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 이른바 진보 진영에서 제기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해체' 주장에 대해, 보수 경제학자 일부가 동감을 표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것도 2012년 대선까지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던 김광두 서강대 교수와, 박 대통령의 싱크탱크 역할을 했던 국가미래연구원이다.
국가미래연구원(원장 김광두)은 4일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소장인 '경제개혁연대'와 함께 공동으로 낸 성명에서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 재단과 관련한 정경유착 의혹에 휩싸여 있다"며 "회원사들에게 오히려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경제의 발전에도 역행하는 전경련은 그 존립 근거를 잃었으므로, 회원사들이 결단을 내려 전경련을 해산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보수·진보 성향의 경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두 싱크탱크는 성명에서 "의혹의 핵심인 전경련이 '문제가 되고 있는 두 재단을 해산하고 이를 통합해 새로운 재단을 설립하겠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두 단체는 "전경련은 설립 목적으로 '자유 시장 경제 창달'과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표방하고 있다"며 "정경유착은 민주주의와 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로 자유 시장 경제 창달에 가장 큰 장애요인이다. 스스로 설립 목적을 부정하고 국민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전경련은 더 이상 존재할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두 단체는 "전경련도 한국의 경제개발 과정에서 선봉에 섰다는 측면을 강조할 수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정경유착과 부정부패의 온상이라는 비판이 동시에 존재한다"며 "문제는 현재다.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전경련의 과거 역할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지만, 전경련은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내지 못하고 지금까지도 구태를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전경련은 1961년 7월 '경제재건촉진회'라는 이름으로 발족했다. 재벌기업들이 '부정 축재자 처벌'을 피하는 대신 '경제 재건에 헌신할 것'을 약속한 결과"라며 "이후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창구 역할을 했고, 각종 특혜와 부정부패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1988년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 재단' 자금을 전경련이 주도적으로 나서 모금한 사실이 5공 청문회에서 밝혀졌고, 1995년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을 제공한 재벌 총수들이 줄줄이 기소돼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전경련의 흑역사를 읊었다.
이들은 "1995년 11월 3일 전경련 회장단은 '음성적 정치 자금은 내지 않겠다'며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후에도 불법 정치자금 스캔들은 계속되어 1997년 '세풍 사건', 2002년 불법 대선 자금 사건에 많은 재벌들이 연루됐다"며 "2011년에도 전경련이 주요 회원사들에 로비 대상 정치인을 할당하는 문건이 폭로되어 물의를 빚었고, 올해는 친정부 성향의 우익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댔다는 의혹에 이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 사건까지 연이어 터졌다"고 지적했다.
또 이들은 "재벌 대기업과 각종 협회를 중심으로 600개 회원을 두고 있는 전경련은 경제 단체로서의 대표성도 인정받기 어렵다"며 "16만 개 기업이 가입해 있는 대한상공회의소나 노사관계 영역을 전담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는 달리, 전경련은 소수 재벌 대기업의 기득권만을 옹호할 뿐"이라는 지적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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