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가 보유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PC에서 발견된 박근혜 대통령과 해외 주요 인사들의 접견 관련 파일에는 접견 주제와 박 대통령의 대응 지침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일보>는 26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특사단 접견 자료'가 최 씨의 PC에 저장돼있었다면서, 접견일시인 2013년 1월 4일 오후 2시보다 9시간 정도 앞선 오전 4시 52분에 최 씨의 PC에 저장돼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당시 당선인 신분이던 박 대통령은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전 일본 재무상 등 특사단 3명과 만남을 가졌다.
신문은 "파일에는 '아베 총리가 1일 누카가 특사를 자택으로 불러 한·일 관계 중시 입장을 언급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당선인님께 전달할 것을 지시함'이라는 정보도 담겼다"고 전했다.
신문은 '한일 관계 민감한 핵심 현안(일본 측이 언급 시 대응)'이라는 항목에 가장 많은 분량이 할애됐다면서 독도 문제가 가장 먼저 언급됐다고 밝혔다. 파일에는 "일측이 독도의 날 행사를 중앙정부 차원에서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검토 입장임을 언급할 시 불언급(미소로써 답함)'으로 대응하라"고 적혀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독도 문제가 정상 간 면담 시 거론되었다는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음"이라는 문구도 있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어 신문은 파일 안에 "불가피할 경우 독도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하지 않고 양국 간 역사 문제로 인해 양국 관계의 기본 틀이 훼손되지 않도록 일본 측이 현명하고 분별 있게 행동하기 바람"이라는 주문도 적혀 있었다고 덧붙였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측이 기피하는 사안으로 선제 언급 가능성이 희박함"이라며 "개별 사안에 대한 언급보다는 큰 틀에서 역사에 대한 일측의 올바른 인식이 양국 관계 발전의 기본이라고 언급하는 게 바람직"이라는 설명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문은 해당 PC에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통화 참고' 자료라는 제목의 파일도 있었다면서 "문건에는 길라드 전 총리가 트위터에 박 대통령의 당선 축하 메시지를 게재했다는 설명이 담겼고, 2012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호주가 비난 성명을 발표한 데 대해 감사를 표시하라는 조언도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실제로 박 대통령과 길라드 총리는 2012년 12월 28일 오후 4시 30분부터 약 12분 간 통화했고, 이 문건은 전화통화 전인 28일 오전 1시 44분 최 씨의 PC에 최종 저장됐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외교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내용이 공식 직책이 없는 최 씨에게, 그것도 접견 전에 전달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국가적인 기밀이 무분별하게 새어나간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그의 국정 개입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두고도 의혹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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