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는 27일 "지난 2012년 추진하다 중단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재개 여부를 북한의 4, 5차 핵실험에 직면해 실무 검토해왔으며,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은 올해 들어서만 두 차례 핵 실험과 20여 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핵 미사일 위협을 높이고 있고, 우리 안보 상황은 더욱 엄중한 상태에 있다"며 "북핵과 미사일 위협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신속‧정확한 정보 획득과 활용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일본과의 정보 협력 체계를 심화‧확대하는 것이 안보 이익에 부합한다고 판단한다"면서 협정 논의를 재개하게 된 원인이 북한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의 5차 핵실험인 9월 9일 이후 정부 내 관계자와 전문가 및 언론에 계신분들과 의견 교환이 있었다"며 "유관부처 간 여러 차례의 과정이 있었고, 오늘 NSC에서 최종적으로 의견을 수렴했으며 그 결과로 논의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방부는 일본과 협정으로 북한의 군사 행동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당국자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다면 훨씬 신속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한미 간에도 북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지 못하고 있는데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고 빠르면 올해 말에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일본은 정보 수집 위성을 가지고 있고 이지스함, 지상 레이더, 조기 경보기, 해상 초계기 등의 정보 자산을 다수 소유하고 있다"면서 "핵 미사일과 관련된 정보를 좀 더 정확하게 생산해낼 수 있고 우리의 대책도 시의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당국자는 또 "잠수함 기술 정보도 제한됐었지만 협정이 체결되면 관련 정보 첩보를 공유할 수 있는 상태가 되고 북한의 내부 도양에 대해서도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협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보 공유는 북한 핵과 미사일에 국한될 것"이라면서 지난 2014년 12월 29일 한미일 3국이 체결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예로 들었다. 이 당국자는 "약정 이후 2년 가까이 정보 공유를 진행했는데, 정보 공유 내용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국한된 것"이었다며 "협정을 체결한다고 해서 모든 정보가 무제한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사안별로 면밀하게 검토한 뒤 선택적으로 교환한다"고 설명했다.
협정의 최종 체결 시기와 관련 이 당국자는 "북한의 위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가급적 빨리 체결할 것"이라면서 "2012년에 기본 문안이 만들어졌고, 합의한 바 있기 때문에 일본과 교섭 시간은 많이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일본과 협의 시기와 내용, 주체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 여론 수렴한다더니…4년 전보다 나아졌나?
지난 2012년 이명박 정부는 해당 협정과 관련, 국민 여론을 무시한 채 비공개로 추진하려다가 역풍을 맞아 체결을 취소했다. 이에 국방부는 이 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국민의 여론을 경청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협정 체결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2012년과 마찬가지로 국민 여론과 관계없이 협정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사를 보인 셈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국민의 여론 동향을 유의해서 관찰했다"며 "최근 언론을 통해서 다수 전문가들이 협정 체결(을 찬성했고) 이야기가 있었고, 조기에 체결해야 한다는 의견도 국회에서 있었다. 또 국방 포럼이나 전문가 자문회의 등 여러 계기를 통해 조언을 구하려는 노력을 지속해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당시 (2012년) 논란이 됐던 이유가 왜 밀실에서 추진하냐는 것이었다. 그런 우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9월 9일(북한의 5차 핵실험이 일어난 날) 이후로 한일 정보보호협정이 필요하다는 것은 여러 차례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협정 추진에 대한 의사를 이미 지난 9월에 밝혔고 다양한 통로를 통해 관련한 자문도 들었기 때문에 국민 여론을 고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일 간 군사 협력 강화에 대한 국민들의 거부감은 지난해 이뤄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등으로 인해 4년 전보다 높아지면 높아졌지 결코 수그러들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해석 개헌'이라는 독특한 방식을 통해 사실상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 일본이 한반도에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일본과 군사 정보 공유에 대한 국민 감정이 나아졌다고 해석할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진단이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 당국자는 "일본 자위대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같이, 일본 자체에서 여러 움직임이 있는데 이를 협정과 연관시키는 것은 비약적인 염려"라고 일축했다.
중국과 결별 선언?
이번 협정 체결로 한미일 3국의 군사 협력이 강화되고, 이에 따라 중국과 갈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사드 배치 이후 한중 관계가 불편한 상황에서 이번 협정 체결이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국방부 설명대로 이번 협정을 통해 한미일 3국 간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된다면, 사실상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MD)에 포함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국방부 당국자는 "협정을 맺는다고 해서 달라지는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북한의 1~3차 핵실험 때는 협정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가 사드 배치와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협정 체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을 두고, 결국 이번 협정이 MD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당국자는 "가중되는 위협을 체감하면서 과거 조치에 정보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협력) 강화를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면서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4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 이후 협정 체결 문제가 거론된 것 역시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라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동북아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이 한미일 3각 군사협력 강화를 촉구했다는 관측이다.
미국이 이번 협정의 조속한 체결을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이 당국자는 "(협정은) 한국과 일본 간 의제다. 한미 간 의제가 아니"라면서 "정부 내에서 준비 과정은 충실했다"고 답했다.
한편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행태가 드러나면서 사실상 박근혜 정부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와중에 민감한 안보 사안이자 국민들의 거부감이 여전한 이번 협정을 체결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한지를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가뜩이나 최순실 씨에게 외교 및 북한 관련 정보가 유출됐다는 의혹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군 통수권자'로서의 자질이 의심을 사는 마당에, 정부가 북한 핵실험을 빌미로 민감한 군사, 외교적 문제를 들고 나선 점도 여론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를 두고 국방부 당국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국방 정책이나 군사 대비 태세는 쉼 없이 진행돼야 한다"면서 현 정국과 무관하게 진행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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