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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인은?"… 인격 살인 '육군 입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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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애인은?"… 인격 살인 '육군 입대' 질문

이철희, 여친 나이·SNS 아이디까지 묻는 육군 '신원 진술서' 공개

육군이 입대하는 모든 병사들에게 여자친구의 신상,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은 소셜네트워크(SNS) 아이디, 온라인 게임 아이디, 과거 정신과 진료 이력, 가출 이력 및 횟수와 당시 나이 등을 적어서 제출하도록 해온 것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이른바 '신원 진술서'라고도 불리는 14쪽에 이르는 '병영 생활 지도 기록부'를 12일 공개하며 군이 과도한 개인 정보를 제출토록 해 입대 군인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개된 기록부를 보면 육군은 생년월일이나 학력, 가족 관계, 키·몸무게와 같은 기본 정보를 수집하는 데서 훨씬 나아가 여자친구의 이름과 나이, 직업과 연락처도 작성하게끔 했다.

이 외에도 '성격 특성'을 단답형으로 적으라고 했고, 입대 전 주거형태가 자가·전세·월세·기타 중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와 몇 평 주거 공간에서 살았는지, 주 부양자의 월수입 규모와 수입원은 무엇인지도 쓰도록 했다.

페이스북·트위터 ID와 게임 ID를 적는 난도 있었다.

'신체·건강' 정보를 묻는 부분에서는 신장·체중·체력·혈액형 등 기초 정보를 넘어 과거 약물 복용 여부와 정신과 진료 기록 및 사유, 기간도 적어내도록 했다.

과거 학창 시절 퇴학·정학·낙제를 당하거나 받은 이력이 있다면 이 또한 적어내게끔 했으며, 장기 결석 경험이 있다면 며칠 결석을 했는지를 쓰는 공란도 있었다.

가출을 했을 때 나이와 그 사유도 적어야 했다.

이런 단답형 질문지들을 지나 8페이지부터 시작되는 약술형 질문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육군은 총 50가지의 질문을 던졌는데 그중에는 '내 생각에 여자들이란' '나의 애인은' '이성 친구와 사귈 때는' 이성 친구와 관계에 있어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이성 친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등의 질문도 포함돼 있다.

또 '혼자 있을 때 나는' '나는 자살 전에' '나는 자살을 시도해본 적이' '가장 잊고 싶은 기억은' '다른 사람에게 숨기고 싶은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과 같은 애초 묻지 않는 것이 예의로 받아들여지는 질문도 무차별하게 포함돼 있었다.

육군은 기록부에서 이런 질문들을 던지며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으로 가득 채워나가면 됩니다. 고민하지 말고 솔직하게 문장을 완성하기 바랍니다"라는 지침을 적어놨다.

육군의 이 병영 생활 기록부는 지난해 제정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13조 '국가는 병영 생활에서 군인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최대한 보장되도록 하여야 한다'를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

훈련소에 입대하는 순간부터 평등권과 사생활을 보장받을 권리는 바로 박탈당하는 셈이다.

이 의원은 이에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진행된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장준규 육군 참모총장 등에게 "아무리 군대라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며 "문제를 일으키는 병사들이 있으니 이들을 걸러내기 위한 뜻이라 이해하지만 그래도 선은 지켜야 한다"고 질타했다.

사회를 보던 새누리당 소속 김영우 국방위원장도 "이는 인격 살인"이라며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에 입대한 청년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다. 어떻게 개선할지를 정확하게 안을 만들어 보고해달라"고 주문했다.

장 참모총장은 "불필요한 가족과 애인 등에 관한 사항은 다 없애겠다"면서 "전반적으로 군에서 작성하는 양식들을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다시 점검하고 있다"고 답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이 12일 공개한 육군 '병영생활 지도 기록부'의 1-2페이지. ⓒ이철희 의원실

▲ 병영 생활 지도 기록부 5-6페이지. ⓒ이철희 의원실

▲ 병영 생활 지도 기록부 8-9페이지. ⓒ이철희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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