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7일 오후 고(故) 백남기 농민의 부검 영장 발부를 위한 추가 소명 자료를 검찰에 보냈다.
거듭된 영장 신청에 부검의 필요성과 상당성에 대한 보강 자료를 달라는 법원 요구에 따른 것으로, 해당 자료에는 부검 장소를 국립과학수사원이 아닌 서울대병원 등 제3의 장소로 바꾸고, 유족 측이 추천한 부검의를 입회시킬 의향이 있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7일 오전 영장 실질심사를 맡은 법원 측은 검찰과 경찰에 △부검을 통해 규명하려는 대상의 명확화, △유족 등 피해자 측의 부검에 대한 입장 반영, △부검 시 공정성 확보 방안 제시 등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보강 자료를 검찰에 보냄에 따라, 검찰은 검토 및 보강 후 이날 중으로 법원에 자료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부검 영장 집행 유효 기간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언제까지로 집행 유효 기간을 잡았는지 말할 순 없다"며 "법원이 발부한다면 그 기간이 수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백민주화 "부검, 말만 들어도 기절할 것 같다…있을 수 없는 일"
검‧경은 백 씨의 사망에 대한 정밀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부검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부검을 반대하는 유족의 뜻에는 변함이 없다.
백 씨의 둘째 딸 백민주화 씨는 27일 오후 백 씨 시신이 안치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열린 추모 촛불집회에서 "부검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기절할 것 같다. 그런 일은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해외에 거주하고 있던 민주화 씨는 아버지의 부음을 전해들은 직후 출발해 이날 도착했다.
민주화 씨는 "지금 저희 가족과 많은 분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건 부검이라는 말"이라며 "여기 계신 많은 분들이 함께 꼭 (부검을) 막아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끝끝내 부검을 시도하려는 경찰의 행태를 비판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26일 기자간담회에 이어 27일 야당 의원들을 만난 자리에서도 줄곧 백 씨에 대해 '변사'라고 주장해 논란을 낳고 있다. 변사는 부자연스러운, 사인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며, 검시 및 부검의 대상이 된다.
김영호 전국농민회 회장은 "경찰이 부검을 통해 또 다른 진실을 가리려 한다"며 "역사 속에서 많은 권력이 시민을 죽이고 그것을 거짓으로 감추고 묻었다"고 했다. 그는 "10년 전 전용철, 홍덕표 농민이 경찰 방패에 맞아 죽었다. 이때 권력이 뭐라고 했나. '방패로 맞아 죽은 게 아니라 원래 앓던 병으로 죽었다'고 했다. 나중에 알려지니 대통령이 사과를 하고 허준영 경찰청장이 물러났다"며 "더 거슬러 올라가, 전두환 군사 독재 정권 때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을 당하다가 죽었는데 권력은 뭐라고 했나.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역사 속에서 똑똑히 보았고, 그 권력의 말로가 어떻게 됐는지 안다"며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이 진실을 알려내는 쓰나미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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