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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여당과 '물렁한' 야당이 만났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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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여당과 '물렁한' 야당이 만났을 때

'이봉화'만 떠다녔다…국감으로 본 여야 전력 평가

운영위, 여성위 등 겸임상임위의 일부 일정이 남았지만 18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4일 상임위별 종합감사를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국감 초반 의원들의 준비 부족에 행정부의 불성실한 수감 자세가 겹쳐 '재미없는 국감'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후반부 들어 쌀직불금 파동이 터지면서 국감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이번 국감 동안에는 쌀 직불금 파문을 비롯해 중국산 멜라민 파동, 경제 위기, 언론장악 논란, 공정택 서울시교육감 선거자금 논란, 사이버모욕죄 논란 등이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직불금과 관련해서 최초로 감사원 비공개 자료를 공개한 한나라당 정해걸, 이봉화 전 차관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민주당 백원우, 작년부터 이 문제를 제기해 온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주목을 받았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여당 속의 야당'으로 빛을 발한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 문화관광방송위원회에서 전문성을 발휘한 민주당 최문순 의원 등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걸출한 국감 스타'를 배출할 만큼 의원들의 활약이 돋보이진 못했다는 것이 중평이다. 그러다보니 "이번 국감의 최고 스타는 이봉화 전 차관, 두번째 스타는 강만수 장관이다"는 농담아닌 농담도 들릴 정도다.

특히 한나라당은 '참여정부 15대 공격포인트', 민주당은 이른바 '이명박 정부 5대 게이트'를 국감 이전에 주공격대상으로 선정했지만 이 문제는 제대로 이슈화되지도 못했다. 닥쳐온 세계적 경제위기와 돌발 변수가 개입된 탓이지만, 각당의 전략 수립 능력이 퇴행적, 정략적이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한나라, '직불금'에 놀라고 '강만수'로 속 썩어
▲ 첫 출석에선 위증논란을 일으키고 두번째 출석요구에 대해선 '아파서 못 나간다'고 버틴 이봉화 전 차관은 이번 국감 최대의 스타로 떠올랐다ⓒ연합뉴스

한나라당은 '집권 여당으로서 첫 국감을 무사히 마쳤다'는 자평이지만 안팎의 점수는 그리 높지 않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쌀 직불금 파동과 관련, 당시 감사원이 참여정부 청와대에 사전보고한 사실을 밝혀내는 등 이전 정부의 적폐를 드러냈다"고 평가했지만 야심차게 추진했던 '15대 공격포인트'는 언론과 여론은 물론 소속 의원들의 관심도 별로 끌지 못했다.

직불금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나라당은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논의를 주도해온 홍준표 원내대표는 초반에는 "사기수준의 범죄"라고 목소리를 높이다가 점점 규모가 확대되자 "마녀사냥은 안 된다"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감사원으로 화살을 돌려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지만 정작 노 전 대통령과 민주당으로 부터 "보고 받고 대책마련을 지시했지만 인수위와 이명박 정부가 뭉갰다"는 역공을 당했다.

직불금 논란이 뜨거웠지만 국감 기간 한나라당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다름 아닌 '정부'였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해면서까지 은행권에 대한 1000억 불 지급 보증 등 정부 금융대책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경제지표는 국감 기간 바닥을 모르고 떨어졌고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팀에 대한 신뢰도 동반 추락했다.

기획재정위 소속 김성식 의원 등은 물론이고 강 장관과 함께 인수위 간사까지 지냈던 최경환 의원까지 맹공에 나섰으나 강 장관은 눈도 꿈쩍하지 않으며 오히려 "열심히 일하는데 뒤에서 칼을 꽂지 마라"고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경제분야 상임위 소속의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정말 입이 아파서 더 말 안하고 있는 건데 도대체 청와대가 강 장관을 저렇게 안고 가는 이유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의원은 "국감이 문제가 아니고 앞으로가 더 문제다"며 이같이 말했다.

