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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갈리아 사태', 정의당 존재 이유를 묻다

당 '젠더TF' 위원들 줄사퇴…沈 "정의당은 여성주의 정당" 봉합 시도

'메갈리아' 논란과 관련한 정의당의 내홍이 더 깊어지고 있다. 심상정 상임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지도부가 주말새 이쪽 저쪽을 번갈아 달래는 입장을 내며 진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논란이 사그라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심상정 "여성주의 정당" 선언했지만…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는 29일 오전 당 상무위 회의에서 "정의당은 여성주의 정당"이라며 "사회적 약자들의 정치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일이야말로 정의당의 존재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약자, 여성에 가해지는 일상화된 차별과 폭력을 그들의 관점에 서서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이 여성주의"라고 강조했다.

심 상임대표의 '당연한' 발언에는 앞선 맥락이 있다. 지난 25일 심 대표가 소집한 정의당 상무위(타 정당의 최고위원회와 유사한 지도부·집행기구)는 사실상 '메갈리아'를 겨냥해 "정의당은 이같은 극단적 방식의 미러링과 무분별한 혐오에 대해서는 지지할 수 없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상무위는 "수많은 당원들은 메갈리아와 관련돼 벌어진 논쟁에서 '과연 여성혐오를 비판한다는 이유로 빈곤청년이나 사회적 약자인 아동, 노인에 대한 차별적 언어를 구사하며, 독립운동가, 전 대통령, 노동운동가 등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분들까지도 미러링의 대상으로 삼고 모욕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했다"며 이같이 "지지·동의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상무위는 다만 "이른바 '메갈리아 현상'이 출현하게 된 사회적 맥락과 배경에 주목한다. 일상화된 여성혐오와 여성차별과 폭력이 만연한 현실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며 "성평등을 지향하는 우리 정의당은 극단적 미러링 방식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혐오와 차별의 현실을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라고 하기는 했다. 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 "친메갈이냐, 반메갈이냐 편가르기를 넘어 그 배경에 주목한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봐 달라"며 "젠더 TF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25일 상무위 입장 발표의 배경과 관련해 정의당 지도부는 "워크숍을 통해 최근 문예위 논평 및 메갈리아 사태로 파생된 당의 엄중한 상황에 대해 토론했다"며 "오늘까지 문예위 논평 및 메갈리아 사태를 사유로 탈당한 당원의 수가 548명에 이른다"고 했다.

정의당은 그러면서 "최근의 탈당 사태를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지 못함으로써 당내 갈등이 증폭되는 상황에 대해 지도부는 책임을 통감한다. 당의 부족함으로 실망과 상처를 안고 떠나간 당원과 지지자에게 다시금 죄송하다"고 공개 사과까지 했다. 550명에 달하는 당원들의 탈당이 '상무위 입장' 발표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말로 읽힌다. 정의당 당원은 3만5000명 선에 이른다. 정의당 상무위의 입장 표명은 심 상임대표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 '젠더 TF', 25일 상무위 입장 발표로 와해

앞서 정의당은 '메갈리아' 후원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게임 회사 '넥슨'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한 김모 성우 사건에 대해 정의당 문화예술위원회가 비판적 논평을 내자, 이에 대해 일부 당원들이 반발했고 결국 당 지도부가 논평 철회 결정까지 내리는 등 내홍을 겪고 있었다.

문예위 논평 철회 사태 이후 김세균 상임대표를 중심으로 '젠더 TF'를 구성해 당내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하면서 논란이 다소 잦아드는 듯했으나, 25일 '상무위 입장'이 돌연 발표되며 '내홍'은 다시 불이 붙은 모양새다. '젠더 TF' 위원들은 상무위 입장 표명에 반발해 연이어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의당 젠더 TF는 김세균 공동대표 외에 김제남 상무위원(전 국회의원), 류은숙 여성위원장, 박지아 성평등교육단장, 조성주 당시 미래정치센터 소장, 이병진 당직자노조 위원장, 김대영 청년학생위원회 집행위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상무위원 2인을 제외한 전원이 29일 현재 사퇴한 상태다.

