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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분화' 확실…민주당엔 별무이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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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분화' 확실…민주당엔 별무이득"

[오바마 시대] 정치전문가들이 전망하는 한국 정치

오바마 시대의 개막과 관련해 기대감과 불안감이 교차한다. 국내 정치 전문가들은 오바마의 당선이 개혁-진보 진영보다는 보수 진영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지리멸렬한 상황을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개혁-진보진영이 어깨가 으쓱해지는 느낌이 들겠지만 직접적으로 뭐가 바뀔 일은 없는 반면 미국을 '금과옥조' 로 삼고 있는 보수진영은 혼란상황에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여러 전문가들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결합력을 강화해 왔던 이른바 '아스팔트 보수(안보 보수)'와 시장 보수가 다시 분화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최근 보수색을 점점 강화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대북정책에서 아스팔트 보수와 미국 중심의 유화기조 사이에서 강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도 공통된 전망이었다.

동북아 기류변화가 국내 보수 균열로 이어질까?
▲ ⓒ뉴시스

경희대 김민전 교수와 연세대 김호기 교수는 이명박 정부와 오바마 정부 사이에선 대북정책에서 가장 큰 충돌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민전 교수는 "김영삼 정부가 대북 문제에 있어 냉탕 온탕을 오간 것은 '바보'라서 그렇다기 보단 보수적 정책을 요구하는 국내 지지기반과 클린턴 정부의 유화적 정책 사이에 끼어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야 경제정책도 확 바뀌겠지만 한국이 거꾸로 규제완화 쪽으로 간다고 해서 뭔 압박이 있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대북정책은 다를 것이다. 대북정책은 6자회담도 그렇고 미국 주도라서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그는 "1차 핵위기 때도 클린턴 정부에서 카터 전 대통령을 특사로 보내 해결했다"면서 "아마도 이번에도 이런 것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호기 교수도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직접 만난다는 것이 오바마 이야기인데 최근 부시가 보여주는 포용정책보다 결국 더 강화될 것이고 이명박 정부는 강한 긴장감을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대북정책의 변화는 한국 보수진영 내부의 갈등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공통적 인식이었다.

김민전 교수는 "한국 대선 때 국민들이 보수 후보를 선택했지만 무조건 대북강경책에 손을 들어준 것도 아니었다"면서 "대선때 융합됐던 시장보수와 안보보수의 분화가 일어나면서 안보보수가 약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호기 교수도 "국내 보수진영 내에서 시장 보수의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강화되겠지만 반김반핵 단체 등 이른바 아스팔트, 안보 보수들이 반미적 성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면서 "한나라당과 보수 진영이 오바마 집권에 대해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업체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도 "미국을 보면 업계로 대표되는 시장 보수, 체니나 럼스펠드 등으로 대표되는 안보 보수, 낙태 반대와 총기소유 지지의 강경기독교 세력으로 대표되는 사회 보수 등 3대 보수가 강력한 카르텔을 형성해왔다"면서 "그런데 시장보수는 탐욕, 안보보수는 오만, 사회보수는 나태로 인해 균열되고 말았고 국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식 극우반미 보수 등장 가능성 충분하다"

보수적 이데올르그이면서도 최근 보수진영에 쓴소리를 마다치 않고 있는 중앙대 법대 이상돈 교수의 진단은 좀 더 정교했다. 이 교수는 "사실 '아스팔트 보수'도 이 대통령보다 박근혜 전 대표를 좋아했었고 이 대통령도 그들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가 쇠고기 정국을 거친 이후 서로 필요해서 엮여있는 것인데 이제 대단한 혼란이 닥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동아일보에 글을 쓰는 이인호 교수 이런 사람들이 갑자기 오바마를 극찬하고 나서는데 그들이 미국 정치를 과연 알긴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다"며 보수진영 일각의 재빠른 태도변화를 지적했다.

또한 이 교수는 "미국의 끈이 떨어지면 국내에선 보수주의를 넘어서는 국수주의가 대두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핵무장 주장 등을 지적하며 "정치적으로 봐서 이명박 정부가 (극우)포퓰리즘에 편승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조갑제 씨나 핵무장을 주장하는 극우들의 이야기가 더 영향력을 확대할 수도 있다"면서 "카터 행정부 당시 내가 해군에서 초급장교로 근무했는데 당시 우리 군과 정부 내의 반미정서가 대단했다"고 돌아봤다. 인권외교 미군 감축 등으로 인해 박정희 정부와 미국의 갈등이 컸다는 것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의 권위와 현재 보수진영의 권위가 같을 수 있겠냐'는 질문에 이 교수는 "(보수진영의) 입지가 아주 취약해지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면서 "김문수 지사 같은 사람이 그런 이야기를 들고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교수 본인은 오바마의 집권을 썩 내켜하진 않았다. 그는 "경제도 그렇고 이라크 전도 그렇고 미국이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세월이 지나봐야 아는 것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오바마를 1932년의 루즈벨트로 볼 것이고 나 같은 사람은 1976년의 카터와 비슷하게 본다"고 말했다. 뉴딜로 대표되는 진보 전성시대를 열었던 루즈벨트보다 레이건-부시 보수 전성시대의 자양분이 됐던 카터 단임기와 흡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바마가 한국에 특별한 애정이 있겠나. 매케인은 국군과 베트남에서 같이 피 흘리면서 싸운 사람"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국 민주당 승리가 한국 민주당에 직접 이익 줄 것 없다"

한국 정치세력 가운데 자기 일처럼 기뻐하는 민주당이 마냥 좋을 일도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성민 대표는 "오바마콘(오바마 컨저버티브, 오바마를 지지하는 보수층을 일컫는 신조어)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보수적 인사들이 오바마 노선을 지지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면서 "한국 민주당 같은 경우에는 모든 정책에서 한나라당과 구분되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데 오히려 그런 것을 지양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신감과 실력 부족이 강박으로 이어진다는 이야기다. 박 대표는 "(한국) 민주당은 자기네 전통적 지지기반도 상실했고 상대방 지지층도 공략하지 못한 반면 오바마는 중도적 공화당 지지자들의 표를 흡수했다"고 말했다.

또한 박 대표는 "인물보다 강력한 메시지는 없다"며 한국 민주당의 인물 부족을 지적했다. 그는 "대중적 호소력이 있는 메신저가 필요하다"며 "대중은 메시지보다 메신저에 더 관심이 있는 경향도 크다"고 지적했다.

김호기 교수도 "미국 민주당의 승리가 한국 민주당에 직접적 반사이익을 주진 못할 것이다"면서 "미국 민주당의 승리가 한국의 개혁진영에 불리한 상황은 아니고 배경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만들지만, 얼마나 주체적 역량을 극대화하느냐가 문제다"고 잘라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민주당의 집권 성공전략을 흡수할 필요는 있다"면서 "미 민주당은 해밀턴 프로젝트(동반 성장과 빈곤퇴치를 강조한 민주당의 대안경제정책)을 비롯해 10년 간 절치부심의 노력을 해왔다. 한국의 민주당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하고 그 비전에 어울리는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민주당 혹은 개혁진영 내에서 오바마와 같은 인물이 등장할 수 있겠냐'는 질문에는 "새로운 리더십의 구축 없이는 민주당이나 개혁세력의 위기를 뚫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하지만 누가 될지 어떻게 될 지는 지방선거가 열리는 내년 여름까지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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