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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비서실장, 총사퇴 요구에 "자리 연연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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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총리·비서실장, 총사퇴 요구에 "자리 연연 안해"

국회, '최순실' 집중…이원종 "제가 알았으면 '봉건 시대' 말했겠나"

명실공히 '최순실 정국'이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를 위해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비선 실세 관련 의혹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에게 따져 물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은 내각·청와대 참모진 총사퇴 주장에 대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실장은 "깊이 고심하는 중"이라고도 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26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해 "국민에게 걱정과 염려,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대단히 송구하다"며 조야에서 내각 총사퇴 등의 주장이 나오는 데 대해 "저를 비롯해 (국무위원 등은)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도 청와대 비서진 전면 교체 주장에 대해 "취임 첫 날부터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며 "지금도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병우 민정수석 경질 주장에 대해 "같이 고심해볼 것"이라고 했다.

"정호성이 매일 30cm 靑 문서 보고"…이원종 "그게 가능하겠나"

황 총리는 '최순실 씨가 서울 논현동 사무실에서 정호성 청와대 부속비서관으로부터 매일 30센티미터 두께의 청와대 자료를 보고받아,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 등과 국정을 농단하는 비선 회의를 열었다'는 내용의 이날 <한겨레> 보도가 사실이냐는 국민의당 이용주 의원의 질문을 받고 "그런 보도 내용을 알고 있지만 실체가 무엇인지 검찰이 수사 중"이라며 "사실 확인이 중요하다"고 원론적 답변을 했다.

이 의원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도 비선 모임이 열렸다고 한다. 대통령 사과도 거짓 아니냐'고 재질문하자, 황 총리는 "검찰이 조사해서 밝힐 것"이라며 "대통령이 사과한 부분에 대해 '아쉽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지만, 문제는 대통령이 정확히 어떤 내용까지 알고 있었냐는 것이다. 그것은 다른 제3자가 행동한 부분과 (별도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반박했다.

이원종 실장도 같은 질의에 "그런 일이 가능하겠느냐"고 "(구체적 사실은) 수사 진행 중에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 실장은 "대통령 비서실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보고서의 두께가 30센티미터가 된다는 것이 도대체 상식에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신문의) 인터뷰 신뢰도를 확인해 봐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 실장은 전날 박 대통령의 '사과문'을 누가 작성했느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이 직접 작성했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과거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이 최 씨에게 미리 사전 보고된 데 대해 "청와대 연설문 작성 시스템 자체가 아주 잘 돼 있다. 대통령이 직접 (최 씨에게 연설문을) 보냈다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며 "다만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절차를 여러 번 거친다"고 말했다.

황 총리는 또 전날 JTBC 방송 보도로 최 씨에게 '중국 특사단 추천 의원', '다보스포럼(WEF) 특사 추천' 등 민감한 외교 문서까지 보고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구체적 사실에 대해서는 따져보고 확인해야 한다"고 피해 갔다. 방송은 전날 중국 특사단으로 보낼 의원으로 조원진·정문헌 의원을 추천한 문서(조 의원은 실제로 특사단에 포함)와, 다보스포럼 특사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추천하며 "새 정부에서 중책을 맡기지 않더라도 특사로 보내면 예우하는 모양새를 갖출 수 있다"고 적힌 문서가 최 씨의 태블릿PC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靑 비서실장 "지난 5개월간 국정 순탄했다" 답변 '눈길'

황 총리는 박 대통령의 전격적 개헌 제안이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것 아니냐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두 가지는 다른 문제"라며 일축했다. 이 실장도 "저는 생각을 달리 한다"며 "우연히 시간이 겹친 것일 뿐, 문제를 은폐하기 위해 한 것이 아니다. 대통령은 오래 전부터 개헌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황 총리와 이원종 실장은 '국정이 표류하고 있다'는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의 지적에 각각 다른 답을 내놔 눈길을 끌기도 했다. 황 총리는 짤막하게 "유감으로 생각한다"고 답했지만, 이 실장은 북핵 문제 대응 등을 거론하며 "지난 5개월간 국정은 별 문제 없이 순탄했다 생각한다"면서 "최근 과거의 일로 국민들이 불안해 하는 사태에 대해 매우 송구하게 생각하고, 저희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실장은 지난주 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해 했던 말이 이라고 말했던 것이 전날 사과 기자회견 내용과 다르다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난 주는) 비리에 연루된 모든 사람을 지칭한 것이고, 어제는 최순실 개인에 초점을 맞춘 말씀"이라고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의미 있는 사업에 대해 의혹이 확산되고 도를 지나치게 인신 공격성 논란이 계속 이어진다면 문화 융성을 위한 기업들의 순수한 참여 의지에 찬물을 끼얹어 기업들도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지난 주 회의에서 이같이 말하지 않았느냐고 이용주 의원이 추궁하자 "정확한 기억은 안 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발언 내용에 대해 "정확한 기억"을 하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이 실장은 지난 21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자신이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한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봉건 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얘기",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런 말을 믿을 사람이 있겠느냐"라고 발언했던 데 대해 "여러 정황으로 봐서 그런 일은 성립될 수없다는 절실한 생각에서 말씀드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의장 밖에서 기자들이 이 부분을 묻자 "제가 그것을 알았다면 어떻게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고 하기도 했다.

새누리 의원도 "고려 때 신돈 사건 같다"…법무장관 "대통령, 수사 대상 아냐"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대한 공세는 야당 의원들의 입에서만 나온 게 아니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도 "국정 기밀까지 최순실에게 갔다"며 "마치 고려를 멸망하게 한 공민왕 때의 신돈과 같은 사건"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지지자들로부터) 저에게 '대통령 찍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문자 메시지가 수십 통씩 온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 의원은 이 실장에게 "대통령이 또 한 번 사과해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겠나"라고 몰아세우는가 하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당시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유일호 경제부총리, 인수위 대변인 출신인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최순실의 존재를 안 것이 언제부터냐"며 "(두 분은) 대통령께 따질 자격이 있다. 대통령이 모든 진실을 고백하지 않으면 대통령과 같이 일할 수 없다고 말하라. 지금이 그런 순간이다"라고 촉구했다. 하 의원의 발언에 대해 유 부총리는 "최 씨를 본 적은 없고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것도 (들은 지) 오래된 것 같지 않다"고, 조 장관은 "최 씨는 언론 보도로만 접했고 제가 만났거나 아는 분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예결위에 출석한 몇몇 국무위원들의 발언도 눈길을 끌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박 대통령도 기록물 유출 등으로 수사 대상이 되느냐'라는 질문을 받고 "헌법에 대통령은 내란·외환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소추를 받지 않게 돼 있다"며 "소추에는 '수사'도 포함된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 재단의 주무 부처장인 조윤선 장관은 두 재단 비리 의혹과 관련된 야당 의원들의 질의 공세에 "내부 점검·조사 중이다. 진행 중인 검찰 수사 결과를 참조하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한편 이날 예결위 회의에서, 경찰을 관할하는 홍윤식 행정자치부 장관은 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백남기 씨 부검을 할 것이냐'고 묻자 "그 문제는 좀더 논의해 보겠다"며 "사인에 대해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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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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