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랫동안 지하 공간에서 노동해온 도시철도 설비 직원과 역무원이 폐암으로 사망한 일이 있었다. 유가족들이 산재를 신청해 근로복지공단 폐질환연구소가 역학 조사를 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라돈(Rn)을 발병 원인으로 확정하면서 밝혀졌다. 지하철 작업장 라돈 농도는 국내 다중이용시설의 권고기준치 148 베크렐(Bq/m3)의 최고 10배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환경부가 2010년과 2013년 전국 실내 라돈 농도 조사 결과, 주택은 전체 조사대상 7885채 가운데 41%, 3224채에서 100베크렐(Bq/m3) 넘게 검출됐고, 학교는 조사대상 661개교 가운데 27%, 177개교가 100베크렐(Bq/m3)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12년 지하수 자연방사성 물질 함유실태 조사에서는 마을상수도 459개 가운데 우라늄(U)이 4.8% 22개소에서 기준치를 넘었고, 라돈은 16.3% 75개소에서 초과했다고 밝혔다.
라돈은 '소리 없이, 조그만 틈이라도 보이면 여지없이!' 실내 공간으로 들어온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건물 하부 갈라진 틈, 벽돌과 벽돌 사이, 벽돌 내 기공, 바닥과 벽 이음매, 건물에 직접 노출된 토양, 빗물 배관로, 모르타르 이음매, 접합이 느슨한 관 사이, 관의 갈라진 틈, 건축자재, 지하수'를 통해 라돈이 유입된다.
특히 토양에 근접한 주택 가운데 3분의 1, 고층아파트에서도 콘크리트와 석고보드 같은 건축자재 영향으로 4% 안팎에서 우리나라 기준량인 148베크렐(Bq/m3)또는 4피코큐리(pci/L)를 넘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정 지하 공간만의 문제인 줄 알았던 라돈이 고층아파트에서 높게 검출되면서 라돈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라돈 방출이 우려되는 것은 자갈과 모래 같은 콘크리트 원료와 인산 석고보드이다. 인산 석고보드 원료는 인광석인데 보통 암석보다 2∼5배 넘는 우라늄이 들어 있고, 많은 경우 함량이 10%까지 나타나고 있다. 석고보드는 아파트나 사무실, 학교에 광범위한 건축 마감재로 쓰였고 지금은 라돈 방출 이슈로 탈황 석고보드를 많이 쓰고 있다. 토양에서 유래하는 다양한 건축 자재에 대한 기준과 규제가 시급하다.
지구에는 오래전부터 자연방사성 물질이 있었다. 라돈도 그 가운데 하나인데 토양이나 암반, 지하수 같은 곳에 자연 상태로 존재한다. 반감기가 45억 년 정도인 우라늄의 붕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색, 무미, 무취의 방사성 기체이다. 대부분 건축자재가 토양에서 오기 때문에 당연히 실내 공사에 쓰는 다양한 건축자재에서도 라돈이 발생할 수가 있다. 라돈은 방사성 붕괴를 하기 때문에 3.8일 정도면 그 절반이 새로운 고체원소인 폴로늄(Po), 납(Pb), 비스무스(Bi)같은 물질로 변한다. 이들을 '라돈 자손딸 핵종'이라고 부른다. 이들 물질 역시 방사선을 낸다.
고체 상태이지만 스스로 미세 분진을 만들어내고 다른 호흡성 미립자에 달라붙어 떠돌다가 사람 폐 속에 들어간다. 라돈 기체와 고체 상태인 라돈 자손들에 반복해 노출되면 방사능이 몸속에 쌓이고, 폐 기저세포가 방사선 에너지를 흡수해 내부 피폭이 일어난다. 특히 알파입자 방사선이 폐 조직에 지속해서 손상을 입혀 폐암으로 발전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라돈을 가장 중요한 환경 방사선원이자 흡연 다음으로 심각한 폐암 원인이라고 밝혔다. 모든 폐암환자 가운데 약 3∼14%가 라돈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미국 환경보호청(EPA)에 따르면, 미국인의 연간 폐암 사망자 가운데 10% 넘는 약 2만 명 정도가 라돈과 라돈 자손(딸 핵종)의 누적 피폭에 때문으로 발표했다. 이는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 위험보다 10배 넘게 높으며, 음주운전 사망자의 3배에 가깝다고 한다.
