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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유모차 수사는 시위에 못 나오게 하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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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李대통령 "유모차 수사는 시위에 못 나오게 하려는 것"

강만수-어청수-최시중 경질 요구에 MB "…"

이명박 대통령과 야당 원내지도부와의 만찬회동이 2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렸다. 국정감사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지만,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 지도부와 이 대통령은 각종 현안에 대해 서로의 시각차만을 확인하고 돌아서야 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유모차 부대' 수사는 21세기 대한민국 정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의 지적에 대해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나오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며 "처벌의 목적이 아니라 앞으로 (유모차를 시위 현장에) 못 데리고 나오게 하는 게 목적이다"고 반박하는 모습이었다.

이에 대해 원 원내대표는 "유모차는 평화의 심볼"이라면서 "대통령이 현장을 못 봐서 그렇겠지만 촛불시위는 매우 평화롭고 자유롭게 이뤄졌고, 그렇기 때문에 부모들이 유모차에 아이들을 태우고 나와 평화적인 시위를 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결국 의견차가 좁혀지지는 못했다.

원혜영 "강만수, 어청수, 최시중은 인적쇄신 대상"

분위기는 시작부터 달아 올랐다.

지난 번 이 대통령과 민주당 정세균 대표와의 회동 후 쏟아진 '야성을 살리지 못했다'는 비난을 의식한 듯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처음부터 작정하고 "국민들은 IMF 때보다 더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며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취직은 어렵고, 상인은 장사가 안 돼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 민주당, 선진과 창조의 모임 원내지도부가 2일 저녁 청와대에서 만찬회동을 갖고 있다. ⓒ청와대

원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새로운 희망과 계기가 있기를 기대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그것이 국정쇄신이라고 생각한다"며 "국정쇄신은 곧 인적쇄신"이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인적쇄신'의 대상으로 "고환율 정책으로 경제를 어렵게 한 경제팀의 책임자, 종교개입 논란을 야기한 치안 책임자, 언론개입 논란 야기한 방송통신 책임자"라고 특정한 뒤 "이래야 대통령의 의지가 국민들에게 강력히 전달될 것"이라고 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어청수 경찰청장,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사퇴를 정면으로 요구한 셈.

또 종합부동산세 논란과 관련해서도 원 원내대표는 "종부세 폐지 내지 완화는 일부 계층에만 돌아가는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민주당이 주장하는 부가세 30% 완화는 모든 국민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니 검토를 생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원 원내대표는 '신(新)공안정국 논란'과 관련해 "오세철 교수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기각됐는데, 오 교수의 논리와 주장은 노태우 정권 때도 똑같았지만 노태우 정권은 구속하지 않았었다"며 최근 6.15공동선언실천연대에 대한 수사를 비판했다.

그러나 민주당 측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MB "위기 앞에선 여야 없어, 세계가 다 그렇게 하는데…"

대신 이명박 대통령은 예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단결'을 언급하며 정치권의 '단결'을 재차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오늘은 드릴 말씀이 많아서 원내지도부는 (개성공단에) 못 갔다"는 박병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말을 받아 "안 해도 다 안다"고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오늘은 정책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아니라, 내가 부탁을 하려고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매우 어렵다"며 "위기에서는 여야가 없고, 온 세계가 다 그렇게 하고 있다"고도 했다. '불만'을 앞세우지 말고 새 정부에 힘을 실어 달라는 당부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지금이 18대 첫 국회 아닌가. 그래서 여러분들의 협력이 또 많이 필요하다"면서 "앞으로 정기국회에서도 잘 좀 부탁드리는 뜻으로 모셨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환영하는 의미에서 건배를 먼저 하자"며 "대한민국의 어려운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여야의 원만한 합의를 이루겠다는 뜻과 생산적 국회가 되는 뜻을 모아서 건배하자"고 제의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특유의 '입담'을 과시하며 분위기를 주도해 나가는 모습이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 서갑원 원내수석부대표를 두고 "서갑원 부대표 별명이 '결렬'입니다. 서결렬"이라면서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만찬회동이 3대 교섭단체 지도부를 초청해 열린 것을 언급하면서 "원래 우리(한나라당)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니냐. 1당이니까…"라며 "우리는 당헌에 (당과 청와대가) 분리돼 있다"고도 했다.

종부세·그린벨트 해제·수도권 규제완화…입장차 '확연'

이후 비공개로 진행된 만찬회동에서도 여야 간의 시각차는 확연하게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민주당 참석자들은 △국정쇄신을 위한 인사쇄신 △종부세 완화의 재검토와 부가세 30% 인하 △행복도시의 차질 없는 추진 △정세균 대표와의 회담 내용 이행을 위한 여야협의체 운영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의 영남편중 시정 등을 건의했다"고 전했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자치단체가 참여해 만든 것으로,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며 "좋은 의견이 있으면 제안해 달라"고 답했다.

"금융위기에 대한 정부의 인식과 대처가 너무 안일한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정부와 정치 지도자가 과도한 위기감을 조성하면 상황이 더 안 좋아 질 수 있다"면서 "내부적으로는 단단히 대책을 세우되, 정치 지도자들은 너무 불안감을 부추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정치권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우회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린벨트 해제와 녹색성장은 모순된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은 "정부가 해제하려는 그린벨트는 사실상 그린벨트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다는 곳"이라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마무리발언에서 "나는 세계 각국을 다니며 누구를 만나도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며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큰 만큼 국가적인 일은 협력해 주고, 정책에 관한 사항은 차이가 있다면 국회에서 합리적으로 토론해 타협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앞으로도 야당이 요구할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달라"며 "특히 대북문제와 관련해서 야당이 국익을 위한 일이라면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허심탄회한 소통의 자리" vs "기대도 안했지만…역시나"

회동 직후 나온 청와대와 민주당의 반응 역시 엇갈렸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오늘 회동은 여야 의회 지도자들과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소통함으로서 국회를 존중하고,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삼겠다는 이 대통령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자리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 뒤 "오늘 만찬에서 야당 지도자들은 하고 싶은 애기를 다 했으며, 이 대통령은 시종 진지하게 경청했다"고 밝혔다.

반면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직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3개 교섭단체의 원내지도부와 청와대 수석들이 함께 참석한 자리여서 자리의 성격상 집중적인 토론을 기대하지 않았고, 국정쇄신에 대한 원칙과 국민들의 민심을 분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려 노력했다"면서 "참석 범위와 규모의 문제, 만찬장의 분위기도 있었지만 실제로 소통과는 간극이 있는 자리였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만찬을 겸해 약 1시간30분 동안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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