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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각자 이익 쫓다 허둥대면 모두가 패자"

라디오 주례연설 스타트…"외환보유고 충분"

이명박 대통령은 13일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라디오를 통해 전국에 방송된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첫 연설을 통해 이 같이 말했다. 이 연설은 전날 청와대에서 사전 녹음된 뒤 각 방송사에 전달됐다.

작은 회사의 경비로 일했던 부친에 대한 회상, 자신이 기업인으로 활동하던 석유파동 당시에 대한 회상 등을 곁들인 감성화법을 구사하며 기업에는 공격적 투자를, 개인에게는 국내 소비 증가를, 국회에는 'MB법안' 처리를 촉구했다.

"중요한 것은 '신뢰'…서로 믿지 못하면 모두 패배자될 수 있다"

미국발(發) 금융위기를 주제로 약 8분30초 동안 이어진 이번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우리가 지금 어렵긴 하지만, IMF 외환 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며 "외환보유고는 1997년에 비해 스물 일곱 배나 많은 2400억 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고, 이 돈도 모두 즉시 쓸 수 있는 돈"이라고 강조했다.
▲ 이명박 대통령이 13일 첫 방송된 <안녕하십니까, 대통령입니다> 프로그램을 사전 녹음하고 있다. ⓒ청와대

이 대통령은 "또 금년 4/4분기에는 경상수지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경험과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서로 믿지 못하고, 각자 눈앞의 이익을 쫓다 허둥대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지금은 길게 보고, 크게 보고, 행동해야 할 때"라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신뢰야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며 "정부부터 신중하게 대처하고, 국민 여러분께 있는 사실 그대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알리겠다"고 했다.

야당과 기업, 국민 개개인을 향해 '협조'와 '단결'을 당부하는 메시지도 빠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야당 지도자들과 몇 차례 만났는데,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적극 협력하자고 뜻을 같이 한 데 대해서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마련한 600여 개의 법안을 이번 정기 국회에서 빨리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국회 상임위별로 마찰을 빚고 있는 소위 'MB 법안' 처리에 주력할 것을 촉구했다.

또 이 대통령은 "기업은 오늘을 대처하면서도 내일을 보고 경영해야 한다"며 "어려울 때 오히려 투자해야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고, 지금은 투자를 통해서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기업이 애국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국민들께서도 힘을 모아 달라. 에너지를 10%만 절약할 수 있다면, 경상수지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이라며며 "해외소비는 좀 줄여주시고, 국내에서의 소비를 늘려주시기만 해도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은 좀 큰 주제를 가지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앞으로는 작더라도 생활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가지고 말씀 드릴까 한다"고 덧붙였다.

"라디오 연설, 매주 열겠다"

청와대는 미국 루즈벨트 전 대통령의 '노변정담'을 벤치마킹한 이 같은 라디오 연설을 매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 측은 "매주 월요일 정례화를 확정한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현안 뿐 아니라 작지만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갖고 이 대통령은 앞으로 계속 라디오 연설을 통해 국민들을 찾아갈 계획"이라며 "미국은 1933년 3월 12일 루즈벨트 대통령에 의해 첫 방송이 나간 뒤 레이건 대통령에 의해 주례 연설로 정착됐고, 부시 대통령은 2000년 취임 이후 단 1차례도 거르지 않고 매주 라디오 연설을 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는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원활히 하고 국민을 섬기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철학과 의지가 담긴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날 방송된 이 대통령의 연설 전문이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요즘 참 힘드시죠? 저 역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또 무슨 우울한 소식이 없는가…, 걱정이 앞섭니다.