정의당이 "이번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문제들에 대해 더욱 책임 있게 해결해 나갈 것"(25일 상무위 입장), "민주적 공론장을 거쳐 온라인 게시판 토론 문화 개선을 포함한 당내 대안을 곧 제시하겠다", "상임대표인 제가 직접 챙겨나가겠다. 당 여성위원회와 함께 논의해서 여성주의 실현을 위한 주체를 확대·개편해 나가겠다"(29일 심상정 상임대표)라고 공언한 것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류은숙 여성위원장은 지난 25일 밤 박지아 단장과 연명으로 밝힌 사퇴의 변에서 "상무위 입장에 반대의견을 분명히 밝히며 젠더 TF 위원을 사퇴한다"며 "젠더 TF는 당의 강령을 기본으로 해 당 내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자 하는 간담회와 그 의견들을 이론적으로 객관화하는 토론회 등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오늘 발표된 상무위 입장은 더 이상 젠더 TF의 위상과 역할을 존재하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했다.

류 위원장과 박 단장은 "상무위는 젠더 TF와 아무런 상의 없이 갑자기 '상무위 입장'을 내겠다고 했으며, 그 논의 과정에 젠더 TF와는 그 어떤 공식적인 소통이 없었다"며 "상무위 결정에 따른 실무적 사업의 진행이 필요하다면, 그것은 당 집행부가 실무적 차원에서 진행하면 되는 일이고 굳이 별도의 TF를 운영할 필요가 없다"고 꼬집었다.

조성주 전 소장도 사퇴 입장에서 "상무위에서 현안과 관련한 입장이 나온 후 TF 위상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며 "발표된 상무위 입장은 향후 TF 활동의 기준이 될 것이고, TF의 기조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소장은 "더 자유로운 소통과 논의의 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TF를 통한 일련의 과정"이라며 "하지만 상무위의 결정은 그 소통 과정을 크게 제약할 수 밖에 없는 편향된 입장으로 전달되었다"고 비판했다.

"극단적 미러링? 여성주의 부정하나"


조 전 소장과 류 위원장 등의 이런 주장은 우선 '기껏 논의를 위한 젠더 TF를 구성해 놓고 TF의 활동을 제약하는 입장을 당 지도부가 발표했다'는 절차적 문제를 지적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이같은 절차 문제를 넘어 '상무위 입장'에 담긴 당 지도부의 인식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조 전 소장은 "사회 구성원 어느 누구에게도 가해지는 극단적이고 공격적인 발언에는 반대한다. 그러나 표현에 대한 윤리적 판단 이전에 그 사회적 맥락과 배경을 살피지 않은 단정적이고 무조건적인 배제에는 더더욱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메갈리아를 '극단적 미러링과 무분별한 혐오'로 규정하고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무위 입장에 대한 정면 반박이다.

류 위원장과 박 단장도 "상무위는 현재의 문제를 '문예위 논평 및 메갈리아 사태'로 보고 있으며, '극단적 방식의 미러링과 무분별한 혐오에 대해서는 지지할 수 없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한다고 밝히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성차별에 대항하는 당사자 운동을 일방적으로 공식적으로 규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그런 규정과 평가는 진보정당을 표방하고 있으며 성차별에 반대한다는 분명한 강령을 표방하고 있는 정의당이 공식적으로 발언할 일은 아니"라며 "여성주의에는 다양한 노선과 방식이 존재할 수 있다. (중략) 이런 운동의 방식에 대해서 '어디까지는 여성주의 운동이고 어디서부터는 여성주의 운동이 아니'라는 식의 발언을 당이 하는 것은 여성주의 운동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는 것이고, 여성주의 관점과 그 운동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이들은 "(당은) '극단적 미러링'이라는 단어를 만들어 내서, 여성주의 운동의 한 방식을 '문제'이며 '혐오'라고 규정했다"면서 "'극단적 미러링'이란 단어는 '미러링'이라는 운동 방식을 이해한다면 불가능한 말이다. (…미러링은) 현실에서 실질적 폭력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여성혐오 발언과는 다르게 실질적 폭력이 아니라는, 그래서 사회 구조적 문제를 드러낼 뿐이라는 수많은 여성들의 이야기를 단 한 번이라도 제대로 들었다면 도저히 사용 가능한 단어가 아니"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극단적 미러링'을 운운하며 여성 운동을 갈라치고 부정하는 상무위의 입장에 반대"한다는 것을 사퇴 이유 가운데 하나로 들었다.

