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에서는 "기다리는 것도 전략"이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지침'이 개성관광 및 남북 열차운행 차단 등 북한의 강경 조치에도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24일 통일부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해 이날 오전 통보된 북측의 조치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명하고 조치 철회를 "강력하게 촉구"했지만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정부 당국자들은 '긴 호흡으로 의연하게 기다린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북한의 추가적인 조치가 나와 끝내 개성공단에서의 기업 활동까지 중단되더라도 감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이날 성명에서 "북한이 12월 1일자로 군사분계선 통행을 제한하고 개성관광을 중단하며 남북간 열차 운행을 차단하는 등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우리측에 통보한데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이런 조치들을 일방적으로 실행한다면 남북간 합의사항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북한은 이런 조치들을 철회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성명은 또 "정부는 남북관계를 발전시켜 나간다는 확고한 입장을 지켜나갈 것이며 북측에 남북대화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특히 "정부는 6.15, 10.4선언과 관련한 남북간 합의의 정신을 존중하며 앞으로 대화를 통해 이행 방안을 협의해 나갈 것임을 여러 차례 밝혔다"면서 "북한은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것이 아니라 대화에 나와 현안을 푸는 데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북한 입장에서 '체제 위협 행위'로 보이는 행동을 정부가 계속 하면서 '남북관계'와 '합의 이행'을 운운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엔 총회의 대북 인권결의안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고 대북 삐라 살포에 적극 대처하지 않는 것이 최근의 대표적인 사례다.
이명박 대통령이 워싱턴에서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통일하는 게 최후의 궁극 목표"라고 말한 것도 정부 스스로 "합의정신을 존중"한다고 한 6.15공동선언 및 10.4선언과 배치된다. 이명박 정부가 중시하는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와도 충돌한다. 세 합의의 기본 정신은 상호 체제의 존중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의 혼란스런 대북 시그널이 계속될 것이고, 북한 체제의 특성상 상황에 따라 정책을 바꾸는 '정책탄력성'이 낮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장기간 대결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개성공단이 고사(枯死)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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