엊그제 문득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굳이 말씀드리기가 무엇해서 이야기한 적은 없었습니다마는, 제 아버지의 이야깁니다. 저의 아버지는 한 때 조그만 회사의, 요즘 말로는 경비라고 합니다만, 수위로 일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아버지께서는 늘 "회사가 넘어가면 안 되는데…"하면서 걱정을 하시곤 했습니다. 어린 시절 저는 그걸 보면서 "회사에서 큰 직책을 맡은 것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회사 걱정을 하실까…"하며, 마뜩찮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그 회사는 문을 닫았고,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고 말았습니다. 월급이 그리 많은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직장을 잃으니까 안 그래도 어렵던 살림살이가 더욱 쪼그라들고 말았습니다. 그때서야 저는 아버지가 왜 회사 걱정을 그토록 하셨는지,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지금도 저는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한 개의 중소기업이라도 무너지면, 그 곳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그 가족들의 삶이 어떻게 될지,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어느 누구보다도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IMF위기 때 부도 기업이 5만8000개였고, 실업자 수가 무려 149만 명에 달했습니다. 그 고통을 우리는 너무나 뼈저리게 경험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요즘 다짐하곤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기업이 문을 닫아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최대한 막아야 된다…, 이렇게 말입니다. 특히 조금만 도와주면 살 수 있는 기업이, 흑자 도산하는 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자리를 지키고 늘리는 일은 여전히 국정의 최우선 과제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이곳저곳 다녀보면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도대체 경제, 언제쯤 나아지겠나?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요즘에, 과연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내년도 성장률을 미국이 0.1%, 유럽이 0.6% , 일본도 0.5%, 선진국들이 모두 0% 대로 잡고 있는데, 우리도 내년까지는 그리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세계 경제는 서로 긴밀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우리만 독야청청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지금 어렵긴 하지만, IMF 외환 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외환보유고는 2400억 달러 수준에 이르고 있고, 이 돈도 모두 즉시 쓸 수 있는 돈입니다. 1997년에 비하면 스물 일곱 배나 많습니다.금년 4/4분기에는 경상수지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어려운 조건에서도 작년보다 20%이상 많은 수출을 해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저는 정말로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업과 금융기관의 체질도 몰라보게 튼튼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던 경험과 자신감이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서로 믿지 못하고, 각자 눈앞의 이익을 쫓다 허둥대면, 우리 모두가 패배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길게 보고, 크게 보고, 행동해야 할 때입니다.

신뢰야말로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가장 중요한 요건입니다. 정부부터 신중하게 대처하고, 국민 여러분께 있는 사실 그대로 모든 것을 투명하게 알리겠습니다. 지금 정부는 국제 금융시장과 국내 경제상황을 일일 점검하면서 적절한 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적인 정책공조가 중요한 때이므로 4강과의 협력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름길은 기업과 금융기관, 정치권, 그리고 소비자인 국민 모두가 서로 믿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입니다. 기업은 오늘을 대처하면서도 내일을 보고 경영해야 합니다. 어려울 때 오히려 투자해야 미래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투자를 통해서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드는 기업이 애국자입니다.

석유 파동 때, 저도 기업인으로서 힘든 경험을 했습니다. 그 때 멀쩡한 기업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돈을 구할 수가 없어서 고리의 사채로 연명하고, 그나마 돈을 구하지 못한 기업들이 쓰러지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금융 위기 때는 회사가 제품을 못 팔아서가 아니라 돈이 돌지 않아서 문을 닫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걸 두고 흑자도산이라고 합니다. 비가 올 때는 우산을 빼앗지 말아야 한다는 게 평소의 제 소신입니다. 조금만 도와주면 살릴 수 있는 기업은 금융기관이 이럴 때 적극적으로 나서주어야 합니다.

저는 야당 지도자들과도 몇 차례 만났습니다. 모두들 지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적극 협력하자고 뜻을 같이 한 데 대해서, 저는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출범 이후 지난 7개월 동안 정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약 600여 개의 법안을 열심히 마련했습니다. 국회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빨리 처리해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국민들께서도 힘을 모아주십시오.

지난 해 우리나라의 원유수입액이 600억 달러였습니다. 올해는 약 1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려 500억 달러가 기름 값으로 더 빠져 나가는 것입니다. 금년도 경상수지 적자가 100억 달러 내외로 예상되기 때문에, 어렵긴 하지만 에너지를 10%만 절약할 수 있다면, 경상수지 적자를 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국민 여러분께서는 해외소비는 좀 줄여주시고 국내에서의 소비를 늘려주십시오. 그렇게만 해도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이 아침, 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우리에겐 희망이 있고, 대한민국의 미래는 여전히 밝습니다."

국민 여러분, 오늘 저의 첫 라디오 방송을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좀 큰 주제를 가지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앞으로는 작더라도 생활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주제들을 가지고 말씀 드릴까 합니다. 또한 국민의 목소리도 더 많이 듣는 시간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이 아침, 가슴을 활짝 펴고 한 주를 힘차게 출발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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