당내 의견 그룹인 '정의당 여성주의자 당원 모임'도 29일 새벽 "상무위원회에 의한 여성주의 후퇴를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상무위는 메갈리아의 미러링을 '극단적', '무분별'이라고 낙인찍어, 여성들이 반여성주의적 폭력에 저항하는 것마저 가로막았다"며 "여성혐오와 차별에 눈감으려 하는 흐름에 손을 들어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는 '대중적' 이지도 않고 '진보적'이지도 않으며 '대중적 진보정당'의 책임 있는 모습이라고 볼 수 없다"고 규탄하면서 상무위 입장 발표 철회를 요구했다.

"'메갈 깐다'고 항복 선언하면 마무리? 더 난리!"


이처럼 젠더 TF 위원들이 연이어 상무위 입장을 비판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심 상임대표의 '여성주의 정당' 발언이 나온 것이다. 복수의 당 관계자는 "상무위 입장에 대한 당 내의 반발이 생각보다 컸다"며 "당 지도부가 일요일인 28일 긴급 상무위 회의를 열어 논의를 했고, 이에 따라 심 상임대표의 29일 오전 공개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때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 전 소장은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상무위가 입장을 발표하면 젠더 TF는 아무 것도 못 하게 되니 거취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위원들의 입장을 김세균 공동대표와 김제남 상무위원을 통해 전달했지만 결국 '상무위 입장'이 그렇게 나온 것"이라며 "(당 지도부는) 이 사안을 '리스크 관리'로만 보는 것 같은데, 그렇게 접근할 일이 아니다. 오히려 당원게시판 등에서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기중 전 정의당 부대변인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도부는 내내 '사태의 진정'만을 목표로 삼고 행동해 왔다. 논평을 철회하면 조용해질 줄 알았는데 더 난리가 났고, 문예위를 해체하면 끝날 줄 알았는데 저들의 요구는 끝이 없고, 대표가 입장을 내면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그럴 리가(없다)"라며 "이제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메갈 까(비판해) 줄게'라는 '항복'선언을 했으니 마무리가 될까?"라고 회의 섞인 시선을 보냈다.

이 전 부대변인은 "중앙당이 내내 취해왔던 태도는 '시끄럽게 탈당하거나 시끄럽게 싸우는 자들의 목소리만 듣겠다'(는 것)"라며 "이런 태도는 나 같은 이들에게 내내 수치심과 모욕감을 줬고, 탈당을 고민하게 했다"고 당에 깊은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탈당한 당원들 돌아오라'는 그 글을 보고 탈당을 결심했다는 이도 주변에서만 몇명"이라며 "사태의 진정만을 바라면서 내내 비굴하게 굴었던 지도부가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밖에서도 이번 논란을 진보 정당으로서 정의당의 존재 이유와 연관지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진보 정당의 존재 이유는 소수자 보호와 미래 의제 선도"라며 "정의당이 앞으로 발전해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소수자 문제 등에서 전향적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정의당 지도부가 '당원 550명 탈당'을 내세우며 '상무위 입장'을 발표한 데 대해 "궁색하다"며 "미래지향적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현재의 '표'에만 집착해 있는 초라한 모습"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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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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