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미국 LA로 향하는 특별기 안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북한과 화해와 공동번영, 상생을 하겠다는 철저한 생각을 일관되게 갖고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북한과의 대화의지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북한의 대남 강경조치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셈.
그러나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이 특별기를 통해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던 순간에 북한은 개성공단과 남북 열차운행 중단이라는 고강도 조치를 강행했다. 단절돼 있는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사례다.
"지난 10년 동안 北이 나오라면 뭔지도 모르고 나가지 않았나"
이 대통령은 "통미봉남이라는 용어는 이제 폐기돼야 한다"며 "철저한 한미 공조가 이뤄지고 있고, 한미일 공조 외에 중국과도 공조를 하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미국의 새 정권이 직접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든 또 어떤 조치를 취하든 그것은 한국과 사전에 충분한 교류 및 합의하에 이뤄진다고 생각한다"면서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먼저 남북간의 문제에 있어서는 '한국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하겠다'는 얘기를 분명하게 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햇볕정책'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대북정책에 대한 비판도 잊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0년 간 우리는 (북한이) 언제, 어디까지 나오라고 하면 무엇 때문에 나가는지도 모르고 가서 이야기를 듣고 오는 식으로 했다"면서 "이런 주장이 내가 당선인이었던 시절에도 오고 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왜 뭔지도 모르고 나가느냐. 처음부터 연락해서 준비하고 가면 그게 더 빠르지 않느냐는 게 우리의 주장"이라면서 "정권이 바뀌어 방침이 바뀐 것을 (북한이) 이해해는 게 정상적"이라고 말했다.
▲ 남미순방을 마친 이명박 대통령이 현지 시간으로 23일 미국 LA로 향하는 특별기 안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있어서는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할 수가 없다"면서 "미주알고주알 이야기를 하면 정치적으로 국민에게 '아 뭔가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지 몰라도 남북관계를 해결해 가는데 있어서는 전략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는 미국도 우리도 중국도 그냥 말을 안 하는 것이 좋겠지만, 여러 대비는 평소에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미일 정상들이 북핵폐기를 위한 6자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한 대목에 대해선 "6자회담은 (미국의) 새 정부도 존중해 나간다는 그런 관점이라는 점에서 진전은 좀 있을 거라 본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 놨다.
다만 개성공단 중단 등 같은 날 이뤄진 북한의 대남 강경조치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간담회가 북한 측의 통지문이 도착하기 이전 시점인 이날 오전 9시(한국시간)께 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황을 감안하더라도 청와대의 위기관리 시스템에 헛점이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이 대통령은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LA 현지에 도착한 뒤에야 관련 보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민영화, 늦추라고 지시했다"
산업은행 민영화 문제와 관련해 이 대통령은 "외환위기 때 외환은행을 싸게 판 뒤 불과 몇 년 후 값이 오르자 '잘못 팔았다'고 해 책임을 묻고 하니까 공무원들이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서 "산업은행의 경우 관련법은 통과시키되 민영화 시기는 좀 늦추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금 당장 산업은행 민영화를 한다면 결국 값이 가장 쌀 때 헐값으로 파는 것과 같아 국부유출이 될 수 있다"면서 "전대미문의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상황변경이 발생했는데도 기존 계획을 그대로 밀고 나가는 것은 정부가 융통성 없는 정책을 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통령은 "다른 규제완화나 경영개선 조치, (조직을) 좀 줄이고 합치는 그런 문제는 계획대로 할 것"이라면서 "과거 정부에서는 노사문제 때문에 안됐지만 우리 정부는 원칙을 지킨다는 측면에서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저놈 바꾸라고 하지만…장관 하나 바꿔 나라 잘 된다면 매일 바꾸겠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개각논란'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이미 이 대통령은 "국면전환용 연말개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 놓은 상태.
이 대통령은 이날도 "장관 하나 바꿔 나라가 잘 될 것 같으면 매일 바꾸겠다"면서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회의가 열리면 (우리 정부에선) 갈 때마다 새로운 사람이 나간다"면서 "일본, 중국 등 우리가 상대하는 모든 나라는 장관들이 수상과 똑같이 나타나는데 우리는 할 때마다 사람이 바뀌면 그 사람이 뭘 알겠느냐"고도 했다.
이 대통령은 "장관이 나가서 일하는데 국내에서 '저놈 바꿔라' 계속 보도하면 본인도 기가 죽지만 상대도 '언제 바뀔지 모르는데 이야기해도 될까'라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그는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어떤 사람을 바꿔야 하는데 안 바꾸겠다는 걸로 오해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선진국 문턱에 가 있는 나라에 걸맞은 인사를 해야 된다"고 '국면전환용 개각'에 대한 반대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한편 이날 남미순방을 마치고 미국 LA에 도착한 이 대통령은 아놀드 슈왈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접견, 동포리셉션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25일 밤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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