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대국민 기자회견을 통해 전국적인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선 주자 중 가장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던 문 전 대표가 본격적인 퇴진 운동에 나서면서, '촛불 민심'을 받아드는 모양새가 됐다. 문재인 전 대표는 최후의 수단으로 탄핵도 배제하지 않았다.
문재인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조건 없는 퇴진을 선언할 때까지, 저는 국민과 함께 전국적인 퇴진 운동에 나서겠다"며 "모든 야당과 시민사회, 지역까지 함께 하는 비상 기구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퇴진 운동의 전 국민적 확산을 논의하고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날 '즉각 퇴진'을 당론으로 정한 더불어민주당과 보조를 맞춰가는 모양새다.
문 전 대표는 "저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헌법 유린,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 사건을 접하며 참담한 부끄러움과 깊은 분노를 느껴왔다. 하지만 최대한 인내해 왔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퇴로를 열어주고 싶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러한 저와 우리 당의 충정을 끝내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문 전 대표는 "광화문 광장에서 쏟아진 '이게 나라냐'라는 국민들의 통탄은 대통령의 하야만으로는 치유될 수 없는 절망감의 표현"이라며 "대통령의 퇴진을 넘어 시대를 교체하고 나라의 근본을 확 바꾸라는 준엄한 명령"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대한민국은 과거와 결별하고 국가를 대개조하는 명예혁명에 나서야 한다"며 "부패와 특권을 대청산하고 '흙수저', '금수저'가 따로 없는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위한 '비상 기구'를 만들어서 국정 공백을 메울 로드맵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시민사회뿐 아니라, 다른 야권 대선 주자들과도 이 기구에서 함께 머리를 맞대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가 언급한 '비상 기구'는 이날 오전 추미애 대표가 제안한 '비상 시국 기구'와 형태가 비슷하다.
전날 청와대에 '돌발 단독 영수 회담'을 제안했다가 당내 반발로 철회한 추미애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부터라도 야3당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으기 위한 '비상 시국 기구'의 구성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회의체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도 제안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추미애 "혼란 죄송"…박지원 "추미애의 최순실은?")
문재인 전 대표는 "지금은 탄핵을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탄핵'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문 전 대표는 "국민의 압도적인 민심은 즉각적인 퇴진을 요구하는 것이고, 탄핵은 많은 시간이 걸린다"면서 "만약 하야까지도 스스로 결단하지 못해서 만약에 탄핵 절차를 밟게 된다면 그야말로 나쁜 대통령이 되는 길"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론 국민이 아무리 하야를 요구해도 대통령이 그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강제적으로 하야시킬 방법은 있기 때문에 마지막 법적인 수단으로 남는 것이 탄핵 절차"라며 "탄핵은 그런 단계에 가서 논의할 문제"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퇴진 운동 방식으로는 지역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에 참석하거나 지역을 순회하면서 시국 토론회를 여는 방안 등을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전 대표마저 돌아서면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지만, 청와대는 이른바 '질서 있는 퇴진'에도 부정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질서있는 퇴진'이라고 하지만 헌법에 관련해 어떻게 할 수 있다고 규칙이 있는 게 아니다"라며 "하야나 퇴진은 헌법 정신에 맞지 않다"고 명확히 했다. 어떤 방식이든 '퇴진'은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끝내 퇴진을 거부한다면 야권에 남은 카드는 탄핵밖에 없다. 하야 운동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섰던 정의당조차 '탄핵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조만간 본격적인 '탄핵 정국'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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