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본격화한 난민 위기와 이에 맞물린 반난민 정서가 중앙 정치무대를 위협하는 가운데 4일(현지 시각) 치러진 선거에서 반유로·반이슬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lternative fuer Deutschland, 이하 독일대안당)은 기민당을 제치고 2당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밤 현재 공영 ARD, ZDF TV 등 현지 언론이 보도한 정당별 잠정 득표율을 보면 지금의 주 정부 다수당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은 30.4%를 얻어 1당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사민당과 함께 주 정부 대연정의 소수당 파트너를 꾸려온 기민당은 19.1% 득표에 그쳐, 21.4% 득표가 예상되는 독일대안당에 2당 자리를 내줬다.
기민당의 이런 득표율은 이 주의회 선거에서 기록한 역대 최악의 성적이며, 기민당이 지금까지 선거에서 독일대안당에 뒤처진 것도 처음이다.
프라우케 페트리 독일대안당 공동당수는 "이번 선거 결과는 메르켈을 향한 한 방"이라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이들 3당에 이어 좌파 색채가 강한 좌파당(Die Linke)은 12.9%, 녹색당은 의석배분 최소득표율인 5% 허들에 약간 모자란 4.9%를 각각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밖에 신나치 세력으로도 불리며 해산심판이 논의되는 국가민주당은 3.0%, 친기업 자유주의 정당인 자유민주당은 2.9% 득표에 머물러 의회 입성이 좌절됐다.
국가민주당은 그동안 독일 전역 16개 연방 주의회 중 유일하게 이 주의회에서 의석을 꿰차고 있었지만 이번에 일정하게 색깔이 겹치는 독일대안당의 득세에 밀려 사실상 퇴출 운명에 처했다.
이번 정당 득표율에 따른 총 71석의 의석 배분은 사민당 26석, 독일대안당 18석, 기민당 16석, 좌파당 11석으로 잠정 추산됐다.
이에 따라 주 정부 연정 조합은 사민당이 고려 대상으로 삼지 않은 독일대안당을 제외하고 녹색당이 의석 배분을 받지 못한다면, 사민-기민당 또는 사민-좌파당의 파트너십이 될 전망이다.
재선을 노리고 선거를 이끈 사민당의 에르빈 젤레링 주 총리는 기민당의 선거사령탑으로 나선 로렌츠 카피어 주 내무 장관, 그리고 헬무트 홀터 좌파당 선거대표와 각각 협의를 거쳐 지금의 사민-기민당 연정을 유지할지, 아니면 사민-좌파당 연정을 새롭게 가동할지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홀터 좌파당 선거대표는 이와 관련, "이제 기민당은 야당 자리에 있어야 한다"며 사민당에 연정 참여를 구애했고, 젤레링 주총리도 "우린 기민당과 지난 10년 간 연정을 잘 가동했다. (그러나) 우린 그 이전 8년 간 좌파당과의 연정을 더 잘 가동했다"고 말해 소위 '적적' 연정 가능성을 더 열어뒀다.
이번 선거 결과는 최근까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온 여론조사 동향에서 진작에 예측됐다.
지난달 29일 정치전문지 '키케로'가 전문기관 '인자'를 통해 시행한 여론조사로는 사민당 28%, 독일대안당 23%, 기민당 20%, 좌파당 15%, 녹색당 6%, 자민당 2%, 국가민주당 2% 순이었다.
이에 앞서 직전 주의회 선거가 있었던 2011년에는 사민당 35.6%, 기민당 23.0%, 좌파당 18.4%, 녹색당 8.7%, 국가민주당 6.0%, 자민당 2.8%, 해적당 1.9%, 기타 3.6%의 정당 득표율 분포를 보였다.
따라서 5년 전 이 선거 결과에 견주면 주류 양대 정당인 사민당과 기민당 모두 득표율이 하락한 것이며, 특히 이번에도 1당 지위를 유지한 채 주 정부 연정을 주도할 것으로 보이는 사민당의 하락 폭은 기민당보다 더 큰 것이다.
나아가 전통의 3당 이하 세력인 좌파당과 녹색당, 그리고 극우 국가민주당 역시 모두 지지율이 하락했다.
결국, 이들 정당을 떠난 표심은 2013년 창당한 이래 이 주의회 선거에 처음 나선 독일대안당에 다수 옮겨갔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선거가 치러진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은 비록 인구가 160만 명에 불과한 작은 주지만 이곳에 있는 슈트랄준트와 뤼겐섬을 포괄하는 15선거구가 메르켈 총리의 지역구이고 주요 도시인 로스토크는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의 고향인 구동독 지역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관심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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