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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월급은 14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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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월급은 140만원"

[민미연 포럼] 르포- 한국의 밑바닥 노동과 이중노동시장 ②

밑바닥 하급서비스 노동자들

우리 사회의 근로민중들은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높은 임금과 풍부한 직장복지 혜택을 받고 있는 대기업, 공기업 정규직 및 공무원과 대조적으로 밑바닥의 근로민중들은 특권적 노동자를 부러워하며, 생계를 위해, 돈을 몇 푼 벌기 위해 바쁘고 고단하게 혹은 처절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는 밑바닥 하급서비스 노동자들의 상태에 관심이 많아 어느날,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영세한 통닭집에서 일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지 못한 서른 살 청년에게 "월급이 얼마냐?"고 물어보았다. 그 청년은 "취직할 일자리가 없어 마냥 놀기도 그렇고 좋은데 취업하기 전에 임시로 통닭집에서 일한다"며 "오후 5시에서부터 새벽 1시까지 일하고 월급은 140만원 받는다"고 했다.

2013년, 동네 100평 규모의 마트에서 밤샘 근로를 하는, 괜찮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20대 후반 대졸 청년에게 월급이 얼마냐고 물으니, 계속 미취업 상태에서 놀 수도 없어 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 8시간 일하고 월 100만원을 받는다며 "밤샘 근무를 하니 많이 피곤해요"라고 했다.

동네 다른 작은 마트에서 일하다가 얼마 전 그만 둔 50대 아저씨가 그 마트에서 일할 당시 월급은 얼마가 되냐고 물으니, 그는 "시급 7000원, 오후 7시부터 새벽 3시까지 일하고 월급 140만원"이라고 했다. 그 아저씨는 운영하던, 종업원 20명이 일하던 공장이 망해 20억 원을 날렸다고 했다. 그는 탈락한 자본가이며, 빈털털이 프롤레타리아로 신분이 하강했다. 반점에서 장시간 중노동을 하는 배달노동자는 일당 10만원, 월급제는 200만원이 조금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생하는 사람들은 건설 일용직 노동자와 대공장 하청 노동자 및 중소기업 노동자이다. 그들이 가장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불쌍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들은 가장 힘들고 위험하고 더러운 일을 하는데 비해 경제적 보상이 너무 적다. 그들은 가장 열악한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는 '전문적’ 노동, 지식 노동, 정규직 노동만 우대하고, 그들을 인도의 최하층 계층인 수드라처럼 부려먹고 있다. 한국은 지적 격차에 근거한, 즉 지식노동과 육체노동의 소득 격차가 너무 심한 사회이다. 한국은 이제, 지적 격차와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의 분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극심한 격차와 균열이 심화되어 사회구조 자체가 엄격한 위계적 불평등, 불공평 사회로 변해버렸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불공정, 불평등 그 자체이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노동현장에서 바라본 너무 다른 풍경

노동현장에서는 너무 다른 풍경들이 연출되고 있다. 대기업 공장 생산파트 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형건설회사 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일하기도 하고 현장 내 설치된 깔끔하고 쾌적하고 시원한 사무실에서 일하거나 쉰다. 시설이 좋다. 대기업 공장 생산파트 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형건설회사 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의 수직적 노동위계제 하에서 마치 군대의 장교와 흡사하게 보인다.

반면 같은 현장 내 허름한 하청업체 노동자들과 일용직 노동자들이 출입하는 사무실이나 창고는 지저분하다.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차별이 심하다. 그래서 그들은 서럽다. 그러나 깔끔한 작업복을 입고 있는 하얀 얼굴의 대기업 공장 생산파트 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형건설회사 정규직 직원/노동자들은 현장 내 위험한 일은 거의 하지 않고 노동시간도 짧고 휴일도 많고, 일을 지시, 감독한다. 그들은 산업장교이다. 물론 그들도 애로도 있고 스트레스가 있지만, 대체로 하청/외주/용역/일용직 노동자보다 일이 편하고 수월하다. 정규직과 하층노동자 사이에는 임금/직장 복지 격차도 극심하지만 노동강도의 격차도 심하다. 노동과정이 서로 다르다. 얼굴도 서로 다르다. 생활수준도 서로 다르다.

