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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SNS에 "월급 사라지게 한 범인, 커피·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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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SNS에 "월급 사라지게 한 범인, 커피·택시"

누리꾼들 분노 "착취부냐", "노동환경 개선이나 신경쓰라"

고용노동부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의도를 짐작하기 힘든 게시물을 올렸다가 누리꾼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자진 삭제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노동부는 14일 오전 "왜 내 통장은 늘 '텅장(텅 빈 통장이라는 뜻으로 추정)'인 걸까"라며 몇 장의 만화를 올렸다. "내 월급을 사라지게 한 범인을 찾아라"라는 말과 함께였다.

ⓒ고용노동부 트위터 갈무리
노동부가 '범인'으로 지목한 것은 커피, 택시, 세일 등이었다. '커피'에 대해 노동부는 "직장인이라면 밥 먹고 커피는 필수! 아무리 돈이 없어도 커피는 꼭 마신다"라며, 한 여성이 커피 잔을 들고 "뭔가 나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직장인 같음"이라고 말하는 그림을 올렸다.

'택시'에 대해서는 "오늘도 지각하면 나는 죽음…. 텅장이고 뭐고 일단 타자"고, '세일'은 "매달 돌아오는 세일이지만 이 때가 아니면 싸게 못 살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라고 했다.

전체적으로 이 게시물은, 늘 위험한 직장인들의 통장 사정이 그들의 소비 패턴 때문이라는 취지로 이해됐다. SNS 이용자들은 분노를 넘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트위터 아이디 'c1p***'는 "내가 만날 천날 '텅장'인건 물가는 올랐는데 내가 버는 돈은 10년 전이랑 같기 때문이란다"고 했고, 'nam***'는 "고용노동부(X) 노동착취부(O)"라며 "내 월급을 사라지게 한 범인은 자본과 기업"이라고 비판했다. 'jul***'는 "멍청아, 누구는 아침부터 속을 깎는 것 같은 고통을 참고 커피를 마시고 싶어서 마시는 줄 아니?" 그마저도 안 마시면 일하기 너무 힘들어서 마시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월급 가져간 범인'으로 지목된 소비 활동이 그렇게 비난받을 일이냐는 반박도 많았다. 'dae***'는 "누가 집을 샀어, 차를 샀어? 고작 커피 마시고 취미로 '덕질'했는데 '텅장'이면 저임금으로 사람 부리는 고용주를 (탓해)야지"라고 했다. 'had***'는 "직업을 가지고 급여를 받는 사람에게 하루에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일이 지나친 사치라면 그게 정상적인 상황입니까?"라며 "거기다가 해결책이라고 커피를 줄이라는 게 고용노동부가 할 말인가요?"라고 항의했다.

누리꾼들은 특히 기획재정부나 금융위 등 '저축 장려'를 본업으로 하는 부처가 아니라, 임금노동자인 직장인들의 어려운 처지를 대변해야 할 노동부가 이런 게시물을 올린 데 대해 배신감을 느끼는 듯한 태도였다. 트위터 이용자 'con***'는 "고용노동부는 고용자 편이라서 그런 듯. 노동자 편이라면 고작 커피, 택시, 쇼핑, 취미로 내 형편이 ×같아졌다는 말을 절대 못할 텐데"라고 서운함을 표했다.

'sil***'도 "고용노동부는 노동자의 지출에 대해 떠들 권한 없는 부서"라며 "고용 안정성과 노동 환경 개선이나 신경 쓰시죠? 집값은 치솟고 금리는 바닥인데 저축이 뭔 의미? 내 월급은 내가 알아서 함"이라고 쏘아붙였다. 'cob***'도 "절약도 저축도 중요하지. 그건 사실이야. 그러니 저축, 해야지"라면서도 "하지만 왜 고용노동부가 저축 같은 말을 하지?"라고 의아함을 표시했다.

게시물 가운데 '커피'나 '쇼핑' 항목이 여성에 대한 차별적 시선을 재생산한다는 비판도 나왔다. 'inl***'은 "'돈이 없어도 비싼 커피는 챙겨 마시는' 골빈 여성, 쇼핑이면 죽고 못 사는 사치스러운 여성. 그림 안 하이힐까지 완벽"이라며 "'된장녀'가 바로 떠오른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이처럼 '폭발적' 반응을 일으킨 게시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곧 삭제됐다. 노동부는 "고용노동부 트위터 담당자" 명의로 올린 '사실상의' 사과문에서 "많은 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신 것 같아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저도 직장인으로서 트친 분들과 공감하고 싶어서 올린 콘텐츠였는데 국민들의 입장을 살피는 정부기관으로 조금 더 깊게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했다.

노동부는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에게 불편함을 드리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더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릴까 우려돼 게시글을 삭제했던 부분도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사과문에는 '불편함'이라는 단어가 3번 나왔고, '죄송스럽다'가 1번, '사과'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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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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