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아픔이 10억엔짜린가. 치욕적이다. 헐값에 팔아넘긴 박근혜 대통령 도저히 용서 못한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88.대구 달서구) 할머니는 추석 연휴 하루 전인 13일 오전 대구백화점 앞에서 이 같이 말하며 울분을 토했다. 위안부 피해 당사자 동의 없이 지난해 12월 28일 일본 아베정부와 우리나라 박근혜정부가 결정한 한일 위안부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할머니의 한맺힌 절규다.
아흔을 앞둔 위안부 피해자는 "이것은 합의가 아니다. 아닌 것은 아닌 것이다. 거짓말에 불과하다"며 "우리가 살아있는데 의사도 안묻고 합의라니 그냥 둘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물이라도 뿌리고 싶다. 그게 죄라면 나를 잡아가라. 어떻게 우리의 아픔을 10억엔에 팔아넘길 수 있냐"며 "화해치유재단 이사장에게 물 뿌린 대학생 심정이 이해간다. 올바른 역사를 원하는 젊은이의 용기 아니냐"고 덧붙였다.
이어 할머니는 최근 아베 총리가 한일합의 조항 중 10억엔 기금지원을 조건으로 서울에 있는 일본 대사관 앞 위안부 피해자 추모 소녀상 철거를 우리정부에 요구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공식 사죄와 배상 없이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아베는 건방지다"며 "대한민국 곳곳에 소녀상을 더 세워 이 역사를 기억하게 해야 한다. 끝까지 싸워 일본과 우리정부가 바른 길로 가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합의 후 일본정부의 소녀상 철거 압박이 거세지자 대구 시민단체가 이를 규탄하고 나섰다. 민족문제연구소대구지부, 대구평화나비, 평화통일대구시민연대 등 28개 단체와 각계인사 325명이 참여하는 '대구평화의소녀상건립 범시민추진위원회(공동대표 노진철 오홍석 정만진 채영희 한기명 등 24인)와 이용수 할머니는 13일 대구백화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일합의를 이끈 양국정부를 비판했다.
추진위는 "한일합의 후 아베가 소녀상 철거를 운운하는 것은 역사를 청산하지 않고 철저히 은폐시켜 군국주의 부활의 야망을 실현하려는 것"이라며 "진정 평화를 원한다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직접 찾아가 조상들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하고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단돈 10억엔에 주권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를 팔아먹은 박근혜 정부를 규탄한다"며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다면 이 같은 졸속합의는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10억엔 대가로 소녀상 철거는 주객전도"라며 "합의를 백지화하고 소녀상 철거 요구를 거부하라"고 촉구했다.
이정찬 추진위 집행위원은 "위안부 피해를 당한 여성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해 대구에도 평화의 소녀상 건립 운동을 벌일 것"이라며 "역사교육의 장을 만드는데 시민들 참여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올해 6월 15일 결성된 대구평화의소녀상건립 범시민추진위는 오는 10월까지 대구 도심에 위안부 피해자를 추모하는 소녀상 설립을 위해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만약 이 소녀상이 설립되면 지난해 광복 70주년 당시 대구여자상업고등학교에 세워진 것에 이어 대구의 두 번째 소녀상이 된다.
프레시안=평화뉴스 교류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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