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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분 회동, 박근혜 입에서 나온 건 단 3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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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분 회동, 박근혜 입에서 나온 건 단 3문장

'하야 민심' 제대로 못 읽은 朴…총리 문제 별도로 특검 조속 실시해야

박근혜 대통령과 정세균 국회의장의 8일 만남은, 박 대통령 측에서 먼저 제안해 성사됐다. 당초 여야 영수회담을 추진하러 7일 국회를 방문한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이 야당의 강력한 거부에 부딪히자, 정 의장을 먼저 만나는 것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정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영수회담의 전제 조건 중 하나였던 김병준 지명자 철회를 공언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 즉 여야가 추천하는 국무총리를 지명할 것이며,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말을 했다.

김 내정자를 철회하면서, 김 내정자가 추천한 박승주 국민안전처 장관 내정자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지명 철회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박 내정자는 "전생 체험을 했다"는 주장을 하는 등 '괴종교'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러나 '2선 후퇴'에 대해 박 대통령은 "국정을 정상화시키는 것이 (나의) 큰 책무라고 생각"한다며, 여전히 국정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여야 영수회담이 이뤄지게 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13분 회동, 3문장 발언...野 "진정성 있나?"

박 대통령과 정 의장의 공개 발언 후, '풀기자'가 퇴장한 뒤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 박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은 단 세 문장이었다.

"대통령의 책임이다."

"여야 합의로 국회에서 총리를 추천해주시면 그 분을 총리로 임명해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하는 권한을 드리겠다."

"총리가 내각을 통할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보장하는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하겠다."

정 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박 대통령에게 "아마 요즘에 (대통령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신다고 생각한다"며 "국민들도 걱정도 많고, 또 좌절감도 느끼고, 어려움이 많은 시기를 함께 보내고 있는데 대통령의 위기는 국정의 위기이고, 국가적인 위기이면서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 걱정이 너무 커서 어떻게든지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이럴 때일수록 민심을 잘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주말에도 국민들이 보여준 촛불 민심을 잘 수용해서 이 위기를 극복해서 다시 전화위복의 계기로 꼭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대통령도 마음을 비워야 한다"며 "국회가 적임자 추천을 하면 (대통령이) 임명을 하고 권한을 부여하셔야 하고 차후 권한 부여에 대한 논란이 없도록 깔끔히 정리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요구했다. 주로 정 의장이 길게 말하고, 박 대통령이 짧게 답하는 식이었다.

상황이 이러니 야당의 평가는 박하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어렵게 발걸음을 했는데 하신 말씀이 달랑 3문장이다. 고작 13분 회담이다. 박 대통령은 변하지 않았다 본다. 국민의 대의기관 국회에 와서 진솔한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 90초짜리 사과, 9분 재사과의 재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대통령의 말씀이 모호하다. 총리의 국정 운영 과정에서 청와대가 감놔라, 배놔라 간섭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도 없었다. 이 약속이 있어야 국회 추천 총리가 실제 국정 운영의 권한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야 민심' 제대로 못 읽은 朴거국내각 별개로 특검도 조속히 실시해야

국회가 국무총리를 추천하더라도, 박 대통령이 국정을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남아있는 한, 정국은 계속된 혼란 속에서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야당은 여전히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두 차례 사과를 했음에도 민심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사과 이후 박 대통령의 행태가 실망스러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박 대통령은 일방적으로 김병준 총리 내정자를 지명했고, 김 내정자가 추천했다고 하는 박승주 국민안전처장관 내정자는 해괴한 종교 철학으로 뭇매를 맞았다. 박 대통령은 전날 민심을 청취한다면서 극우 성향 목사를 청와대에 초청해 논란을 일으켰다. 하나같이 대통령의 신뢰성에 치명적인 행보들이다.

또한 박 대통령은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 나오는 탈당 요구도 무시하고 있다. 탈당이 전제되지 않은 '책임 총리'는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진상규명이다. 박 대통령의 '2선 후퇴'와 '거국 내각'을 놓고 벌이는 논쟁과 별도로, 박 대통령에 대한 특검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국회가 특별검사를 추천해 '박근혜 게이트'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 검찰 수사는 기본적으로 박 대통령을 보좌하는 최재경 민정수석에게 보고가 들어가도록 돼 있는 시스템이다. 피의자가 될 수 있는 대통령이 검찰 수사 내용을 보고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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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기자
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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