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이유 없는 국립대 총장 임용제청 거부 사태와 관련해 경북대는 일단락을 지었지만,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1순위가 아닌 차순위 후보가 총장에 낙점돼 또 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경북대 교무처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20일 저녁 '김상동(57.자연과학대학 수학과) 교수를 제18대 총장에 임명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발령 공문서를 경북대에 발송했다. 곧 경북대는 총장직무대리 체제를 20일로 종료했고, 김 교수는 21일부터 정식 취임해 업무에 들어갔다. 취임식은 11월 25일이다.
2014년 9월 1일부터 공석이었던 경북대 총장은 2년2개월만에 주인을 찾았지만, 앞서 2번의 총장 선거에서 두 번 다 1위를 차지한 김사열(60.생명과학부) 교수 대신 2순위 후보가 총장에 올라 논란은 계속 돼고 있다. 특히 교육부가 대학이 추천한 후보를 이유 없이 임용 제청하지 않다가, 2년여만에 다수표를 얻은 후보가 아닌 차순위를 임용 제청하고 국무회의가 이를 통과시킨 뒤 대통령이 최종 승인하면서 "청와대 입김", "정권 입맛에 따른 코드인사", "국립대 길들이기" 등 각종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북대 교수회(의장 윤재석)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초 총장부재 사태와 관련해 서명운동, 집회, 기자회견 등 각종 단체행동을 하며 정부에 저항하던 모습과 달리 교수회는 2순위 후보의 총장 임용을 "수용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해 일부 교수들의 반발을 샀다.
교수회는 성명에서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직선제를 일률적으로 폐지 하라마라 강요하기보다 학교 자율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했지만 당선 후 정부 압박에 굴복해 간선제를 채택한 대학마저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임용을 거부하거나 2순위 후보를 임용하는 파행을 거듭했다"며 "권력과 자본에 의해 점령당한 대학 현실, 원칙과 정의가 무너진 교육 현장이 참담하다"고 밝혔다. 또 "두 차례나 좌절당한 1순위 후보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다"면서 "무기력한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했다.
하지만 "2년여의 고통은 더 이상 굴복이 또 다른 굴종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면서 "1순위 후보자 배척 사유를 공개하고 대학 구성원이 합의하는 총장 선출 방식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2순위 후보가 총장에 임용된 것과 관련한 교수회의 수용 또는 불수용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윤재석 의장은 "수용한다는 것"이라며 "절차적 하자가 없기 때문에 위헌소송이나 행정소송, 불신임투표 등 어떤 법적, 행정적 대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신 "굴종의 시작은 직선제 폐지였기 때문에 직선제 회복을 위한 운동을 앞으로 전개하겠다"고 설명했다.
경북대 총학생회(회장 박상연)도 이날 저녁 비슷한 성명을 발표한다. 박상연 회장은 "불수용은 아니다. 직선제 폐지의 절차적 문제, 간선제에서 학생 여론 수렴이 안되는 점을 비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반발의 목소리도 크다. '대학자율성 수호를 위한 경북대교수모임'의 이형철(물리학과) 교수는 "투표에 의해 1순위에 오른 후보가 아닌 2순위가 총장이 되는 것은 결국 정권 차원에서 국립대 총장을 낙점하는 꼴"이라며 "원칙, 순리, 절차 모든 것에 위배된다. 정부 겁박과 시간상 기다림에 결국 대학이 굴종, 굴복한 것이다. 대학자율성은 무너졌다. 앞으로 대응책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북대 교수 50여명으로 구성된 평의회 평의원들도 오는 27일 관련 회의를 열고 앞으로 대응책 방향을 논의한다.
1순위 후보인 김사열 교수도 "이유를 밝히지 않고 대통령이 2순위 임명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면서 "대학 기만이다. 여기에 동조할 수 없다. 법적 대응 마련을 위해 고심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경북대와 같이 정부가 2순위 후보를 신임 총장으로 임명한 순천대학교의 경우는, 교수회가 총장 불신임 투표를 한 것에 이어 삭발,위원 사퇴까지 벌이며 정부의 2순위 임명에 저항하고 있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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