오늘날 고도 산업기술 사회에서 우리 활동 대부분은 실내에서 이뤄지고 있다. 낮에는 직장이라는 실내 공간, 밤에는 가정이라는 실내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다. 따라서 라돈의 위험은 실내에 들어온 라돈의 농도에 비례하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이 국민을 대상으로 라돈 문제를 홍보하기 위해 발간한 자료인 '라돈시민안내서'에 따르면 라돈 농도가 4피코큐리(148베크렐)로 일정한 비율로 유지되는 실내 공간에서 평생 생활하면, 흡연자는 1000명 가운데 6.2%, 약 62명이 폐암 위험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최근 미국 암협회에서는 19년 동안 약 14만 명 정도 미국인의 생활환경과 건강정보를 수집해 분석했다. 라돈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이 농도가 낮은 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에 비해 백혈병, 림프종, 골수종을 포함하는 혈액암에 걸릴 가능성이 약 63% 더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은 산업안전보건청(OSHA)에서 근로자가 7일 가운데 연속 40시간 동안 라돈을 100피코큐리(pci/L) 넘게 노출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영국 산업안전보건청(HSE)에서는 모든 지상과 지하 작업 장소에서 라돈 위험성을 반드시 평가하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고, 고용주는 노동자들이 계속 400베크렐(Bq/m3) 넘게 노출되지 않도록 명시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건물 내부 라돈 오염도를 조사하도록 권장하고 이를 홍보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금까지 2000만 가구 넘게 라돈 측정을 했고, 100만 가구 넘게 라돈 저감 시설을 설치했다. 부동산 거래 때에도 '홈인스펙터'(Home Inspector) 제도를 통해 실내 라돈 농도를 공개하도록 했다. 우리 정부도 나라밖 앞선 관리체계를 정책에 시급히 적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이나 다중이용시설은 환경부 유해물질관리기준에 따라 라돈이 1세제곱미터(㎥)에 148베크렐(Bq/m3)을 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일반 가정에 대한 길잡이나 공공주택에 대한 법적 기준이 없다. 정부가 실시한 전국 라돈 측정 결과 다섯 집 가운데 한 집 정도에서 기준치를 훨씬 넘었다. 이렇게 실생활에서 라돈 노출 여부조차 알지 못한 상황에서 무방비로 영향을 받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 학교, 경로당 같은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오랫동안 머무는 공간에서는 라돈 노출이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무엇보다 정부가 실행 가능한 라돈 관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리 기준도 명확하게 제시하고 엄격하게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개인도 거주 공간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하 거주자나 노약자 거주 공간을 무료로 측정해주고 저감 상담을 해주는 환경부 프로그램 도움을 받을 수 있다. 2007년부터 환경부에서 운영해온 '실내 라돈관리 종합대책'과 환경부 라돈관련 정보, 만들어지고 있는 라돈 감시 관리체계를 참고할 수 있다. 가정이나 개별 단위에서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라돈 측정기가 내장된 환기장치'나 스마트폰을 통해 농도를 확인할 수 있는 '실시간 라돈 측정기'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라돈에 대한 일상 관리가 절실하다. 반드시 공간 진단을 해야 한다. 상시 거주하는 주거공간과 학교같이 여럿이 함께 쓰는 실내와 작업환경을 정밀하게 측정해야 한다. 고농도 라돈이 발생하는 공간은 공기청정기로도 낮출 수 없다. 라돈 발생원을 제대로 파악해 토양, 지하수, 건축자재 같은 발생원을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적절한 환기 방법을 선택해 공간에 맞게 실행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겪고 있는 라돈 위협은 생활 편리만을 위해 광범위하고 무분별하게 땅을 개발하고 채취해 공간을 만들고, 지하에까지 생활공간을 확대한 탓도 크다. 라돈은 인간의 개발에 보내는 심각한 신호인지도 모른다.
보다 자세한 정보는 연대 자연방사능 환경보건센터 홈페이지 참고(☞ 바로 가기 : www.rado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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