨에 대한 인사청탁이나 부정한 금전거래가 있었는지 추궁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재직 당시 사정 업무를 총괄한 우 전 수석은 이미 최 씨의 국정농단을 묵인·방조하고 각종 내사·수사자료를 흘렸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검찰은 이달 10일 우 전 수석의 자택을 압수수색하고 우 전 수석과 부인 이모 씨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등 각종 자료의 복구작업(포렌식)을 진행하고 있다.
우 전 수석이 최 씨측을 비호한 정황은 이미 언론을 통해 드러난 상태다.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차은택씨에게 '이런 식으로 재단을 운영해도 문제가 없겠느냐'고 묻자 차씨가 '우 수석이 뒤를 봐주고 있어 문제 없다'고 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차씨가 우 전 수석의 명함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골프 모임에 이대 관계자가 끼어있다는 점에도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최 씨의 딸 정유라씨는 작년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이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최근 학교측이 정씨 입학과 학사 관리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최경희 총장이 사퇴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검찰은 김장자 회장이 최 씨측과 이대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김 회장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 이대 여성최고지도자과정(ALPS)에 다니며 1억원 이상의 발전 기금을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대도 작년 발간한 130주년 창립 기념 연간 보고서에서 김 회장을 주요 후원자로 소개하며 인터뷰 내용을 싣는 등 각별히 챙긴 정황이 있다.
검찰은 이대 부정 입학 의혹 등과 관련해 독일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진 정씨를 소환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변호인을 통해 일정 등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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