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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 추경 '후폭풍'…"당은 지금 표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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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한나라 추경 '후폭풍'…"당은 지금 표류 중"

홍준표를 어찌하리…추석 이후 수습책 주목

추가경정예산안 강행처리 불발의 파장이 추석을 앞둔 한나라당을 강타하고 있다. '날치기' 비판을 감수한 '거사'가 어이없는 실패로 돌아간데 대한 책임론이 들끓고 있다.
  
  무엇보다 추경은 감세안과 함께 경기부양의 밑바탕에 해당하는 필요충분조건이어서 처리 실패가 뼈아프다. 게다가 이 문제는 단지 한나라당 내부 정치 뿐만 아니라, 당정청 전반의 경제정책 정책기조가 걸린 문제라는 점에서 추석 전 처리에 드라이브를 세게 걸었던 사안이다. 청와대와 강만수 장관이 추석 전 추경 처리를 수차례 요구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72석의 한나라당이 '밀어붙이기'에 실패하면서 당장의 책임은 원내사령탑인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돌아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의 정책 기조를 당에서 최대한 지원사격해야 할 원내 수장의 무능이 확인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당 수뇌부는 '갈팡질팡'
  
  추석연휴 이후의 전망은 오리무중이다. 한나라당은 추석 직후 추경 표결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가 분명하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 추석 전에 추경 문제에 종지부를 찍음으로써 추석 이후부터 본격적인 감세안 대결을 전개해 나가려던 구상이 헝클어져서다. 또한 민주당이 "전두환 시절 이후 첫번째 예결위 날치기"라고 비난하듯, 이번 사태로 추경 강행처리의 명분이 크게 위축됐고, 야당의 반발 등 논란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 내부적으로도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다. 172석의 공룡이 제발에 걸려 넘어진 꼴이 됐기 때문이다. 박희태 대표는 이날 오전 '불교방송' 라디오 <유용화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거대 여당이 무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합의 처리를 하려다 보니까 일방 독주를 못하고 시원하게 질주를 못해서 그렇게 보인다"고 답했지만 목소리에 힘이 실리진 못했다.
  
  박 대표는 "합의 통과는 어제 벌써 깨졌다"면서 "우리 한나라당하고 자유선진당하고 그 두 당이 합쳐서 어제 예결위에서 통과를 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추석 뒤에 우리 민주당에서 태도를 고치치 않는 한은 똑같은 기조로 나갈 수 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이미 추경에 대해선 당 내에서도 비판론이 제기되는 등 완전한 동의를 이뤄내지 못한 상태다. 이날 <SBS라디오 김민전의 전망대>에 출연한 이한구 예산결산특위 위원장은 '예결위에서 재의결을 추진하겠냐'는 질문에 "당 원내대표가 결정할 일이다"고만 답했다. 이 위원장은 애초부터 추경 편성 자체에 미온적인 편이었다.
  
  이렇듯 추석 이후 대야관계가 느닷없이 호전될 가능성이 거의 없고 심각한 상처를 입은 '홍준표 원내지도부'의 재기 여부도 불투명해 추경 처리 전망은 현재로선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홍준표의 위기는 박희태의 기회?
  
  '홍준표 책임론'은 겉보기보다 심각하다. 당 내 개혁파를 자임하는 '민본21'에 참여하고 있는 한 의원은 "당이 표류 상태다"고 잘라말하면서 홍 원내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 의원은 "비판을 무릎쓰고 처리를 하겠다고 칼을 뽑았으면 처리를 해야지 새벽까지 의원들을 잡아놓고 이게 무슨 꼴이냐"면서 "제대로 된 전술 전파나 상황 공유도 없었고 무작정 '자리를 지켜라'는 소리만 들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의 지적대로 이번 추경안 처리가 무산된 원인이었던 '정족수 부족'의 책임은 오롯이 홍준표 원내대표가 뒤집어 쓸 수밖에 없는 일이다. 한나라당이 예결위 전체 재적의원(50명)의 과반인 29명을 장악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예결위에는 22명만 출석하는 데 그쳤다. 매끄럽지 못한 예결위 사보임 절차도 원내 지도부가 미숙했던 대목으로 지적된다. 그만큼 원내 지도부가 전략 없이 임했고, 의원들에게 긴장감을 부여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반증이다.
  
  이 의원은 또한 "다른 문제도 그렇지만 추경문제도 이리저리 안이 바뀌는 과정에서 당내 컨센서스라고 할 만한 것이 없었다"고 홍 대표를 비판했다. 특히 그는 "어쨌든 박희태 대표에게 힘을 실어야 한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여기엔 최근 불화설이 거듭 불거진 박희태-홍준표 '투톱 체제'의 유지가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상황판단이 깔려있다.
  
  최근 한나라당 내에서 '박 대표의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는 데에는 박 대표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홍 원내대표와 청와대에 대한 불만이 배경이다. 당의 의견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청와대, 튀는 개인 플레이로 크고작은 논란을 야기한 홍준표 원내대표를 제어하고 당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해선 결국 당 대표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
  
  앞서 언급한 의원은 홍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를 향해 "가만히 보면 평소에는 '초선들의 목소리가 없다'고 야단치다가 막상 목소리를 내면 내리누르는 모습을 보인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이 의원은 다만 '홍 원내대표의 사의가 받아들여질 것 같냐'는 질문에 "의견을 모아야 하지 않겠냐"고 즉답을 피했다.
  
  박희태 대표의 특보그룹도 최근 "시급하게 청와대와의 소통 채널을 회복하고 최고위원회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홍 원내대표에 대한 견제를 강하게 주문했다.
  
  하지만 박 대표를 중심으로 한나라당이 전열을 갖춰나가기를 기대하는 것도 난망하다. 홍 원내대표에 대한 불만여론으로 인해 박 대표에 대한 쏠림현상이 표면에 나타나지만, 원외인데다가 청와대 앞에서 무력한 모습을 보였던 박 대표가 당 중심성을 형성하기는 역부족이라는 것. 당청관계에 대한 박 대표의 지론도 당의 독자적인 역할론과는 거리가 있다.
  
  게다가 '홍준표 이후'의 대안 부재가 큰 고민거리다. 친박-친이는 물론이고 친이계도 상당 수준으로 미세분화한 한나라당의 구조상 172석을 일사불란하게 이끌어갈만한 정치력을 보유한 원내사령탑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당을 통제할 능력을 갖췄나?
  
  결국 이같은 진퇴유곡 상황에서 어느 쪽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갈 것인지는 청와대의 의중이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의 한 의원은 "청와대 쪽에서 상황정리에 나서지 않겠냐"면서 "우리는 좀 더 '은인자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태 대표 측에선 추석 직후 이 대통령이 정례회동을 갖고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나설 경우 상황 수습에는 효율적일 수 있으나, 청와대에 대한 한나라당의 종속성이 강화된다는 근본적인 문제를 노정할 수밖에 없다. 또한 청와대가 여당을 통제하는 과정에서 '정치력 미숙'을 여실히 노출한 바 있어 객관적 상황판단에 취약하다는 것도 문제다.
  
  이런 과정이 반복, 심화될 경우 여권 전체가 요동치는 일대 혼란기로 접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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