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승철 부회장은 "미르 재단과 관련해 본인이 아이디어를 내고 총괄했다고 말했는데, 어디서 아이디어를 구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질의에 "구체적인 내용은 검찰 수사가 진행돼 답변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미르 재단 설립을 최초 제안한 사람이 누구냐는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의 질의에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 드릴 수 없다"고 했다.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 관련 의혹이 터져 나온 뒤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만났냐는 질문에는 "사건이 터진 후에는 안 만났다"고 답했고, "그러면 대책을 누구와 논의했느냐"는 추가 질의에 "수사 중인 사건이라 말씀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전경련이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위해 770억 원을 모금했냐는 질문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서…"라고 했고, "이 얘기는 언론에 이미 나왔지 않느냐"는 추가 질의에도 "수사 중인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승철 부회장은 새누리당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도 같은 태도로 일관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미르 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설립한 주체가 청와대냐, 전경련이냐고 묻자, "송구스럽게도 검찰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전에 전경련 주도로 했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추가 질문에는 "그때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이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답해 실소를 듣기도 했다.
보다 못한 야당 의원들이 이승철 부회장의 답변 태도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여야 간 신경전이 일기도 했다. 박영선 의원은 "이러려고 검찰이 (이승철 부회장이 국정감사장에 출석하기) 며칠 전부터 수사를 한 것인가"라고 비꼬기도 했다.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조차 "제가 봐도 이승철 증인은 (답변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철 부회장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통화했느냐는 질의에는 "창조 경제와 관련해 일정 부분 (같이) 하는 일이 있어서 가끔 한다"고 했고, 두 재단의 '배후'로 지목된 최순실 씨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답했다. 최순실 씨가 "(전경련이 지금 받고 있는) 검찰 수사와 관계 없냐"는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의 질의에는 "어쨌든 모른다"고 답했다. 차은택 씨에 대해서는 "회의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거의 못 만났다"고 답했다.
야당이 전경련 해체를 요구하는 데 대해서는 "소명을 충실히 해서 국민의 신뢰를 받는 단체로 거듭나겠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전경련을 두둔했다. 윤태용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콘텐츠 사업실장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하루 만에 미르 재단 설립을 허가해 준 경위에 대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의 질의를 받고, "뭐가 잘못이냐. 이틀 만에 허가한 것도, 사흘 만에 허가한 것도 몇 건 있다"고 되받았다.
설립 허가 과정에서 관인이 누락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의 질의에는 "관인이 누락된 것은 문제가 있었지만, 추천 공문에 전자적으로 관인이 날인되기에, (파일로) 첨부한 문서도 (종이 문서와) 똑같은 효력이 있다"고 두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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