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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음유 시인' 밥 딜런을 선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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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문학상, '음유 시인' 밥 딜런을 선택하다

유명 가수로는 첫 노벨 문학상…"원초적 문학"

올해 노벨 문학상은 미국의 '음유 시인' 밥 딜런(75)이 수상했다.

밥 딜런은 시인이기 이전에 미국의 유명한 가수다. 1901년 노벨 문학상 첫 시상 이래 작가보다 가수로 더 유명한 이가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처음이다.

스웨덴 한림원은 13일(현지 시간) "위대한 미국 노래 전통 내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해낸" 딜런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한다고 밝혔다. 사라 다니우스 한림원 사무총장은 딜런의 노래를 "귀를 위한 시"라고 표현하며, "호머와 사포는 연주를 위한 시적 텍스트를 썼고, 밥 딜런도 마찬가지"라며 밥 딜런이 음유 시인의 오랜 전통을 잇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시인이자 문학 평론가인 서동욱 서강대학교 교수도 "이번 밥 딜런의 수상은 한 마디로 문학의 원초적인 고향에 대한 확인"이라며 "오랫동안 문학은 삶의 현장에서 음악과 결합하여 민중의 노고와 함께 했고, 이것이야말로 문학이 발원한 고향"이라고 지적했다. 밥 딜런이 작사, 작곡한 노래야말로 문학의 "원초적인 고향"이라는 지적이다.

서동욱 교수는 "우리에게 지금 익숙한 장르와 산업으로서의 문학 출판이 근대에 출현하고 나서, 문학은 삶의 현장보다는 읽을거리라는 새로운 몰두 방식을 획득했다"며 "음유 시인 밥 딜런의 이번 수상은 이런 근대적 문학에 대한 식상함과 피곤함의 한 표현이자, 문학이 원래의 고향, 원래 삶의 현장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타진"이라고 설명했다.

삶의 현장에서 노래한 음유 시인

서동욱 교수의 지적대로 밥 딜런은 삶의 현장에서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1941년 미국 미네소타 주의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밥 딜런은 하모니카, 기타, 피아노 등을 독학으로 터득하고 나서 뉴욕으로 건너가 연주를 시작했다. 1962년 첫 앨범 <밥 딜런>으로 데뷔하고 나서 그는 곧바로 저항 가수로 이름을 알리며, 새로운 세상을 꿈꾸던 1960년대 젊은이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가 부른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 in the wind)' '더 타임스 데이 아 어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 등의 반전 메시지를 받은 노래 또 '원 모어 컵 오브 커피'(One more cup of a coffee), '노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 on Heaven's Door),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 등의 곡은 국내를 포함한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다.

정치, 사회, 철학, 문학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한 깊이 있는 시적인 가사로 '음유 시인'으로 불린 그는 대중음악 가수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가 2004년 펴낸 <밥 딜런 자서전(Chronicles)>(양은모 옮김, 문학세계사 펴냄)은 그 해 미국 <뉴욕타임스>가 뽑은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고, 내셔널북어워드를 수상했다.

2008년에는 "특별한 시적 힘을 가진 작사로 팝 음악과 미국 문화에 깊은 영향을 끼친" 공로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런 사정 탓에 밥 딜런은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로도 수년 전부터 빠짐없이 이름을 올렸으나, 그의 노래가 문학 작품이냐는 논란과 함께 실제로 수상으로 이어지리라고 전망한 이는 극소수였다.

서동욱 교수는 "이번 수상은 고대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면면히 이어지다가 쇠약해진 음유 시인의 전통이 명맥을 이어갈 수 있는가를 확인해 보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도 할 수 있다"며 "다만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미국보다 더 격동적인 민중의 역사 속에서 빛나는 역할을 해온 제3세계 음유 시인의 수상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고 그 한계도 짚었다.

노벨상 상금은 800만 크로나(약 11억 원)이며, 시상식은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10일 스웨덴 스톡홀름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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