그래서 현장 내 위험한 일, 허드렛일, 힘든 일을 도맡아 하는 많은 하청/외주/용역/일용직 노동자들과 나의 눈에는, 대기업 공장 생산파트 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형건설회사 정규직 노동자들은 강단좌파 교수들이 말하는 '신자유주의'체제가 주조한 열악한 '노동지옥'에서 고생하는 사람들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좋은 노동조건 속에서, '신자유주의'체제에서 혜택을 받고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생활과 평생직장이 보장된 공공부문의 노동자인 공무원, 공기업 노동자와 대자본이 노동에 분배하는 대자본의 잉여를 독식하는 대기업 정규직은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일하는 많은 비정규직/하청/외주/용역/일용직 등 하층노동자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노동의 양극화, 이중노동시장

물론 중심부(일류)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대기업 공장 생산파트 정규직 노동자들과 대형건설회사 정규직 노동자들은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현장에서, 사회에서 노동자라고 해서 다 같은 노동자라고 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상층노동자와 하층노동자는 한국자본주의사회에서 경제적 처지, 노동조건, 복지, 신분 면에서 천양지차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노동의 분할과 양극화는 국가와 자본(기업)이 만든 것이다. 그러나 노동의 분할과 양극화가 심화되고 이중노동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은 자본 탓만은 아니며 보다 유리하고 보다 안정적 지위를 차지하려는 정규직 조직노동의 노력(교섭력에 의한 독점=노동독점=일자리 독점)이 기업별/고용형태별에 따른 차별을 조성, 강화함으로써, 노동자들에 대한 분할 지배를 유지하려는 자본의 이해에 부합하게 되고 복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자본과 정규직 조직노동은 유착, 공생하며 비정규직 등 하층노동자들을 차별, 배제하며 노동의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노동의 양극화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은 국가와 대자본(대기업)에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력의 거래는 노동시장에서 이루어진다. 노동시장에서 노동자는 고용주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으로 팔고, 고용주는 노동자의 노동력을 구매하여 고용주는 노동자와 고용계약을 맺는다.

노동시장은 중심부(일류) 노동시장과 주변부(이류) 노동시장으로 구분된다.

자본주의 한국사회의 노동시장은 이중노동시장으로 분절, 구조화되어 있다. 이중노동시장은 노동의 양극화와 불평등을 형성한다. 이중노동시장이란 노동시장이 "내부자와 외부자로 양분돼 있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내부자란 괜찮은 일자리에 적절한 보호망을 가진데다 높은 임금을 받고 다양한 혜택을 누리는 대기업, 공기업, 공무원 정규직 노동자를 말한다. "외부자는 그렇지 못한 영세업체 노동자, 자영업자(자기착취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등 불안정 노동자들이다." 내부자는 노동자이지만, 경영자와 더불어 모든 것을 누리는 집단이고, 반면 외부자는 수드라와 같은 존재로 힘든 일을 하며 경제적 보상은 적고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존재들"이다.

세계적인 사회학자인 아니 칼리버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교수는 21세기 오늘의 노동시장은 '이중화'와 '불안정 노동'으로 특징된다고 보고 있다. 그는 노동시장을 '이중화'와 '불안정 노동' 개념으로 포착, 해명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소득/임금/직장복지 격차는 국가/자본의 노동의 분할, 차별에 기인하는 면도 있지만, 숙련/기능/생산성의 격차 때문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조직노동의 일종의 '불로소득' 취득(지대 추구rent-seeking도 일부 포함)으로, 교육/시험에 의한 격차로, 정규직 조직노동의 비정규직/하층(하청, 일용직, 용역직)노동자에 대한 차별, 배제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별다른 고기능/고숙련/전문성도 없는 대기업-공기업-공무원-교사 노동자들, 즉 노동계급의 상층=중간계급, 중상류계층이 '동일 노동'을 하고 있는 민간 기업과 공기업의 생산/사무 비정규직, 공공부문(공무원/학교)의 비정규직: 무기계약직/계약직, 보조교사, 교육행정실무사 등에 비해 30~50% 또는 2배~5배 이상의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은, 한국 자본주의가 국가-자본-상층 조직노동이 삼위일체로 결합된 기득권체제(정규직 자본주의)임을 말해 준다.

자본주의 한국 사회의 노동계급의 상황도 다양하다. 노동계급 전체를 임금노동을 하고 있다는 측면에서만 보고 모두 자본의 임금노예로 규정할 수는 없다. 노동자라고 해서 모두 소득, 처지와 사회경제적 지위, 생산/노동과정에서의 지위가 동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동계급은 도저히 하나로 볼 수 없을 정도로 극단적으로 분열되고 분화되어 있다

내가 노동현장에서 일하면서 느낀 점은 대기업-공기업-공무원 정규직에 대한 과보호와 강력한 연공급, 풍부한 직장복지는 비정규직 및 하청 기업노동자, 하층노동자의 희생과 맞닿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을 심화하고 외주화, 비정규직 노동력 확대를 가져오고 노동시장의 분단을 더욱 심화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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