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길라임 가명까지…끝이 어디냐?"

"박근혜, 탄핵 준비작업 착수"…박지원도 "청와대 반격 시작"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길라임' 보도, 대통령 변호인의 돌출 언행 등을 언급하며 박근혜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특히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을 "대통령이 탄핵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자신이 제안한 '3단계 퇴진론'을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16일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제 박 대통령은 대국민 선전포고를 했다"면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것 자체가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한 헌법 정신에 부합하지 않으며, 완전한 2선 후퇴도 헌법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헌법을 송두리째 유린해 놓고는, 헌법 뒤에 숨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안 전 대표는 "헌법을 파괴해 놓고는 '헌법 정신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민 모욕이고 헌법 모독"이라며 "어제 밤에는 '길라임'이 화제였다. 대통령이 드라마 주인공 이름을 딴 가명으로 병원 시설을 이용했다고 보도됐다. 도대체 어디가 끝이냐?"고 꼬집었다. 그는 "공무원, 심지어 외교관 임명에도 최순실이 개입한 정황이 나왔다. 대통령부터 청와대 핵심 참모, 관료, 공무원, 재벌 등 엄청난 부패 사슬이 국가 조직을 송두리째 무너뜨렸다"며 이같이 말했다.

안 전 대표는 또 "대통령 변호인은 검찰 조사에 협조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그러면 도대체 2차 대국민 사과는 왜 한 것이냐. 대국민 사과에서 스스로 국민들에게 약속한 것도 지킬 생각이 없다면,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해도 국민들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은 변호사를 내세워서 검찰조사를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이는) 공소장에 대통령 진술이 포함되는 것을 피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공소장은 이후 있을지도 모를 탄핵 소추의 핵심 근거다. 헌법재판관들이 공소장을 인용해 판결할 수 있는 것"이라며 "따라서 (박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날 생각은커녕, 탄핵에 대비한 준비 작업에 착수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청와대 반격 시작"…천정배 "야당이 총리부터 추천하자"

앞서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 오전 회의에서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은 '당장 퇴진하라'는 거대한 촛불 앞에서 어떻게든 현재 국면을 벗어나기 위해 시간을 끌려고 한다"며 "청와대와 친박 일부가 '탄핵을 할 테면 해 보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반격이 시작됐다"며 "탄핵을 유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 전 대표는 회견에서 박 대통령의 하야를 재삼 촉구하며 "제가 제시한 '3단계 수습 방안', 즉 대통령의 '정치적 퇴진 선언'→여야 합의로 대통령 권한 대행 총리 선출→총리가 대통령의 법적 퇴진일을 포함한 향후 정치 일정을 발표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시국 수습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나와야 한다. 박 대통령은 절대 임기를 채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당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대책위원장인 천정배 의원은 이날 오전 "우선 야당들이 앞장서서 국무총리를 선출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천 위원장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하야하거나 퇴진하는 경우 대통령 권한 대행을 할 사람인데, 박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황교안 총리에게 권한을 대행시킬 수는 없는 것 아니냐. 지금의 교착상태를 풀기 위해서 야당들이 국민들의 신망이 높은 총리를 선출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安 '문재인' 직접 거론 않고 "여야 책임 있는 정치인 만나야"

'3단계 수습 방안'이 '무엇을'에 해당한다면, 이같은 정국 수습안을 '어떻게' 추진할 것이냐는 방법론 차원에서 안 전 대표는 지난 8일 자신이 제안한 '정치 지도자 회의(가)'를 재차 제안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더 제안드린다. 여야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이 만나,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와 힘을 모아야 한다. 언제 어디서나 만나겠다"고 했다.

전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긴급 성명 발표를 통해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지역까지 함께 하는 비상기구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대통령) 퇴진 운동의 전 국민적 확산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지난 7일 '야당·정치지도자·시민사회 대표 원탁회의'를 제안했다. 박 시장과 안 전 대표는 지난 9일 회동을 갖기도 했다. 천정배 위원장도 이날 오전 "정치권과 각계각층 대표로 가칭 '비상국민회의'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안 전 대표는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전 대표와 만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언제 어디서든 여야의 책임 있는 정치인들과 만나 시국 수습 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루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했다. 그는 "이미 여러 분들을 만났다"며 "오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를 만나서 간단하게 말씀을 나눴다. 추후 기회를 가지고 '함께 정국 수습 방안에 대해 가진 생각을 교환하고 합의점을 찾아 가자'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가 전날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자신의 이전 발언을 해명한 데 대한 생각을 묻자, 그는 "제가 말씀드리기 적절치 않다"며 피해 갔다. 반면 전남 목포가 지역구인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이날 아침 "대단히 유감스러운 내용"이라며 "(총선 당시의) '호남 발언'이 '전략적이었다'고 호남 사람을 무시하는 또 다른 발언을 한 것은 참으로 분노스럽다"고 문 전 대표에게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