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이 자사 보도의 인터뷰 조작 의혹을 제기한 기자협회장을 보도국 밖으로 인사 발령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12일 성명을 내고 "김희웅 현 MBC 기자협회장이 보도본부 소속 보도NPS추진센터에서 심의국으로 전보됐다"고 밝혔다.
보도본부 소속이었던 김 회장은 지난 9월 알려진 <뉴스데스크> 인터뷰 조작 의혹을 밝힌 이다.
MBC본부에 따르면, 김 회장은 지난 6월 초 보도국 뉴스시스템 내부 게시판에 '리포트에 삽입되는 익명 인터뷰에 대한 준칙이 마련돼야 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뉴스데스크 리포트 인터뷰에 대한 중대한 의혹이 있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을 통해 알려진 해당 리포트는 지난 4월 21일 보도된 "애플 수리고객 불만 폭주, 서비스업체 불공정 약관 탓" 제하의 기사와 이어 5월 18일에 보도된 "납품업체는 봉? 아직 못 고친 대형마트 '갑질'" 기사 등이다. 4월 21일 자 리포트에는 "벌써 며칠 전에 수리를 마치고 돌려받았어야 하는데 아직도 수리가 안 됐다고 하니깐 답답해서 항의하러 왔어요"라고 말하는 애플 수리 요청 고객이 등장한다. 5월 18일 자 리포트에는 "우리는 약자니깐 대형마트가 서울이든 부산이든 오라면 무조건 가야 하는 거예요. 돈을 못 받아도 할 수 없어요. 일단 가서 일해야 해요"라고 말하는 대형마트 납품업체 직원이 나온다. 둘 모두 음성 변조 목소리로 등장한다.
MBC 민주방송실천위원회는 두 익명 인터뷰의 음성 변조 전 원본 목소리를 확인한 결과, 두 인터뷰 당사자가 동일 인물이라고 문제 제기했다. 해당 리포트를 작성한 이는 경제부 소속 김세의 기자로, 김 기자는 2012년 파업 이후 입사한 이른바 '시용 기자' 중심으로 구성된 MBC노동조합의 공동위원장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6월 사내에 공개적으로 글을 올리기 전, 해당 기자와 담당 부장, 보도국장 등에게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으나,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이후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9월 29일 발행된 노보를 통해 알리면서 인터뷰 조작 건이 외부에도 공론화됐다.
김 회장은 취임 이후인 지난 2월 보도전략부에서 NPS추진센터로 발령난 지 8개월 만인 지난 11일 다시 심의국으로 전보됐다. 인터뷰 조작 의혹이 공개된 지 2주도 안 된 시점이다.
MBC본부는 "사측은 의혹에 대한 조사는 몇 달째 묵살하다가 조작 의혹이 외부로 알려지자 의혹을 처음 제기한 기자협회장을 보도본부 밖으로 내쫓았다"며 "명백한 보복 인사"라고 비판했다.
MBC본부는 인사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기자로서의 기본과 원칙, 상식을 지키기 위한 문제 제기였다"며 "이런 기본적인 요구마저, 최소한의 소통 구조마저 걷어차 버리는 보도본부 수뇌부에게 뉴스를 만들 자격, 시청자들에게 뉴스를 전달할 자격이 과연 있다고 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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