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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때 골프친 軍, 이젠 김제동과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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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때 골프친 軍, 이젠 김제동과 전쟁 중!

[기자의 눈] 朴 대통령 '철저 대비 태세' 명령, 씨알도 안 먹힌다

군 기강 해이가 극에 달했다. 연일 "철저한 대비 태세"를 강조하는 대한민국 국군 통수권자의 지시는 전혀 먹히지 않는 것 같고, 국방부는 북한이 아니라 한 코미디언과 싸우고 있다. 이것은 진짜다.(Really!)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 현상)이 이런 식으로도 나타날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여기 두 개의 사례가 있다. 먼저 핵실험 군(軍) 골프 대회. 북한은 지난 9월 9일 5차 핵실험을 감행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한·아세안 정상회담을 위해 순방 중인 상황이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출국하기 직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남긴 말이 있다.

"북한의 어떤 도발이든 그 자체가 북한 정권 자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확고한 응징 태세를 유지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출국 전 노파심에 이처럼 당부를 해 두었던 것이었다. 그런데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감행한 날, 강원도 원주의 한 공군 부대는 골프대회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세종시에 있던 국무총리가 급하게 서울로 올라와 NSC를 주재하고, 전 국민의 휴대폰에 핵실험 관련 속보 알람이 울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 부대는 골프 대회를 예정대로 진행했다고 한다. "전례 없는 위협", "지금까지의 상황과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박 대통령의 인식과 배치되는 행태다. 우리 군 앞에 예정에 없는 위협이 나타났으나, 이는 예정에 있던 군의 골프대회를 넘어설 수 없었다.

박 대통령이 출국 전 지시한 "확고한 응징태세"라는 게 이런 수준인데, 우리 국민이 군을 제대로 믿을 수 있겠는가? 군 간부들이 골프장에서 북한 핵실험 관련 속보들이 뜨는 와중에 라운딩을 하고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부끄러운 일이다. 십여년 후에 이런 사실을 한 코미디언이 개그의 소재로 쓴다면, 아마 검찰은 그 코미디언에 대한 수사에 나설 것이다.

그런 우리 군이라도, 잘하는 게 하나 쯤은 있다.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이 국정 감사에서 방송인 김제동 씨의 '개그'를 문제삼을 때만 해도 작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았다. 그런데 '개그'는 '다큐'로 발전했고, 이제 하나의 거대한 부조리극 작품으로 질주하고 있다.

군 복무 시절 김 씨가 일과 후에 장성들의 행사에 동원됐고 그 자리에서 장성의 '부인'에게 아주머니라 불렀다는 이유로 영창에 다녀왔다는 경험담을 청중 앞에서 들려 준 게 문제라고 한다. 군에 대한 명예 훼손이라고 한다. 징병제를 이용해 병사들을 함부로 대하는 우리 군의 악질적 문화가 잘 드러난 풍자다. 저런 경험까진 아니어도, 군 간부들이 병사를 불법적으로 대한 사례는 아마 군 유경험자라면 몇 개씩 읊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 군의 문화가 왜 그 지경까지 갔을지에 대한 고민은커녕, 국방부는 김 씨의 영창 기록을 뒤지기 시작했다. <경향신문>은 14일 "국방부는 김 씨의 영창 또는 군기교육대 기록이 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군기무사령부와 헌병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를 동원했다"고 보도했다.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장관의 지시로 기무사와 헌병 요원들이 김씨와 함께 육군 50사단에 근무했던 예비역 13명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영창을 간 사실은 저희들이 확인이 안 됐다"며 "(김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것이 지금까지 확인한 결과"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마치 개선장군처럼.

그런데 한 장관의 발언은 김 씨의 병적기록표를 김 씨 동의도 구하지 않고 들여다 봤다는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또 한 장관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이 폭로한 '군 장성 부인 부적절 호화 파티' 논란에 대해서는 조사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장관의 권한을 내세워서 김제동 씨를 표적 조사한 셈이다. 국방부는 지금 북한이 아니라 기무사까지 동원해 김제동 씨와 싸우고 있다.

이왕 이렇게 된 것 국방부에 하나 요청하고 싶다. 기자 개인적으로 군 복무 중에 군 간부의 구타를 경험했다. 구타를 당한 이에겐 당연히 굴욕적이었고, 수치심을 느낄 정도였다. 물리적 '외인상'은 기본이다. 구타는 그때나 지금이나 불법으로 알고 있다. 그 간부는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이제는 제법 높은 자리에 올라갔을 것이다. 구타 당한 년도와 날짜, 구타한 장교의 당시 소속, 계급, 실명까지도 말할 수 있다.

김 씨의 군 경험담이 국정감사 대상이 될 정도면, 국방의 의무를 마친 모든 사람들이 겪었던 사례들도 함께 조사해주기를 바란다. 진심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연일 북한과 싸우고 있다. 그것이 말 폭탄에 불과하든, 아니든 간에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한 발이라도 쏠" 경우까지 가정하고 있다. 그런데 군은 연일 한 명의 코미디언과 싸우고 있다. 6차 핵실험이 발생한다고 해도 군 간부들은 골프채를 닦고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기무사는 개그 프로를 돌려보며 또 다른 김제동을 색출하고 있을 것만 같다.

웃을 수만은 없다. 이는 '신종 레임덕'으로 규정돼야 마땅하다. 이것은 진짜다.(Real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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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정치부 정당 출입, 청와대 출입, 기획취재팀, 협동조합팀 등을 거쳤습니다. 현재 '젊은 프레시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쿠바와 남미에 관심이 많고 <너는 쿠바에 갔다>를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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