민주, '직불금 외엔…'

민주당도 이번 국정감사에 대해 성공적이었다는 자평이다. 정세균 대표는 "국감을 통해 정부여당의 무능과 무책임, 안일한 국정운영 실태를 국민과 함께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총평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국감에 대한 조직적 방해 책동과 오만, 거짓으로 일관된 정부 태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의원들은 단합된 힘으로 체계적인 역할 분담을 통해 성과를 거뒀다"고 치하했다.

하지만 문방위, 복지위를 제외한 상당수 상임위에서 이렇다 할 이슈를 끌어내지 못하는 등 수적 열세의 한계 속에 전투력 부재가 그대로 노출됐다는 평가도 많다.

민주당이 이번 국감을 통해 얻은 최고의 성과는 무엇보다도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을 사퇴시키고 쌀 직불금 국정조사를 이끌어낸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있었다.

간사인 백원우 의원은 이봉화 차관의 쌀 직불금 부정 수령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고, 양승조 의원 등 복지위 소속 의원들도 각종 자료 수집과 분석을 통해 이봉화 전 차관의 문제를 쌀 직불금 부정수령 문제로 확대시켰다. 이밖에 위원장을 차지한 법사위-환노위, 숫자에 비해 화력이 강한 문방위의 활동도 두드러졌다.

그러나 쌀 직불금이 부각된 만큼 국감 전부터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강만수-최시중-어청수 퇴진' 전략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MB노믹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오히려 최근 정부의 은행 외환수급 지급보증에 동의한 것에 대한 내부 반발이 일었다. 현 정부의 종부세 완화, 금산분리 완화 등 이명박 정부의 감세 및 대기업 위주 정책이 계속되고 있고, '강만수 경제팀'의 교체도 이끌어내지 못한 상태에서 너무 쉽게 양보를 했다는 비판이다.

이를 의식한 듯 정 대표는 "보증지원과 관련해 당으로서는 협력하는 기조를 세우고 해당 상임위에서 철저하게 문제를 추궁하면서 선행돼야 할 조치를 정부에게 일깨워주는 일을 놓치지 않을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한 '언니 게이트', '사위 게이트' 등 이명박 정권의 5대 게이트를 설정하고 집중 공격을 예고했지만, 증인 채택조차 하지 못한 채 국감을 마감하고 말았다.

선진·민노, '역부족 노출'

자유선진당과 민노당, 창조한국당 등은 숫적 열세를 그대로 노출했다. 특히 선진과 창조 모임이라는 교섭단체도 꾸려 내부적으로 기대가 높았던 선진당의 경우 자체 평가도 높지 못하다.

이회창 총재가 "얼마 안 되는 수(數)이지만 각 상임위 별로 훌륭한 활동을 해 언론과 여론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며 "좋지 않은 여건에서도 아주 충분하고도 훌륭하게 애쓴 여러분께 감사한다"고 총평했지만 객관적 평가와는 동떨어진 '립서비스'성격이 짙다.

박선영 의원의 질의와 변웅전 복지위원장의 '구수한 진행' 정도가 눈에 띄었을 뿐이다. 국회 부의장, 당 대표 출신의 중진 의원들은 국감장에서 몸을 사리기 일쑤였다.

민주노동당에게도 높은 점수를 주긴 어렵다. 이정희 정책위의장이 "내가 점수를 짜게 매기는 편이지만 우리 점수는 75점이 정도는 된다"고 한 말도 그리 공감을 얻지 못했다. 쌀 직불금 정국에서 강기갑 대표가 돋보였고 정무위 이정희 의원의 질의도 날카로웠지만 그게 다였다.

이 의원이 각종 언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한 당직자는 "냉정히 말하면 어차피 그 정도는 해줬어야 되는 것이고 기대에는 못 미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환노위 홍희덕 의원은 부산지방노동청의 국정원 보고 문건을 폭로했지만 '노동자의 대표'라는 상징과 기대에는 턱없이 못 미쳤다. 복지위의 곽정숙 의원은 존재감이 부족했고 교육위의 권영길 의원도 '중진 냄새'만 물씬 풍겼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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